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논술 강의 나눔터
2005년 9월 23일 금요일에 29기 초등논술과정 선생님들이 야외 수업을 나갔습니다. 어제 까지만 해도 비가 와서 마음을 졸였는데 오늘은 아주 활짝 개었습니다. 후두둑선생님이 그러셨죠. ‘’해오름에서 흙피리 만들러 올 때마다 비가 와서 ‘해오름’이 아니라 ‘비오름’으로 고치라고 했어요. 그런데 오늘 온 팀은 비로소 이름값을 하네요‘’라고. 그 말씀이 딱 맞는, 너무나 햇살 좋은 가을날이었습니다. 다음은 두서없이 적은 흙피리만들기 체험 후기입니다. 다른 재미난 얘기들도 댓글로 올려 주세요.
1) 종합운동장 역 2번 출구
이 곳은 단체로 여행가는 사람들이 종종 모이는 곳인가 보다. 벌써 여러 대의 차량이 죽 늘어서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9시 20분이 넘어서자 선생님들이 한두 분씩 모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모두 손에손에 뭘 잔뜩 들고 계셨다. 정정님 선생님도, 김영예, 조현정 선생님도, 남희숙 선생님도..
“이게 뭐예요?‘’ ‘’커피예요.‘’ ‘’생수야.‘’ ‘’뜨가운 물‘’ ‘’보리차‘’
박순희선생님이 일일이 전화 걸어서 가져오라고 했단다. 뜨거운 물과 보리차는 어제까지 비가 와서 아이들이 추울까봐 준비한 거란다.
이 세심한 배려! 선생님들의 수고 덕분에 우리는 야외학습 내내 전혀 목마르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차가 도착할 때가 다 되었는데 ㅇ모 선생님 안 오셔서 걱정이 되었다. 알고 봤더니 잠실역 2번 출구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계셨단다. ㅇ선생님까지 합류하자 드디어 양평을 향해 출발!
2) 후두둑선생님
선생님 작업실 안에서 흙피리를 만들(?)었다. 작업실은 허름했지만 정감있고 독특했다. 화장실과 부엌이 함께 있었고,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은 잠글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 완전히 개방형 화장실이야.‘’
작업대 위에는 쇠로 만든 각종 타악기가 걸려 있었다. (뭐 뭐 였더라? 심벌즈? 징? 관찰력 부족..) 선생님은 말씀하시면서 심심하면 그걸 치셨다. 소리가 하도 커서 깜짝 깜짝 놀랐다. 그런데 야외 학습 내내 수십 번도 더 놀랐기 때문에 그건 그냥 시작에 불과했다.
선생님 모습도 독특했다. 헝클어진 긴 머리를 아무렇게나 뒤로 묶고 감물 들인 한복을 입으시고, 나이를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후두둑 선생님을 부를 때는 선생님이라고 하면 안 되고, 아저씨라고 해도 안 되고, 그냥 머리를 숙였다가 치켜 들면서 ‘’후두둑!‘’하고 소리 내라고 가르쳐 주셨다.
선생님 입에서 말문이 터지자 놀라웠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그 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흙피리 연주에 대해, 사람의 소리통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셨는데 나중에는 그게 이야기로 둔갑해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똥, 방구 이런 단어를 많이 쓰셔서 아이들이 계속 깔깔댔고,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더 재미있어했다.
