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횡성에 갈 때 하도 고생을 해서 이번에는 부지런히 갔습니다.
아이들하고 김치를 담그기로 했는데 참 걱정스러웠습니다.
힘 좀 쓸 것 같은 중학생들이 와서 든든했습니다. 그래도 어찌할꼬~
그런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을까 아이들이 모두 열심입니다.
횡성이 고향이신 아는 선생님의 아버님이 오셔서 김칫독 묻고 이영 엮는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짚으로 먼저 새끼를 꼬는데 새끼가 꼬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몸이 꼬입니다.
그래도 낑낑 거리며 하더니 줄넘기할 정도까지 꼽니다.
오랜만에 해보니 어색했는데 그래도 옛 실력이 나옵니다.
해가 다 기울어서야 나무 막대로 틀을 세우고 인디언 집처럼 이엉을 둘러쳤습니다.
김칫독에 김치를 묻고 집을 만들어야 했는데 할아버지를 또 모실 수가 없어서 미리 했습니다.

모둠별로 배추를 다듬고 자르고 나서 안거나 수레에 끌고 옮겼습니다.
칼로 배추 뿌리를 꾹 자르고 나서 손으로 벌리니까 쫘~악 소리가 납니다.
배추 잎들이 이렇게 꽉 차 있는 거였어요? 여기저기 감탄입니다.
아이들이 신이 나서 배추를 자릅니다. 겉잎을 떼어내고 고르면서 고민이 많습니다.
어떤 걸 떼어내지?

아주머니께서 아이들이 소금을 한줌씩 쥐게 해고 배추 사이사이에 소금을 뿌리게 도와주었습니다.
집에서는 소금이나 만져보았을까?
식당 한 켠에선 배추를 절이고 밖에서는 파를 다듬습니다.
저녁 먹고 다 모여서 김치 속을 준비했습니다.
썰어놓은 갓, 파, 마늘, 무가 수북이 쌓입니다. 젓갈을 붓고 고춧가루로 버무립니다.  
큰 대야에 속이 하나가득 합니다.
첫눈을 횡성에서 맞나싶었는데 푸근해서 밤새 비가 왔습니다.
배추님 안녕히 주무세요. 내일 봅시다. 아이들이 우스개 소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이 되어 배추를 씻고 속을 넣었습니다.
온 몸에 고춧가루를 묻히면서 하는데 계속 손이 입으로 갑니다.
앞치마를 두르고 고무장갑을 낀 아이들의 모습이 진지합니다.
조금 하더니 얼굴 어디가 가렵다고 긁어달라하고 허리 아프다고 하고 꾀를 부리더니 고무장갑 팽겨치고 하나둘 빠져 나갔습니다.
불러 모아서 김칫독에 묻게 하고 뒷정리도 같이 했습니다. 힘든 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밥을 해주시러 오시는 아주머니 덕분에 일이 아주 순조롭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큰 일을 하고 왔습니다.
김치독의 김치를 보니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