심층구술면접, 어떻게 준비할까

면접의 시행 배경
면접을 보는 대학이 증가하고 있다. 단순 면접을 떠나 찬반토론면접이나 집단토론면접을 보는 대학도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논술시험을 치르면서도 따로 면접시험을 보는 대학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의 면접은 선발권자로서 대학이 국가에 의해 권한을 제한받아 왔기 때문에 심층면접이란 이름으로 대학별 고사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새정부 들어 대학이 선발권자로서의 권한을 온전히 부여받은 현상황에서 면접이 늘고 있다는 것은 대면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면모를 분명하게 살펴보고자 하는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앞으로 면접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난이도 측면에서도 어려워질 것이란 점을 예상할 수 있다. 더구나 면접문제는 대외에 공표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자체선발시험으로 운영하기에도 용이한 특성을 갖추고 있다. 대학들이 기존에 면접시험을 치른 목적 중 하나는 논술시험이 암기 또는 기교를 통해서도 극복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성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운영한 측면도 있다. 그래서 심층면접이 선발시험의 유력한 방식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 시험은 단과 대학이나 학부(학과)의 전공 특성에 부합하는 측면을 따로 평가할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도 계열별 논술시험에 비해 평가의 다양화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심층 면접(oral test)의 원래 명칭은 심층 구술 면접시험이다. 구술의 방식을 통해 관련 분야 혹은 영역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사고 능력, 그리고 상황적 적합성을 고려한 이해 및 표현 능력 등을 측정하려는 평가방식이다. 형식은 듣기와 말하기를 통한 대화이지만 ‘말로 지어낸다’라는 특성상 글로 쓰는 논술과 큰 특징에서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혹자는 논술은 글로 쓰는 구술이고 구술은 말로 하는 논술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구술이라는 담화적 성격상 구술만의 방법과 특성도 분명하게 가지고 있다. 이러한 면접은 초기에는 대개 인성 중심의 형식적 평가 위주로 치러졌으나 논술시험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던 90년대 후반부터는 적성 및 소양을 묻는 지식 중심의 평가가 이루어졌다. 실제로 90년대 후반은 붕어빵 학원논술답안이 시험의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한 때이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은 과거 본고사 방식의 지식 적용 능력을 묻는 경우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구술은 평가 기여도 면에서 상대적으로 대학에 변별이 높은 평가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구술 배점이 높은 대학의 경우 구술문제가 본고사 문제라는 비판을 받아온 측면이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구술능력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구술 면접이 다양화되고 보편화되어가는 점에는 분명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인의 삶을 지배해온 유․불․선 사상은 모두 ‘자기표현․스피치’를 장려하지 않고 ‘내적 의미․마음’을 다스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눌언의 문화가 형성되어 왔다. 눌언이란 자신의 생각을 간명하고 짤막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며, 하고 싶은 말을 억제한다는 극기적 요소를 포함한다. 이러한 한국의 전통적 스피치 문화는 스피치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을 예방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문화는 항상 변화의 연속과정이며, 한국인의 전통적 스피치 문화도 ‘전통과 변화’의 틀 속에서 변형되고 있다. 특히 밖으로는 지구촌 시대, 안으로는 세계화 시대를 겪으면서 스피치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과 가치관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말의 가치 또는 스피치의 중요성에 대한 판단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말을 못해도 괜찮다는 생각과 괜히 나서는 것보다 점잖게 앉아 있는 것이 좋다는 시각이 약화되고 있다, 또한 좋은 스피치의 평가 기준이 서구화되고 있다. 즉 전통적으로 강조하던 진실과 신중함보다 서구적 스피치의 가치체계인 유창함과 논리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특히 민주주의 사회의 성숙을 위해서 토론과 논쟁의 시대가 열리고 이해관계가 다른 상대를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스피치 기법․기술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기보다는 우회적이고 암시적으로 자기를 표현하여 상대가 스스로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며 무능력으로 오인될 수도 있다. 오히려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며, 간단명료하게 결론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사회적 능력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 점은 대학측에서 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각 대학마다 선창하는 구호가 글로벌 리더 육성이다. 이 글로벌 리더에게 가장 요구되는 사항이 의사소통능력이다. 나와 상대의 의견에 대해 양자를 비교하며 충분히 숙지하고 이해하는 가운데 토론을 통해 상대를 설득시키거나 합리적으로 주장을 전개하는 능력을 기본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단순히 글로 의견을 전달하는 표현력에 부가해 유창한 화술이 아닌 논리적인 의견전개와 문제해결능력을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선진국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대학간 토론대회가 활성화되고 있다. 수업방식도 교수지도형 일방전달방식에서 세미나나 집단토론형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발표력은 대학인의 기본적인 소양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구술은 시험이다
마음껏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 좋겠지만,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구술은 채점을 염두에 둔 말하기다. 또한 엄밀한 의미에서 논리적으로 말하는 시험이 아닌 문제를 풀어서 말하는 시험이다. 따라서 시험이 가진 요구사항과 관련 논제의 범주 안에서 논점이 되는 명확한 부분들을 찾아내어 말해야 한다. 논술 시험과 마찬가지로 논제가 요구하는 나침반의 방향에 맞춰 요구되는 항목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진술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논술 시험이 제시문을 독해하고 요약한 후 자신의 의견을 쓰는데 3시간 이상의 시간을 준비해 주는 것에 비해 구술은 준비 시간이 있더라도 극히 짧은 시간이며, 일단 면접자와 대면한 이후에는 질문지나 논제와 관련한 후속질문을 통해 더욱 깊은 질문으로 유도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학생의 면면을 평가해 볼 수 있다. 일각에서 3개의 구술문제에 관련 후속질문을 다양하게 던지면 학생이 가진 가능성과 에너지를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결코 과장된 의견이 아닌 것이다.  


