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영화읽기: <플립(Flipped)>

남자, 여자를 만나다 여자, 남자를 만나다
조진화 논술교사 cho6724@daum.net
 
롭 라이너 / 85분 / 2010년 / 미국 / 전체 관람가 

이성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느끼는 때는 언제일까? 학계에 의하면 6~7세부터라고 한다. 최근 케이블 프로그램 중 유치원생들의 알콩달콩한 이성에 대한 심리전을 다루고 있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출연하는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몇 번 본적이 있는데 이성에 의해 울고 웃는, 그 애정의 역학관계(?)를 보노라면 어른 못잖게 진지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커플반지를 교환하고 매달 기념일을 챙기는 것이 요즘 아이들이다. 아이들만의 특성으로 보기는 어렵겠지만 확실히 요즘 아이들은 이성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연령대도 갈수록 낮아지고 애정표현도 날로 대담해지며 만남도 헤어짐도 속전속결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부모들에게도 ‘어린애들이 무슨 사랑이냐?’는 과거의 자세로부터 벗어나 어린 자녀들의 이성 교제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가끔은 이성 친구를 대하는 아이들의 속내를 한번 들여다봤으면~하는 소망을 가진 부모들도 늘고 있으니.  

2011-08-16 22;40;47.jpg
 
이번 달에 소개할 영화는 청소년기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미국을 배경으로 한 초등학생들의 사랑 이야기라 우리의 현실과는 조금 거리감도 느껴지지만 상대에 대한 남자와 여자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잔잔한 재미가 있는 영화이다. 영화는 동일한 상황을 소년과 소녀의 입장에서 각각 다르게 풀어간다. 둘의 입장에서 같은 상황을 반복해 보여주지만 결코 같지 않은 상황 해석에서 우리는 그야말로 ‘남자! 여자 몰라요~ 여자! 남자 몰라요~’를 떠올린다. ‘플립(Flipped: 빠지다, 열광시키다. 확 뒤바뀌다)’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던 둘의 역학관계가 확! 바뀐다. 진솔하고 깜찍한 청소년기의 사랑이야기…… 자녀들과 혹은 학생들과 함께 보고 토론해보아도 재미있을 영화이다.  

영화 속으로

브라이스, 줄리를 보다
줄리와 브라이스, 둘은 7살에 처음 만났다. 어느 날 줄리의 앞집으로 브라이스가 이사 온다. 이사 온 첫날 줄리는 브라이스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이후 줄리에게는 몇 년간 브라이스밖에 없다. 하지만 줄리의 내면이 어떤 줄 모르는 브라이스에게 줄리는 너무 이상한 아이다. 학교에서 과도하게 아는 척을 하는가 하면 어느 날은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키 큰 플라타너스 나무에 날마다 올라가더니 급기야 땅주인이 그 나무를 베어내려 하니 내려오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통에 지역신문에까지 난다. 줄리의 가족은 정원도 가꾸지 않는 이상한 사람들이며, 엉뚱한 줄리는 그런 지저분한 집에서 닭을 키워, 원하지도 않는 달걀을 들이민다. 똑똑하긴 하지만 늘 엉뚱한 줄리의 행동과 그녀의 관심이 브라이스에게는 이해도 되지 않을뿐더러 부담스럽기 조차하다. 

그런데 어느 날 둘 사이의 관계의 역전이 찾아온다. 줄리가 정성껏 키워 날마다 가져다주는 달걀을 몰래 휴지통에 넣으려다 들켜버린 브라이스. 그날 이후 줄리의 태도는 너무도 쌀쌀맞게 변한다. 그런 줄리가 브라이스는 계속 신경이 쓰인다. 더구나 줄리는 집에서는 말 한마디 하지 않던 브라이스의 외할아버지와 너무 친한 모습을 보이며 함께 정원도 가꾸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줄리는 브라이스를 계속 모른 척 무시하고 브라이스는 그런 줄리의 주위를 맴돌게 된다. 어느 날 브라이스는 외할아버지로부터 줄리 가족이 아픈 삼촌의 치료를 위해 돈을 쓰는 바람에 생활에 여유가 없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정원을 가꾸지 못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줄리가 똑똑할뿐더러 사려 깊고 세을 보는 따뜻한 마음이 있는 아이라는 사실도... 브라이스는 이제 그런 줄리에게 빠져든다. 줄리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쓰고 줄리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그럴수록 줄리는 브라이스를 멀리하니, 둘 사이는 계속 엇박자를 놓게 된다. 