솟대 만들기 전에 찰흙을 가지고 보여 주셨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새가 눈 똥에서 시작해서 나무가 자라고 다시 그 나무가 흙으로 돌아간 이야기 , 티라노사우루스를 따라 다니던 웃기리우스 공룡 이야기.. 이야기가 무궁무진했다. 그냥 생활 속에서, 상황에 따라 흘러 나오는 이야기들, 저런 것이 진짜 우리 옛이야기의 참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헙! 하압! 하아아압!’ 각종 주문도 많이 배웠다. 모든 일을 시작하거나 끝낼 때는 기합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우리가 완성된 흙피리를 내거나, 낙엽을 낼 때도 일일이 기합 소리를 내셔서 혼비백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마 그건 기를 모으는 ,또는 기를 불어넣는 활동인 것 같다. 생각나는 주문 하나 ‘’산(이 단어는 배에 힘을 주고 크고 짧게) 조옿~고, 물(역시) 조옿~고, 얘 좋고, 쟤 좋고 어절사구 조옿~타!‘’
재주도 많으셨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 주세요~~‘’라는 주문으로 시작한 찰흙 길게 늘이는 작업은 정말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옆에서 보고 있던 3학년 홍준이가 ‘’와~ 중국집에서 면발 늘리는 것 같아. 이거 보니까 갑자기 짬뽕 먹고 싶다.‘’ 고 말해 한바탕 웃었다.
3) 흙피리 만들기
우리가 직접 만든 건 아니고 후두둑선생님이 만들어 놓으신 흙피리를 문질러 색을 냈다.
숟가락으로 한 시간 정도 문질렀는데 ‘’조금 문지르면 반짝거리고 , 조금 더 문지르면 내 얼굴이 비치고, 조금 더 문지르면 내 마음이 보이고, 조금 더 하면 옆 사람 얼굴이 보이고, 옆 사람 마음도 보이고, 나중에는 우주까지 보인다.‘’는 후두둑선생님 말씀을 듣고 열심히 문질렀다.
흙피리 모양이 여러 가지였다. 장수풍뎅이, 새, 조가비, 물고기... 마음에 드는 걸 한 가지씩 골랐다.
큰 피리도 있었는데 단소와 같은 구조여셔 소리 내기가 힘들고 ‘훈’이라고 부른다고 가르쳐 주셨다. 아이들에게는 소리의 높낮이가 구별되지 않고 호루라기 역할을 하는 ‘투룩(?)’이라는 흙피리가 좋다고 하셨다.
흙피리는 정말 문지를수록 색깔이 변했다. 점점 더 반짝거렸고 점점 더 검은 색에 가깝게 바뀌었다. 신기한 건 은수저로 문지른 건 은색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일반 수저와 은수저를 섞어서 사용하면 더 기묘한 색이 되었다. 피리의 입과 혀 부분을 문지르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하셔서 그 부분은 피하려고 노력했는데, 문지르다 보니 새 꼬리가 떨어지고, 장수하늘소 뿔이 떨어져 나가고, 물고기가 두 동강이 나는 등 작은 실수들이 생겨났다.그래도 참 재미있었고 1시간 동안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다 문지른 다음에는 흙피리를 불에 구워야 했다.
연료용 각목이 있었지만 자연의 나무가 피리 소리 내는데 좋다고 하셔서 나무를 주우러 뒷산에 올랐다. 산에는 밤송이가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나무 줍는 건 뒤로 하고 밤 줍기에 바빴다. 밤송이를 벌리자 그 속에 머리를 맞대고 들어 있는 밤톨! 예뻤다! 나중에 모아서 다 구워 먹었다. ‘’‘’‘’‘’‘’니들이 불 맛을 알아??????????‘’‘’‘’‘’‘
나무 줍기에서는 단연 정정님선생님이 돋보였다. 등산복 착용에 장갑까지 준비해 오셔서 우리가 한 두개 주워 올 때 나무를 한 짐 해 오셨다.
3) 점 심
흙피리가 구워지기 기다리는 동안 점심을 먹었다.
박순희 선생님은 점심 때문에 정말 고생하셨다. 원래는 근처 식당에서 먹기로 했는데 그 식당에서 사정이 생겨서 안 된다고 했단다. 여기 저기 전화하고 고민하다가 해오름 근처에 있는 비빔밥 집에 주문을 해서 겨우 해결했다고 했다. 그래서 갖가지 나물, 보리밥, 된장국, 물김치, 멸치조림, 고추장, 참기름, 양푼까지 다 버스로 실어 날랐다. 영등포에서 타신 선생님들이 정말 애 쓰셨다. 박순희 선생님의 수고는 말할 것도 없고. 무거운 건 청일점인 이희출 선생님이 도맡아 들어 주셨다고 했다.