구술에 대한 개략적 이해

가치논제는 옳고 그름을 따진다. 어떠한 것이 윤리적 정당성을 가지는지 충분한 근거와 논박을 통해 자기주장의 옳음을 입증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논구술의 주제는 정책대안형 주제가 다수를 이룬다. 큰 틀에서 보면 정책논제는 가치논제를 토대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양자의 논제는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논구술은 항상 현재상태에서 문제해결을 요구한다. 현재 상태에서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우리는 그것을 문제로서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현상태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고 그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하는 문제제기가 있기 때문에 논제로서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구술에서는 현상태에서 문제를 인정하고 이를 전적으로 바꾸려는 입장과 현상태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 구분된다. 변화와 유지는 구술 발언을 위한 큰 틀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현상태 유지의 입장을 가지고 있더라도 부분적인 문제점은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시스템은 안정되어 있으나 부분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을 해결함으로써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논제는 현재상태에 변화를 주려는 입장을 반영한 문장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사형제는 현상태에 정책으로 존재하는 제도이다. 이를 전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입장은 사형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갖는다. 따라서 논제는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로 표현되며 중립적인 가치를 반영해 ‘사형제 폐지해야 하는가’라고 질문이 던져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구술면접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의견들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 것이다. 찬반토론이면 종합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입장이 같은 동료와 같은 입장에서 토론하더라도 더 나은 대안이나 분석을 통해 상대 주장의 의미와 한계를 발견하려는 연습을 함으로써 일회적이고 순간적인 담화적 상황을 훈련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개별 또는 집단면접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원칙을 현실 변화의 입장에서 제시해 보고자 한다. 현상태에 변화를 주려는 의견은 아래의 측면을 다양하게 검토해야 한다.

현실의 변화를 요구하는 말하기

□ 1. 중요성(signification)
우리가 다루는 논제는 현실의 문제를 담고 있다. 따라서 현실의 변화를 요구할 때에는 현재상태에서 드러나는 그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사례를 통해 철저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입증의 부담이라고 한다.
  입증의 부담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사례를 통해 현재 문제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 예> 교복착용(현재교복을 입고 있으므로 ‘변화-바꾸자’를 주자)을 반대할 경우 교복착용 때문에 어떠한 불편함이 있는지, 현실적으로 비용에 문제가 있다든지, 교복의 브랜드 때문에 빈부가 드러나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이 생긴다라는 등의 근거를 실제적인 예(사례)를 들어서 논증한다.  