줄리, 브라이스를 보다 
이사 온 첫날부터 브라이스의 눈부신 외모에 압도돼 그를 사랑했던 줄리는 커갈수록 브라이스가 평범하고 철없는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브라이스는 사랑스러운 눈을 가졌을 뿐 사실 그의 영혼은 평범하고 또 때로는 비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부분’이 모여 더 아름다운 ‘전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줄리. 늘 그림을 그리며 세상을 관조하는 아빠와 조용하고 나직한 언어로 세상의 이치를 알려주시는 브라이스의 외할아버지로부터 외피를 넘어 이면을 보는 법을 배우게 된 줄리, 그러나 그런 줄리를 브라이스는 이해하지 못하고 이상한 아이 취급을 한다. 어느 날 줄리는 자신이 정성 들여 키워 선물한 달걀을 버리고, 도서관에서 자신의 삼촌에 대해 험담하는 브라이스를 목격하게 된다. 계속되는 오해로 줄리는 긴 시간동안 자신이 브라이스에 대한 환상을 키워왔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후 브라이스를 쌀쌀맞게 대하지만 그럼에도 지난 7년간 키워온 브라이스에 대한 관심을 버릴 수는 없다. 
 
어느 날 브라이스 가족의 초청으로 만찬에 초대된 줄리는 브라이스 가족과 자신의 가족이 너무도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비록 경제적으로 넉넉지는 못하지만 진실된 가족애로 묶여 있는 자신의 가정이 얼마나 감사한지 다시 한 번 실감한다. 차츰 당당하고 사랑스러운 숙녀로 성숙해지며 세상에 대한 속 깊은 시각을 채워가는 줄리. 그러한 줄리에게 비로소 빠져드는 브라이스. 그러나 둘은 늘 엉뚱하게 교차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한다. 
학교의 바스켓 런치 미팅 행사. 경매에 부친 남자애들을 여학생들이 낙찰 받아 점심을 함께 먹는 행사이다. 브라이스는 줄리에게 불리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줄리는 엉뚱하게 다른 남학생을 선택해 점심을 먹는다. 건너편 자리에 앉아 서로 다른 대상과 식사를 하는 두 사람. 줄리를 계속해 쳐다보던 브라이스는 참을 수 없어서 줄리에게 다가가 갑자기 키스를 하려한다. 그런 갑작스러운 브라이스의 행동에 화를 내며 밀치고 나가버리는 줄리. 며칠간 줄리의 집을 찾아 잘못을 비는 브라이스를 이제 더 이상 줄리는 마주하려 하지 않는다. 이제 둘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것일까? 

생각열기 

◎ 줄리와 브라이스는 길 하나를 마주하고 살고 있다. 이사 온 브라이스네는 처음부터 줄리의 집을 이상하게 쳐다본다. 브라이스의 아빠는 줄리집을 보고 ‘정원도 손질하지 않는 지저분한 집안’ 이라고 대놓고 무시하고, 엄마 또한 처음에는 불쌍하고 이상하다고 볼 뿐 줄리 가족에 대한 생각이 아빠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정작 브라이스의 엄마가 줄리의 가족들을 만찬에 초대한 날, 두 집은 서로 겉으로 보는 것과 속이 얼마나 다른지 알게 된다. 두 집은 각각 어떻게 다를까?  
 