작업대 위에 온갖 나물을 늘어놓고 뷔페식으로 각자 가져다가 큰 양푼에 쓱쓱 비벼 먹었다. 나무 주위에 빙 둘러 앉아, 또는 바위를 식탁 삼아 먹는 밥은 환상적이었다.
바람이 김치, 나무가 나물, 꽃이 반찬, 나비가 메뚜기가 청개구리가 손님..
정말 자연을 함께 비벼 먹은 비빔밥이었다.
다 먹고 남희숙 선생님이 끓여 오신 커피로 마무리를 했다. 물이 1리터나 들어가서 무겁게 들고 오신 귀한 커피였다. 정성과 함께 먹으니 그 맛이 안 좋을 수가 없었다. 선생님들이 준비해 오신 과일까지 먹고 나니 더 바랄 게 없었다.
음식이 많이 남아서 좀 걱정되기는 했지만 행복한 점심이었다.
4) 솟대 만들기
가지가 있는 나무를 구해 와서 모두 작업대에 꽂았다. 작업대에 작은 구멍이 여러 개 있었다. 그리고 후두둑선생님이 늘려 놓으신 찰흙을 작게 잘라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 나뭇가지에 꽂았다. 새도 만들고, 물고기도 만들고 새 둥지와 알도 만들고 동그란 열매도 만들어 걸었다. 시간이 지나자 작은 작업대가 숲으로 변했다.
5)흙피리 꺼내기
솟대를 만든 후에는 흙피리 굽기 마무리 작업으로, 나뭇잎을 주워 와서 불 속에 넣었다.
그리고는 드디어 흙피리를 불 속에서 꺼냈다. 거기에 따뜻한 물을 뿌려야 된다고 하셔서 모두 수돗물을 입에 넣고 가서 푸우~ 분수처럼 뿜었다.
흙피리는 넣을 때와는 딴판으로 변해 있었다.
후두둑선생님이 흙은 5000도가 넘는 불을 만나면 돌이 되고 1000도가 넘는 불을 만나면 도자기가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내 흙피리도 까만 쇠처럼 단단해 지고 색이 짙어졌다.
거기에 줄을 달아 목에 걸고 소리를 내 보았다. 운지법을 몰라서 연주를 할 수는 없었지만
맑은 소리가 멀리 퍼져 나갔다. 자꾸자꾸 불어보고 싶었다.
6) 아이들
오늘 온 아이들에게는 상 주고 싶었다. 말썽도 부리지 않고 조용히 잘 먹고 잘 놀고 잘 듣고, 작업도 잘했다. 제일 언니인 4학년 민지는 흙피리 문지르기를 정말 잘 했고, 박순희 선생님이 산만해서 걱정이라고 말씀하신 민재는 내가 보기에는 씩씩하고 적극적이어서 분위기를 잘 띄웠다. 전통문양을 보고 쓴 감상문이 화제가 되었던 시인 홍철이는 꽃잎을 이용해 솟대를 만드는 등 아이디어맨이었다. 아직 미혼인 김현경 선생님은 3살짜리 조카 혜철이를 데려왔다. 우리가 애기 보느라 아무 것도 못 할 거라고 잔뜩 겁을 줬는데 웬 걸 울지도 않고 떼쓰지도 않고 제일 잘 어울렸다. 낙엽 주운 걸 불에 넣다가 후두둑선생님 기합 소리에 놀라 울음 터뜨린 일 빼놓고는 한 번도 울지 않았다. 기특한 이모와 기특한 조카다.