□ 2. 지속성(inherency)
현재 상태에서 문제가 잠깐 발생하고 말아버리는 문제라면 토론과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 이런 문제는 지켜보는 것만으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 따라서 현실의 변화를 요구하는 말하기를 할 때에는 현재의 문제가 시간이 지나도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해야한다. 이렇게 주장해야만 듣는 이는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는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 예> 위에서 언급한 교복착용의 문제들이 현재 잠시 드러나는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쭈~~~욱 계속될 것이고, 오히려 문제가 더 심화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 3. 해결가능성(solvency)
문제가 지속된다면 우리는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항상 그 문제를 떠안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 문제에 대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야 한다. 문제가 현재의 시스템이나 체제 안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시스템과 체제 안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예 시스템과 체제를 변화시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가 있는 데 해결가능성이 없다면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4. 방안(plan)
우리가 어떤 문제에 대해 단순히 주장과 의견만 내놓는다면 매우 무책임해 보일 수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잘난 체 하거나 떼를 쓰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해야한다. 그래야 책임감이 있어 보이며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신뢰감을 얻을 수 있으며, 주장이 공허한 떼쓰기가 아님을 입증해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측면을 좀더 깊이 있게 숙고하기 위해 세부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문제들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논점이 되는 문제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봄으로써 가능하며 개략적인 관점들은 아래와 같다.

▣ 기본 논점거리(stock issues) 모형

1) 필요성
□ 새로운 정책의 변화나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현재의 상황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 현 상황에서 아직 충족되지 않은 어떤 필요나 욕구가 있는가?
□ 현 상황의 문제 혹은 충족시켜야 할 필요나 욕구는 모종의 행동을 취해야 할 만큼 심각하고 중요한 것인가?

2) 한계
□ 현재의 정책을 유지하면서, 필요성에 의해 제기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가?
□ 현재의 정책을 통하여 필요성에 의해 제기된 필요나 욕구를 충족시킬 수는 없는가?
□ 필요성에 의해 제기된 문제는 현재의 정책 때문에 발생하였는가?

3) 해결력
□ 새로운 정책이나 행동은 필요성에 의해 제기된 문제를 해결해 주는가?
□ 새로운 정책이나 행동은 필요성에 의해 제기된 문제를 상당한 정도로 해소하거나 경감시켜 주는가?
□ 새로운 정책이나 행동은 어떠한 이점이나 강점을 가지고 있는가?

4) 비용
□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따르는 이익이나 혜택은 그것의 해결에 필요한 비용을 충분히 상쇄시켜 주는가?
□ 새로운 정책적 변화가 가져올 장점은 그것으로 야기될 단점을 상회하는가?

5) 비교
□ 현재 제안된 정책의 변화는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최선의 해결책인가?

6) 절차
□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주기 위하여(찬성측) 새로운 정책적 변화를 제안하고 추진함에 있어서 그와 관련된 적절한 규칙이나 절차를 따랐는가?



◉ 왜 중요한가

1. 필요성
필요성은 새로운 정책이나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하는 배경이나 동기와 관련한 논점이다. 모든 정책토론 논제는 찬성측이 현재의 상태가 어떠한지를 규정하고, 이에 대해서 모종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진보적) 정책제안을 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새로운 정책이나 행동의 변화를 요청하는 것은 최소한 누군가가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책논제에 대한 논점을 찾아내기 위해서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현 상황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적시하고 그에 대한 대책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일이다. 이 경우, 현 상황이 안고 있는 문제점, 혹은 그로 인해서 아직 충족되지 않은 어떤 욕구나 목표,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새로운 정책의 변화가 요구된다는 필요성 등을 통하여 논점을 구성하게 된다. 그리고 만일 그러한 필요성이 새로운 정책이나 행동의 변화를 강제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거나 중요하지 않다면 필요성에 대한 논점은 반박된다. 제대로 반박된다면 변화는 필요없는 요구가 된다.