-> 줄리와 브라이스의 집안은 ‘마주 본다’는 상징성만큼 너무도 다른 분위기이다. 50년대 미국 중산층 특유의 배타성과 ‘타인을 통해 보여지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브라이스의 집은 전형적인 가족구조를 가졌지만(할아버지, 부모, 자녀) 그들은 전혀 대화하지 않는다. 거실 한가운데 TV가 놓여 있고 모두 그 TV에 집중할 뿐 서로에 대한 관심과 소통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브라이스의 아빠는 늘 편견으로 상대를 보고 평가하는 사람이다. 커가는 사춘기 딸을 통제하고자 하지만 딸은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고, 급기야 손찌검을 하고 마는 브라이스의 아빠. 그는 겉으로는 성공한 가장이지만 속으로는 열등감 덩어리이다. 그런가하면 가족 중 가장 지혜롭고 따뜻한 외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입을 닫고 창밖만 응시할 뿐 가족들과 대화하지 않는다. 이처럼 브라이스의 집은 비교적 윤택한 가정경제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정원꾸미기, 단란한 가족의 외피만이 존재할 뿐이다. 
반면 줄리의 집은 분위기가 다르다. 장애를 가진 삼촌의 병원비를 대느라 늘 쪼들리는 줄리의 집은 가족들이 단란하게 대화하고 상대를 인정한다.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음반을 내겠다는 쌍둥이 오빠의 진로 결정도 줄리의 부모는 존중한다. 경제문제로 가끔은 의견다툼이 있기는 하지만 그조차도 현명하게 풀어가는 그들 가족은 남 보기엔 이상하지만 진정으로 서로 교감하는 가족이다. 너그럽고 개방적인 부모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할 줄 아는 부모의 양육태도는 아이들의 정서적 성장을 돕는데 그래서 그런지 줄리의 오빠와 줄리는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겉으로 보이는 세상을 넘어 이면의 것을 볼 수 있는 마음과 눈을 가졌다.
 
◎ 줄리의 아버지는 줄리에게 ‘항상 전체를 보아야 한다. 전체는 부분의 합이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줄리는 이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줄리는 플라타너스 나무에 올라 아빠의 말을 실감하게 된다. 이 말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오랜 기간 브라이스는 줄리의 진면목을 볼 수 없었다. 브라이스는 줄리의 부분만을 보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줄리는 엉뚱한데 그것은 그녀가 남들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졌기 때문이다. 줄리는 아버지에게 늘 브라이스 얘기를 한다. 브라이스 얘기를 할 때 줄리는 그 아이의 눈이 얼마나 반짝거리는지, 얼마나 빛나는 눈동자색과 미소를 가졌는지를 말한다. 그런 줄리에게 아빠는 말한다.
“그 아이 자체는 어떠니?”
아빠의 말이 무슨 말인지를 이해 못 해 의아해하는 줄리에게 아빠는 그림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항상 전체 풍경을 보아야 한다. 그림은 단지 부분들이 합쳐진 게 아니란다. 소는 그냥 소이고 초원은 그냥 풀과 꽃이고 나무들을 가로지르는 태양은 그냥 한 줌의 빛이지만 그걸 모두 한 번에 같이 모은다면 마법이 벌어진단다.” 라고. 
그런가 하면 늘 인자하게 대화하며 두 사람의 중심을 잡아주는 브라이스의 외할아버지 또한 줄리와 브라이스에게 말한다.
“부분이 합쳐져서 더 멋진 걸 만들지만 어떤 사람은 합쳐진 것이 부분만 못하다.”
“어떤 사람은 평범한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은 광택 나는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은 빛나는 사람을 만나지. 하지만 모든 사람은 일생에 한 번 무지개 같은 사람을 만난단다. 네가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더 이상 비교할 수 있는 게 없단다.”
 