엄마와 해오름 강의 들으러 여러 번 같이 와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세영이는 노래를 너무 잘해서 놀랐다. 긴 노래를 어떻게 외웠는지 가사 한 군데, 음 하나 틀리지 않고 해냈다. 언니 정원이는 해오름 선생님 모두에게 그림이나 글씨를 써서 한 장씩 돌렸다. 내게는 어떤 여자 아이가 그려진 그림을 줬다. ‘’이게 누구니?‘’ ‘’선생님이예요.‘’ ‘’내가 이렇게 예뻐? 고마워.‘’ 그리고는 가끔씩 와서 확인했다. ‘’선생님, 아직도 그 종이 가지고 계세요?‘’
엄마 닮아서 잘 생긴 성호, 성현이는 처음에는 쌍둥이인 줄 알았다. 성호는 차에서 노래를 한 곡 불렀는데 마이크가 앞 쪽으로 가 버리자 ‘’나 더 할 수 있는데.. 아는 노래 더 있는데..‘’하며 아쉬워했다. (김명선 선생님과 함께 온 성빈이는 저와 늘 멀리 떨어져 있어서인지 있었던 일이 잘 생각나지 않네요. 생각나는 일이 있는 분은 올려 주세요)
이 곳에는 메뚜기, 방아깨비, 사마귀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흐르는 작은 개울에는 물방개도 있었다.
3년 동안 같이 오셔서 거의 해오름 인솔교사가 다 된 운전기사님이 청개구리를 잡아 주셔서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등에 하트 모양이 있는 작은 청개구리였다.
새만한 크기의 검은 나비도 보았다.
아이들에게나 선생님들에게나 이 곳은 깊이 남을 것 같다.
***시간이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게 지나기 버려 바깥 놀이도 못 했고, 감자가 덜 익어서 감자를 못 먹은 것도 아쉬웠지만 오늘 하루 참 좋았습니다.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이 일어서 자연, 박형만 선생님, 후두둑선생님, 같이 간 선생님들, 아이들, 흙피리, 솟대, 비빔밥들이 출렁입니다. 술 한 잔 못한 것도 , 얘기를 많이 나누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겠지만 두고두고 풀어내면 되겠지요. 못 가신 선생님들도 두고두고 조금씩 같이 풀어요.
***오늘 가신 선생님들은 다음 주에 준비물이 있답니다. 흙피리 꼭 가져오시구요,
사진 찍은 분들은 사진방에 사진 올려 주시거나 못 올리시는 분들은 사진기를 가져 오세요.
1) 종합운동장 역 2번 출구
이 곳은 단체로 여행가는 사람들이 종종 모이는 곳인가 보다. 벌써 여러 대의 차량이 죽 늘어서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9시 20분이 넘어서자 선생님들이 한두 분씩 모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모두 손에손에 뭘 잔뜩 들고 계셨다. 정정님 선생님도, 김영예, 조현정 선생님도, 남희숙 선생님도..
“이게 뭐예요?‘’ ‘’커피예요.‘’ ‘’생수야.‘’ ‘’뜨가운 물‘’ ‘’보리차‘’
박순희선생님이 일일이 전화 걸어서 가져오라고 했단다. 뜨거운 물과 보리차는 어제까지 비가 와서 아이들이 추울까봐 준비한 거란다.
이 세심한 배려! 선생님들의 수고 덕분에 우리는 야외학습 내내 전혀 목마르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차가 도착할 때가 다 되었는데 ㅇ모 선생님 안 오셔서 걱정이 되었다. 알고 봤더니 잠실역 2번 출구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계셨단다. ㅇ선생님까지 합류하자 드디어 양평을 향해 출발!
2) 후두둑선생님
선생님 작업실 안에서 흙피리를 만들(?)었다. 작업실은 허름했지만 정감있고 독특했다. 화장실과 부엌이 함께 있었고,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은 잠글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 완전히 개방형 화장실이야.‘’
작업대 위에는 쇠로 만든 각종 타악기가 걸려 있었다. (뭐 뭐 였더라? 심벌즈? 징? 관찰력 부족..) 선생님은 말씀하시면서 심심하면 그걸 치셨다. 소리가 하도 커서 깜짝 깜짝 놀랐다. 그런데 야외 학습 내내 수십 번도 더 놀랐기 때문에 그건 그냥 시작에 불과했다.