2. 한계
한계는 현재의 정책이나 시스템의 한계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논점이다. 필요성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 긍정적인 답을 내렸을 때, 그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이러한 정책적 변화를 도입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는 없는가 하는 점이다. 그 중에서 필요성에 의하여 제기된 문제나 욕구, 동기를 현재의 정책이나 시스템을 통하여 해소할 수는 없는가의 부분이 가장 중요하게 부각된다.

필요성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대답을 하지만, 한계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대답을 할 수 있다. 즉, 해결해야 할 어떤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상태로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이다. 문제의 원인이 현 시스템이나 체제의 내재적인 능력의 한계 때문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가령 그것이 일시적인 외부적 원인에 의해 야기된 문제라면 그 외부적 원인이 사라짐으로써 문제는 해소될 수 있다. 또한 시스템의 부분적 결함에 의한 것이라도 조건부로 시스템의 일부를 수정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3. 해결력
해결력은 새롭게 제안된 정책이나 시스템의 문제해결력에 관련한 논점이다. 만일 현재의 정책이나 시스템이 지금의 문제상황을 해결하거나 욕구, 목적 등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고 하자. 그 다음으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그렇다면 새로운 정책이나 행동을 통하여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책제안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을 경우, 그러한 제안은 인기에 영합하거나 이상적인 아이디어이거나 대중에 영합한 포퓰리즘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책임있는 변화의 요구라면 주장만 있을 것이 아니라 대안도 함께 제시하는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4. 비용
새로운 정책결정에 있어서 빠뜨리지 않아야 할 또 다른 핵심적인 논점 중의 하나는 비용분석이다. 비용과 관련된 논점은 새로운 정책의 시행이나 문제의 해결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수익, 효과, 혜택 등의 가치와 그에 따르는 비용이나 대가, 불이익 등을 비교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수익과 비용에 대한 일종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나 비용은 비단 금전적이거나 경제적인 혜택, 비용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많은 경우,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비금전적인 것이다(이것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얼마든지 비용으로 환산된다). 또한 경제적인 가치라도 그것의 측정에는 다양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며, 새로운 정책의 실현에 동반하는 비용을 다른 곳에 투자하였을 때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의 측면 또한 고려하여야 한다. 손익분석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5. 비교
정책논제와 관련하여 생각할 수 있는 또 다른 논점은 새롭게 제안된 정책과 잠재적인 대안들을 비교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제안된 정책이 현 상황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최선의 해결책인가를 물을 수 있다.

비록 필요성, 현 정책의 한계, 문제해결력, 비용이라는 다른 논점들에 있어서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 있더라도, 그 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을 경우 그 정책논제의 입증은 실패한 것이다.

6. 절차
모든 일은 자의적으로 해결하고 밀어붙일 수 없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그 일이 처리되는 데에는 정상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이러한 절차가 무시되었을 경우 아무리 우수한 대안을 만들더라도 정당성이 없거나 훼손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 결과를 만들기 위한 과정과 절차의 정당성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이러한 검토사항은 개별면접에서의 구술의 방향성을 살펴보는데 매우 유용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텍스트를 접하는 우리는 항상 근거위주로 문제제기를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며 발화상황에서 명료하게 입증할 수 있는 발언을 하기 위해서는 평소 논거를 정리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습관은 토론과 논쟁 상황을 염두에 두고 나의 입장과 반대되는 가상의 상대를 고려해 개요서를 작성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래는 토론개요서의 특징과 그 예이다.