어느 날 줄리는 우연히 플라타너스 나무에 오른다. 나무 위해서 줄리는 늘 보아왔던 마을의 풍경이 너무도 아름답고 낯설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풀과 나무와 구름이 하나하나 모여 전체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발견한 줄리. 플라타너스 나무 위에서 산들바람의 냄새를 맡는 것이 얼마나 멋진지 깨닫고, 보라색과 주황색으로 변하는 구름에 탄복한다. 또 어느 날은 아침 일찍 나무에 올랐을 때 한 줄기의 빛이 어떻게 구름을 자르는지를 보게 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체감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줄리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체험한다. 부분이 아닌 전체를 관조할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고 세상의 모든 것이 눈에 보이는 것과는 차이를 가진다는 것도 알게 된다.  
줄리는 말한다. 
 
“나는 기분이 울적할 때마다 플라타너스 나무를 떠올렸다.
그러나 그때 엄마가 그 플라타너스 나무를 ‘인내의 증거’라고 부르던 기억이 났다.
플라타너스는 어린 나무였을 때 큰 손상을 입었지만
인고의 세월을 꿋꿋이 버티며 쑥쑥 자라났다.
사람들은 그 나무가 보기 흉하다며 외면했지만,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 『플라타너스 나무 위의 줄리』 (원작소설, 웬들린 밴 드라닌, 황매)
 
나무 위에서 줄리가 본 것은 세상을 보는 이치요, 사람을 보는 눈이었다. 줄리는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외피와 내면을 구분하는 눈을 가지게 되고 이는 줄리의 내면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펼치기
남자와 여자는 선천적으로 다른 분야의 능력, 성격과 감성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일까? 영화는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평가하며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에 있어서도 남녀 간의 차이를 보여준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으로 남자와 여자의 감정적 차이를 보여준 ‘존 그레이’에 의하면, 남자와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서로 다른 감정의 흐름을 가진다. 그런가하면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에 의하면 남녀의 차이는 선천적이라기 보다는 후천적인 환경의 영향이나 사회화의 과정에 의해 규정된다고 한다. 아래 각 제시문을 읽고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자.  
 
<제시문 1>
 
여성은 유전적 이유와 뇌 발달 측면에서 남성보다 더 뛰어날 수밖에 없다. 그 예로 얼마 전 나온 연구결과에서도 지능과 관계된 부위인 회색질과 백색질에 있어서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색질은 대뇌반구의 바깥쪽 표면을 싸고 있는 곳으로 정보처리의 중추이고 백색질은 그 안쪽에 있는 부위로 정보처리 중추와의 연결을 담당한다. 회색질 가운데 지능과 관련된 부분은 남성이 여성보다 6.5배 많고 백색질에서 지능과 관련된 부분은 여성이 남성보다 10배 많다는 사실이다. 즉 발육은 성장과 발달의 두 가지 모두를 표현하는 것인데 특히 발달은 중추신경계의 성숙과 관련이 있고 이것이 학습에 있어서도 여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
부산대 소아청소년과 남상욱 교수는 “어릴 때부터 여자애들이 남자애들보다 뇌 발달이 빠르다”며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두 살 정도 여자가 남자보다 더 빠르고 발달 완료 시기도 일찍 온다”고 설명한다.
남 교수에 따르면 “염색체 자체가 다른데 이것은 청소년기에 들어가서 확실히 차이가 나타난다”며 “이것은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 
한 가지 예로 행동이 여자애치고는 거칠고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신체적인 활동도 남자애와 유사해 부모들이 검사를 해 봤더니 염색체 자체가 남자아이더라는 사례도 있었다. 한마디로 성기의 모양이 여자아이의 것과 같아서 여자아인 줄 알았던 아이가 병원에서 검사했더니 남자아이로 나타났던 것. 이 같은 예를 들어가며 남 교수는 “엄연히 뇌구조에 있어서 남녀의 차이는 존재한다”고 전한다.
강남성모병원 신경과 김영인 교수 역시 “성호르몬의 차이 때문에 뇌에 기능적인 변화가 온다”며 “특히 환경호르몬에 의해서 월경이 빨라져 그로 인해 여자아이들의 2차 성징이 빨라져 그런 현상들이 더 가중된다”고 설명한다. 이런 선천적인 뇌의 차이는 뇌 대사와 뇌 기능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MRI 촬영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는 게 많은 전문의들의 대답이다. 
 