선생님 모습도 독특했다. 헝클어진 긴 머리를 아무렇게나 뒤로 묶고 감물 들인 한복을 입으시고, 나이를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후두둑 선생님을 부를 때는 선생님이라고 하면 안 되고, 아저씨라고 해도 안 되고, 그냥 머리를 숙였다가 치켜 들면서 ‘’후두둑!‘’하고 소리 내라고 가르쳐 주셨다.
선생님 입에서 말문이 터지자 놀라웠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그 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흙피리 연주에 대해, 사람의 소리통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셨는데 나중에는 그게 이야기로 둔갑해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똥, 방구 이런 단어를 많이 쓰셔서 아이들이 계속 깔깔댔고,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더 재미있어했다.
솟대 만들기 전에 찰흙을 가지고 보여 주셨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새가 눈 똥에서 시작해서 나무가 자라고 다시 그 나무가 흙으로 돌아간 이야기 , 티라노사우루스를 따라 다니던 웃기리우스 공룡 이야기.. 이야기가 무궁무진했다. 그냥 생활 속에서, 상황에 따라 흘러 나오는 이야기들, 저런 것이 진짜 우리 옛이야기의 참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헙! 하압! 하아아압!’ 각종 주문도 많이 배웠다. 모든 일을 시작하거나 끝낼 때는 기합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우리가 완성된 흙피리를 내거나, 낙엽을 낼 때도 일일이 기합 소리를 내셔서 혼비백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마 그건 기를 모으는 ,또는 기를 불어넣는 활동인 것 같다. 생각나는 주문 하나 ‘’산(이 단어는 배에 힘을 주고 크고 짧게) 조옿~고, 물(역시) 조옿~고, 얘 좋고, 쟤 좋고 어절사구 조옿~타!‘’
재주도 많으셨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 주세요~~‘’라는 주문으로 시작한 찰흙 길게 늘이는 작업은 정말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옆에서 보고 있던 3학년 홍준이가 ‘’와~ 중국집에서 면발 늘리는 것 같아. 이거 보니까 갑자기 짬뽕 먹고 싶다.‘’ 고 말해 한바탕 웃었다.
3) 흙피리 만들기
우리가 직접 만든 건 아니고 후두둑선생님이 만들어 놓으신 흙피리를 문질러 색을 냈다.
숟가락으로 한 시간 정도 문질렀는데 ‘’조금 문지르면 반짝거리고 , 조금 더 문지르면 내 얼굴이 비치고, 조금 더 문지르면 내 마음이 보이고, 조금 더 하면 옆 사람 얼굴이 보이고, 옆 사람 마음도 보이고, 나중에는 우주까지 보인다.‘’는 후두둑선생님 말씀을 듣고 열심히 문질렀다.
흙피리 모양이 여러 가지였다. 장수풍뎅이, 새, 조가비, 물고기... 마음에 드는 걸 한 가지씩 골랐다.
큰 피리도 있었는데 단소와 같은 구조여셔 소리 내기가 힘들고 ‘훈’이라고 부른다고 가르쳐 주셨다. 아이들에게는 소리의 높낮이가 구별되지 않고 호루라기 역할을 하는 ‘투룩(?)’이라는 흙피리가 좋다고 하셨다.
흙피리는 정말 문지를수록 색깔이 변했다. 점점 더 반짝거렸고 점점 더 검은 색에 가깝게 바뀌었다. 신기한 건 은수저로 문지른 건 은색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일반 수저와 은수저를 섞어서 사용하면 더 기묘한 색이 되었다. 피리의 입과 혀 부분을 문지르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하셔서 그 부분은 피하려고 노력했는데, 문지르다 보니 새 꼬리가 떨어지고, 장수하늘소 뿔이 떨어져 나가고, 물고기가 두 동강이 나는 등 작은 실수들이 생겨났다.그래도 참 재미있었고 1시간 동안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다 문지른 다음에는 흙피리를 불에 구워야 했다.
