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은 콩>

                -고희경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콩
나의 밥공기 속에 들어오면
이리 떼굴 저리 떼굴 굴러다니다
쌀 떠난 공기 속에 덩그라니 남곤 하지

어쩌다 운이 좋은 콩들은
나의 밥공기 속에서
아빠 입으로 엄마 입으로
탈출을 성공하기도 하지만

정말 운 좋은 콩은
함께 있던 쌀 친구들과 섞여
나의 입으로 골인하는 콩
찡그린 내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몸에 남아 콩이 할일 다 하는 것

정말 운 좋은 콩이 아니라면
제발 나의 밥공기엔
들어오지 말아줘.


<              >

                -박경화

작은 아이 울면서 매달리는 걸
떼놓고 해오름에 왔다.
콩 관찰하고 시를 써보란다.

몸은 여기 있는데
눈은 작은 아이 옆에 떼 놓고 왔나 보다.
콩이 자꾸 작은 아이로 보인다.
토실토실한 엉덩이
화나서 꽉 다문 입술 같은 씨눈.
똘망똘망 야무진 뒷통수.
통통한 볼.
피부,
아이 눈물 방울 같은.

휴. 자꾸 헛 것이 보인다.
얼렁 가서 꼭 안아주고 이 콩알 손에
쥐어줘야지.
저녁엔 작은 아이 좋아하는
두부지짐 해 먹어야겠다.


<콩 한 알>
                
                -한재용

어머니가 궁금할 때 먹으라며
콩을 볶아주셨다.
볶은 콩을 먹다가
콩알 하나가
코 속으로 쑥 들어갔다.
킁킁 킁킁.
눈물나게 내쉬어도
안나와서 답답하다.
킁킁킁킁
눈물나게 내쉬어도
안나와서 답답하다.
킁킁 킁킁
한참을 애쓰다가
콧물에 분 콩이
쏙 빠져 나왔다.
휴-
살았다.


<콩을 닮고 싶은 마음>

                -백영신

둥글고 조그만 콩.
그래서 변신도 잘 하는구나.
밥에 얹으면 콩밥.
볶아서 가루를 내면 떡가루.
불려서 삶아 곱게 갈면 콩물.
국수를 말면 콩국수.
두부도 되고,
콩나물도 되고,
콩자반도 되고.
얼마 전부터 아이는 콩을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아이 얼굴이 콩같이 예쁘다.
나도 너를 닮고 싶구나.
많은 이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기에.


<콩에 얽힌 눈물나는 이야기>

                -안현주

쬐그맣고 통통한 아기 적에
마당을 벅벅 기어다니다
뙤약볕 아래 바짝 마른 메주 콩들을
마구마구 집어 먹었대요

밤새 배앓이 하느라
앙앙 울어대고
농사 일에 지친 엄마는
한숨도 못 자고 안절부절했대요

마침내 아기의 배를
떼굴떼굴 굴러다니며 못살게 굴던 콩들이
싸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엄마는 웃음이 터져나왔대요


<콩밥>

                -탁윤란

자, 콩밥 먹자!
비릿해서 싫어요

그럼 콩튀김 해줄까?
딱딱한 콩 때문에 이빨 아퍼요

그러지 말고 나처럼 먹어봐. 아-
에잇, 콩 때문에 밥까지 콩맛나요

이상하다 이렇게 고소하고 맛있는데...
나도 엄마되면 콩밥이 맛있을까요?


<콩>

                -박진욱

콩콩콩 통통통 똑또르르
작고 맑은 소리가
나의 귀를 즐겁게 합니다.

콩밥, 콩떡, 콩국수, 콩자반
고소한 냄새가
나의 코와 입을 즐겁게 합니다.

동글고 딱딱하고 예쁜 색이
바라보는
나의 논을 즐겁게 합니다.

또르르르 굴러가는 콩
잡으려고 쫓아다니는
나의 손이 즐거워 합니다.

콩도 나를 만나
나만큼 즐거웠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콩>

                -장유정

동글동글 동글동글
참 동그랗다

그 누구의 헤꼬지에도
주눅들지 않고
동글동글 동글동글 웃어보인다

콩알콩알 콩알콩알
참 조그맣다

그 누구의 잘난체에도
주눅들지 않고
콩알콩알 콩알콩알 튀어오른다


<만능 콩>

                -구선옥

흉내내기 좋은 너
둥글둥글
반질반질
탱글탱글
흉내내기 알맞은 말을 많이 가진 너
듣기 좋은 모양을 갖추고 있구나!

맛도 내기 좋은 너
밥, 된장, 청국장, 국수, 두유에
여러 가지 진가를 발휘하는 구나!

놀이하기에 좋은 너
젓가락질 놀이 하기 좋지!
숫자 놀이 하기 좋아
넌 쓰임도 많구나!
넌 여러모로 우리의 친구야!


<콩>

                -최민화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말이 있지
아마도 정직하게 살라는 말이겠지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