<제시문 2>
 
남녀의 능력 차이는 생물학적 요인보다는 사회적 요인에 근거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예를 들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일란 다님로드와 스티븐 하이네는 여성은 수학능력에서 남성보다 선천적으로 뒤처진다는 내용만 접하고도 풀이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들은 ‘미국 대학원 입학자격 시험(GRE)’ 형식을 빌려 여성들의 수학문제 풀이능력을 검사했다. 수학영역-언어영역-수학영역의 순으로 문제를 배치하고, 언어영역에 시험자의 심리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문을 넣어 그 영향을 살펴봤다. 
즉 ‘남녀의 수학능력에는 차이가 없다’ ‘남녀는 차이가 있다’, ‘남녀의 수학능력에는 차이가 있고,이는 생물학적 요인 때문이다’, ‘남녀의 수학능력에는 차이가 있지만,이는 사회적 요인 때문이다’라는 4종류의 지문을 각기 다른 집단에 주고, 이 지문 앞뒤에서 수학문제 풀이능력을 비교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남녀의 수학능력에 차이가 없다거나 그 차이가 사회적 요인 때문이라는 지문을 접한 집단의 수학 점수는 차이가 있다거나 수학능력 차이가 생물학적 요인 때문이라는 지문을 읽은 집단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결국 수학문제를 푸는 사이에 남녀의 수학능력 차이가 선천적이라고 알려주는 행위만으로 수학능력을 떨어뜨린 셈이다.
실험에서는 또 수학과 관련 없이 남녀는 다르다는 고정관념만으로도 여성의 수학문제 해결능력이 저하됐다. 이는 사람들이 자신과 관련된 고정관념을 접하게 되면 이에 맞는 행동을 보인다는 심리학의 ‘고정관념 위협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흑인의 경우 자신의 인종이 열성이라는 내용이 강조된 상황에서 지능 검사를 하면 결과가 낮게 나온다는 것도 이 같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남녀의 능력 차이는 태생적 원인도 있지만 교육과 외부환경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 한국 경제 신문
 
-> 남성과 여성의 차이와 원인은 아직도 정확하게 규정되지는 않는다. ‘생물학적 차이’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남녀의 차이를 사회적 역할 분담에 대한 이론적 배경으로 사용하곤 했고 환경적 영향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성역할의 분담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이용했었다. <제시문 1>과 <제시문2>는 각각 생물학적 차이와 사회적 학습, 환경적 영향에 방점을 둔다. 생물학적 차이와 사회화의 과정, 이 두 입장이 아직도 팽팽하게 맞서는 것은 남녀의 차이가 두 요인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반증이다. 두 입장은 마치 인간의 본성이 선하나, 악하나와 같은 해묵은 주장이면서도 동시에 여전히 탐구해야할 현재 진행형의 주제이기도 하다. 
남녀 차에 대한 원인, 현상 등의 다양한 연구들이 속속들이 진행되는 최근에 와서는 둘의 차이가 생물학적(호르몬, 뇌의 크기, 역할)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어지기는 경향이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남녀의 뇌량과 뇌구조에는 분명 차이가 있지만 이런 차이는 남녀의 능력차를 따지기보다는 어느 부분에 더 활성화돼 있는가를 연구하는 쪽에서 의미가 있겠다. 
심리학에서는 남성의 경우 공간지각능력이, 여성은 물건 기억능력이 비교적 우월하다는 통계치를 내보이고 있다. 1992년 심리학자 ‘도린 키무라’가 실험한 바에 따르면 여성은 △특정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단어 빨리 말하기 △여러 개의 못을 각기 작은 구멍에 끼우기 △산수문제 계산하기를 남성보다 잘해냈다. 이에 비해 남성은 △과녁 맞추기 △숨은 그림 찾기 △수학 추론문제 해결을 여성보다 잘했다. 남성들이 운전할 때 길 찾기를 잘하는 것이나, 집안에서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여성이 더 잘 찾아내는 것은 이런 차이를 드러내는 현상이다. 이런 능력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물론 사회적 역할 기대에 따른 ‘교육’, 즉 후천적 요소도 있지만, 생물심리학적인 이유도 분명 존재한다는 게 여러 연구 결과 확인되고 있다”고 서울대 심리학과 김정오 교수는 말한다. (부분 인용: 동아일보) 
하지만 환경적 영향, 사회화의 과정 등의 후천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남녀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고 이러한 차이가 어떻게, 어떤 상황에서 부각되는가? 에 대한 탐구일 것이다. 남녀는 분명 다른 면모를 보인다. 가장 해묵은 편 가르기가 남자는 이성적이고 여자는 감성적이라는 것인데 그동안 오랜 역사에서 이러한 편 가르기가 가져온 해악을 생각한다면 두 입장의 차이에 집착하는 것은 어쩌면 큰 의미가 없을 수 도 있겠다. 문제는 '차이가 차별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해묵은 진실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 참고하기 
 