연료용 각목이 있었지만 자연의 나무가 피리 소리 내는데 좋다고 하셔서 나무를 주우러 뒷산에 올랐다. 산에는 밤송이가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나무 줍는 건 뒤로 하고 밤 줍기에 바빴다. 밤송이를 벌리자 그 속에 머리를 맞대고 들어 있는 밤톨! 예뻤다! 나중에 모아서 다 구워 먹었다. ‘’‘’‘’‘’‘’니들이 불 맛을 알아??????????‘’‘’‘’‘’‘
나무 줍기에서는 단연 정정님선생님이 돋보였다. 등산복 착용에 장갑까지 준비해 오셔서 우리가 한 두개 주워 올 때 나무를 한 짐 해 오셨다.
3) 점 심
흙피리가 구워지기 기다리는 동안 점심을 먹었다.
박순희 선생님은 점심 때문에 정말 고생하셨다. 원래는 근처 식당에서 먹기로 했는데 그 식당에서 사정이 생겨서 안 된다고 했단다. 여기 저기 전화하고 고민하다가 해오름 근처에 있는 비빔밥 집에 주문을 해서 겨우 해결했다고 했다. 그래서 갖가지 나물, 보리밥, 된장국, 물김치, 멸치조림, 고추장, 참기름, 양푼까지 다 버스로 실어 날랐다. 영등포에서 타신 선생님들이 정말 애 쓰셨다. 박순희 선생님의 수고는 말할 것도 없고. 무거운 건 청일점인 이희출 선생님이 도맡아 들어 주셨다고 했다.
작업대 위에 온갖 나물을 늘어놓고 뷔페식으로 각자 가져다가 큰 양푼에 쓱쓱 비벼 먹었다. 나무 주위에 빙 둘러 앉아, 또는 바위를 식탁 삼아 먹는 밥은 환상적이었다.
바람이 김치, 나무가 나물, 꽃이 반찬, 나비가 메뚜기가 청개구리가 손님..
정말 자연을 함께 비벼 먹은 비빔밥이었다.
다 먹고 남희숙 선생님이 끓여 오신 커피로 마무리를 했다. 물이 1리터나 들어가서 무겁게 들고 오신 귀한 커피였다. 정성과 함께 먹으니 그 맛이 안 좋을 수가 없었다. 선생님들이 준비해 오신 과일까지 먹고 나니 더 바랄 게 없었다.
음식이 많이 남아서 좀 걱정되기는 했지만 행복한 점심이었다.
4) 솟대 만들기
가지가 있는 나무를 구해 와서 모두 작업대에 꽂았다. 작업대에 작은 구멍이 여러 개 있었다. 그리고 후두둑선생님이 늘려 놓으신 찰흙을 작게 잘라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 나뭇가지에 꽂았다. 새도 만들고, 물고기도 만들고 새 둥지와 알도 만들고 동그란 열매도 만들어 걸었다. 시간이 지나자 작은 작업대가 숲으로 변했다.
5)흙피리 꺼내기
솟대를 만든 후에는 흙피리 굽기 마무리 작업으로, 나뭇잎을 주워 와서 불 속에 넣었다.
그리고는 드디어 흙피리를 불 속에서 꺼냈다. 거기에 따뜻한 물을 뿌려야 된다고 하셔서 모두 수돗물을 입에 넣고 가서 푸우~ 분수처럼 뿜었다.
흙피리는 넣을 때와는 딴판으로 변해 있었다.
후두둑선생님이 흙은 5000도가 넘는 불을 만나면 돌이 되고 1000도가 넘는 불을 만나면 도자기가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내 흙피리도 까만 쇠처럼 단단해 지고 색이 짙어졌다.