■ 토론 개요서(brief) 작성의 목적과 방법 ■


□  토론 개요서를 작성하는 일차적인 목적은 효과적인 토론을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는 구술뿐만이 아니라 논술을 잘 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요건이다. 또한 사고를 확장하고 스스로 증거들을 통해 주장을 구성함으로써 폭넓고 깊이 있는 자신만의 지식과 가치를 체계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  이러한 토론 개요서는 우선 자신의 주장을 구성하기 위해 작성한다. 그런 다음 예상되는 상대측의 논리를 파악하기 위해서 반대의 논리를 구성해본다. 이를 통해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논거들을 우선적으로 선별하고 상대논리의 허점을 파악해 반박을 구성할 수 있다. 또한 상대의 반박에 대해 효과적인 답변을 미리 구성하거나 잠재적 답변을 지식으로 갖고 있음으로써 창의적이고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  곧 토론 개요서를 작성하는 것은 단순히 토론을 준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종합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한 토론 개요서는 다음과 같은 기능을 갖는다.

첫째, 토론 개요서는 주어진 논제가 어떤 논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토론 개요서를 작성하는 것만으로 논술과 구술을 위한 만반의 대비를 할 수 있다.
둘째, 토론 개요서는 토론에서 예상되는 찬성/반대의 논거나 증거가 무엇인지를 예상케 한다.
셋째, 토론 개요서는 조사한 자료들을 논거에 따라 종합하는 훈련을 하도록 한다.

□ 이를 통해 상대의 의견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자신의 주장을 체계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곧 토론 개요서를 통해 종합적 사고력이 만들어짐으로써 논 ․ 구술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과 같다.

■ 작성원칙 ■
다음과 같은 여섯 개의 규칙은 수준 높은 토론 개요서를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 1. 논점을 중심으로 작성하되, 특정한 논거가 갖는 전제와 그 논거를 지지하는 증거들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작성한다.
□ 2. 완전한 문장들을 사용한다. 주어와 서술어를 통해 분명한 문장으로 만들어 구성한다.
□ 3. 일관된 기호체계나 형식들을 사용한다. 자기 나름대로 작성하는 규칙과 기호을 만들 수도 있다.
□ 4. 중요도가 비슷한 항목들은 같은 수준에 배열시킨다.
□ 5. 항목들 간의 논리적 종속관계를 따져서 배열시킨다.
□ 6. 주장을 분명하게 지지하는 증거들만을 포함시킨다.



□  일상 속에서 우리는 많은 문제들을 분석하고 종합한다. 그것이 입시를 위한 것일수도, 학교 과제일 수도 있고 회사의 업무일 수도 있다. 이 때 토론 개요서를 작성해 본 사람은 훨씬 더 능숙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왜냐하면 토론 개요서를 작성하는 것은 단순히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만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주어지는 문제에 대하여, 그 문제를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종합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토론 개요서의 예

<사형제도, 폐지해야 한다>


1. 찬성 논거

논거(1) 사형판결에는 오판의 가능성이 있다.
전제 ① 인간의 판단은 늘 오류가능성을 지닌다.
증거 ㉠ 1973년부터 현재까지, 미국에서는 99명의 사형수가 사형선고 이후 무죄가 입증되어 석방되었다. 이들은 검찰 혹은 경찰의 실수, 믿을 수 없는 목격자의 진술이나 자백, 그리고 변론의 부족 등으로 오판을 받게 되었다.
㉡ 미국 일리노이 주의 조지 리안 주지사는 2000년 1월, 사형집행에 대한 모라토리(유보)를 선언했는데, 그 이유는 그 주의 13번째 사형수에 대한 재판이 오판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전제 ② 증거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증거 ㉠ 1975년 4월 8일 인혁당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재심의 기회도 주지 않고 사형판결 17시간만인 9일 새벽 여덟 명의 목숨이 한꺼번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논거(2) 국가 권력이라도 생명권을 침해할 수는 없다.
전제 ① 생명권이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지니게 되는 권리로서, 개인의 행동 여하에 따라 상대화되거나 평가절하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이다.
증거 ㉠ 세계인권선언 제3조 : 모든 사람은 생명권을 갖는다.
자유권 규약 제6조 1항 : 생명권 보장
자유권 규약 제7조 : 어떤 사람도 고문이나 잔인한 그리고 비인도적 처우나 형벌을 받지 않는다.
㉡ 사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 제10조와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 규정인 헌법 제37조 2항에 위해 된다.