사회화 (社會化, socialization) 
발달할 수 있는 가능성만을 가지고 태어난 아동이 사회의 한 성원으로 성장·발달하는 동안에 그 사회에서 공인된 언어·사고·감정·행동 등을 포함하는 생활양식을 학습하여 건전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되는 교육적 성장과정을 이른다. 이 정의를 사회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회화는 무기력하게 태어난 아동을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성인으로 성장시켜가는 과정을 말하며,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면 한 개인이 속해 있는 사회집단 성원들이 기대하는 바에 따라 그의 행동을 발달시켜 인성·동기·가치관·태도·신념 등을 형성해가는 과정을 말한다. 
사회학자들은 사회의 제반 기능을 수행하는 데 적합한 행동양식을 습득하게 하는 사회의 교육과정으로 사회화를 정의한다. 그들은 사회적 지위에 부여된 역할을 만족스럽게 수행하는 데 요구되는 행동양식을 습득하는 문제와, 같은 문화권에 속하는 집단 성원들의 행동특성의 유사성에 관한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 한편, 심리학자들은 사회학자들이 소홀히 여기는 개인차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는다. 물론 심리학자들도 사회학자들의 주된 관심사인 집단 성원간의 행동의 유사성에도 관심을 갖지만, 사회화를 통하여 형성되는 개인 고유의 행동특성에 관한 연구에 1차적인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사회적 환경의 차이, 개인이 접하는 인간관계의 특수성, 훈련방법의 차이와 그 영향에 관해서 조사·연구를 하고, 이들 환경적 특수성이 개인의 인성과 태도, 동기의 형성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 주력한다. 
그러나 사회화의 개념을 보다 분명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① 사회나 문화가 기대하는 대로 인간의 행동이 형성되는 과정으로 사회화를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개인은 사회 기대에 동조하여 행동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 기대와는 다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② 사회화 과정을 아동기의 발달과정에만 국한시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사회화는 일정 기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 동안 계속되는 교육적 과정이다. ③ 사회화 과정은 다른 학습과정이나 변화과정과 구별되어야 한다. 사회화는 지식이나 기술의 학습보다는 사회성이 강하게 작용되는 성격·태도·가치관·사회규범·동기 및 사회적 의식 등 보다 심층적인 행동성향의 학습과 관계가 있다. 
-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 함께 볼 책과 영화 
『플라타너스 나무 위의 줄리』 / 웬들린 밴 드라닌 / 황매(푸른바람)
『첫사랑』 / 이금이 / 푸른책들 
<말할 수 없는 비밀> / 주걸륜 / 101분/ 12세 
 
◎ 참고한 곳
네이버 http:// naver.com
브리테니커 백과사전
동아일보 
한국경제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