거기에 줄을 달아 목에 걸고 소리를 내 보았다. 운지법을 몰라서 연주를 할 수는 없었지만
맑은 소리가 멀리 퍼져 나갔다. 자꾸자꾸 불어보고 싶었다.
6) 아이들
오늘 온 아이들에게는 상 주고 싶었다. 말썽도 부리지 않고 조용히 잘 먹고 잘 놀고 잘 듣고, 작업도 잘했다. 제일 언니인 4학년 민지는 흙피리 문지르기를 정말 잘 했고, 박순희 선생님이 산만해서 걱정이라고 말씀하신 민재는 내가 보기에는 씩씩하고 적극적이어서 분위기를 잘 띄웠다. 전통문양을 보고 쓴 감상문이 화제가 되었던 시인 홍철이는 꽃잎을 이용해 솟대를 만드는 등 아이디어맨이었다. 아직 미혼인 김현경 선생님은 3살짜리 조카 혜철이를 데려왔다. 우리가 애기 보느라 아무 것도 못 할 거라고 잔뜩 겁을 줬는데 웬 걸 울지도 않고 떼쓰지도 않고 제일 잘 어울렸다. 낙엽 주운 걸 불에 넣다가 후두둑선생님 기합 소리에 놀라 울음 터뜨린 일 빼놓고는 한 번도 울지 않았다. 기특한 이모와 기특한 조카다.
엄마와 해오름 강의 들으러 여러 번 같이 와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세영이는 노래를 너무 잘해서 놀랐다. 긴 노래를 어떻게 외웠는지 가사 한 군데, 음 하나 틀리지 않고 해냈다. 언니 정원이는 해오름 선생님 모두에게 그림이나 글씨를 써서 한 장씩 돌렸다. 내게는 어떤 여자 아이가 그려진 그림을 줬다. ‘’이게 누구니?‘’ ‘’선생님이예요.‘’ ‘’내가 이렇게 예뻐? 고마워.‘’ 그리고는 가끔씩 와서 확인했다. ‘’선생님, 아직도 그 종이 가지고 계세요?‘’
엄마 닮아서 잘 생긴 성호, 성현이는 처음에는 쌍둥이인 줄 알았다. 성호는 차에서 노래를 한 곡 불렀는데 마이크가 앞 쪽으로 가 버리자 ‘’나 더 할 수 있는데.. 아는 노래 더 있는데..‘’하며 아쉬워했다. (김명선 선생님과 함께 온 성빈이는 저와 늘 멀리 떨어져 있어서인지 있었던 일이 잘 생각나지 않네요. 생각나는 일이 있는 분은 올려 주세요)
이 곳에는 메뚜기, 방아깨비, 사마귀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흐르는 작은 개울에는 물방개도 있었다.
3년 동안 같이 오셔서 거의 해오름 인솔교사가 다 된 운전기사님이 청개구리를 잡아 주셔서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등에 하트 모양이 있는 작은 청개구리였다.
새만한 크기의 검은 나비도 보았다.
아이들에게나 선생님들에게나 이 곳은 깊이 남을 것 같다.
***시간이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게 지나기 버려 바깥 놀이도 못 했고, 감자가 덜 익어서 감자를 못 먹은 것도 아쉬웠지만 오늘 하루 참 좋았습니다.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이 일어서 자연, 박형만 선생님, 후두둑선생님, 같이 간 선생님들, 아이들, 흙피리, 솟대, 비빔밥들이 출렁입니다. 술 한 잔 못한 것도 , 얘기를 많이 나누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겠지만 두고두고 풀어내면 되겠지요. 못 가신 선생님들도 두고두고 조금씩 같이 풀어요.
***오늘 가신 선생님들은 다음 주에 준비물이 있답니다. 흙피리 꼭 가져오시구요,
사진 찍은 분들은 사진방에 사진 올려 주시거나 못 올리시는 분들은 사진기를 가져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