전제 ② 국가 권력에 의한 사형 또한 일종의 살인이다.
증거 ㉠ 사형제도는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생명권 제한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 단서에 위반될 수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 단서에 근거해 볼 때,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생명을 제한하는 사형제도는 형벌로서의 목적 달성의 필요성을 넘어 형벌수단으로서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등 제 원칙에 반할 수 있다.


논거(3) 사형제도는 정치적으로 남용될 소지가 있다.
전제 ① 사형판결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도구로 사용되었었다.
증거 ㉠ 시기별로 볼 때 1987년 전후하여 사형선고 사건의 분포가 매우 달라졌다. 정치범에 대한 사형선고 건수가 70년대까지는 상당한 비율을 점하고 있으나 80년대 초반부터 점차 축소되기 시작하여 87년 이후에는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한 사형선고 건수가 거의 사라졌으며 1991년 이후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현상태의 변화 혹은 유지의 측면에서 답변을 준비할 때 고려해야 할 형식적인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내용과 형식이 분리된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용측면에 주력하며 이러한 형식이 자연스럽게 도출될 수도 있지만, 형식적인 측면을 이해하고 적용시켜보려고 노력함으로써 미쳐 생각지 못했던 내용을 준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래에 소개하는 책들은 면접이나 집단토론, 혹은 집단찬반토론을 준비하기 위해 참고할 만한 책들이며, 이 원고의 내용도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토론의 방법 / 강태완 외 4인 / 커뮤니케이션북스
토론수업을 위해 참고하기에 가장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책이다. 외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토론의 역사를 소개한 후 반드시 구술에서 거쳐야 하는 토론의 구조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어 토론의 형식과 평가방법을 소개하고 논증사례를 통해 논증분류체계와 실제 시사토론 분석내용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나라 토론 문화의 수준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토론과 논증 / 박승억 외 4인 / 형설출판사
토론수업을 위해 학생들과 참고서적으로 보기에 무난한 서적이다. 위의 『토론의 방법』 중 실제 토론을 위해 필요한 방법론을 자세하고 쉽게 풀이해 주고 있다. 특히 토론 진행에 있어 변화 혹은 유지 측이 어떻게 답변을 준비하고 어떤 내용을 반드시 증명하고 방어해야 하는지 자세히 실제 사례를 통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논쟁 / 이두원 / 커뮤니케이션북스
실제 토론수업을 하고 있는 선생님들께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갈등적 쟁점이 가진 사회변화의 힘을 통해 이질성과 유사성을 가진 의견들이 어떻게 새로운 합의를 생성하는 문법을 갖추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 줌으로써 토론내용의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특히 토론방식에서 구체적인 전략과 방법을 모두 실제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증명한다. 또한 실제 다양한 내용의 대학생 토론대회의 입론 등을 소개하고 있어 학생들에게 어떻게 준비시켜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정책토론의 방법 / 에모리대한 전국토론연구소 / 커뮤니케이션북스
토론대회를 준비하는 선생님들께 권하고 싶은 책이다. 모든 토론의 요소별로 정교하게 이론화한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토론대회에서 상시적으로 사용하는 토론용어와 꼭 필요한 전문용어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입론, 교차조사, 반론, 최종변론별로 각각의 입장별 전략과 필요한 내용을 논증하는 방법들이 매우 세세히 제시되어 있으며, 실제토론대회 내용을 전문으로 수록해 학생들의 구술논증을 통해 방법론이 풍부한 증명내용들과 더불어 어떻게 논증되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토론대회 전문은 국내에서 벌어진 제1회 전국대학생아카데미식토론대회 내용이며 이에 대한 평가와 수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동영상CD도 부록으로 함께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