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종합운동장 2번 출구로 올라가면서 내심 불안했다.
왠지 이곳이 아닐 것 같은 느낌, 확인 또 확인을 했지만 보이는 이 없어 혹 잠실역이면 어쩌나.
정각 8시 30분 우리가 맨 꼴찌다.
버스에 올라타자 낯익은 얼굴들.
살림학교 선생님이 뒷줄부터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하셨다.
선생님 한 번 보고 아이들 한 번 보고. 모두 흐트려 놓고 같은 형제 자매 찾기, 엄마 알아맞추기 하면  어떨까!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요 그림자라는 걸 실감했다.
그동안 배웠던 노래부르고,실뜨기도 했는데 새로운 방법이다. 맨뒤에 앉아서 몇 번 해보다가 멀미가 심해 집중을 못했다.

<냇가는 없고 도랑만>
"학교 옆에 냇가가 있으니 여벌 옷을 꼭 가지고 오세요."
짐을 풀고 냇가로 갔다. 어른들 눈높이로는 암만 봐도 도랑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주저없이 들어간다.
마니샘, 경주샘, 호샘은 전날 내려와서 고무신 신고 땀이 베인 얼굴로 초등 34기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예술가 풍 관리 아저씨랑 이국적인 개 두 마리도 함께.

<숟가락 변주곡>
도자기 교실에서 '탁본'을 했다.
"비닐을 올려서 하면 밀리지 않아서 좋아요."
"숟가락을 리듬감 있게 두드려 주세요."
눈치껏 옆에 아이들을  따라 해 본다.
정사각형 손수건을 반 접는다. 그 속에다 골라온 들풀을 모양있게 놓는다.(애기똥풀을 처음 보았다.)
그 위에 비닐을 올려놓는다. 숟가락 끝을 가볍게 붙잡고 힘있게 정성껏 두드리면 촛농이 번지는 것처럼 색이 스며든다.
우리 큰 아이는 자존심이 강해서 남이 하는 걸 따라하지 않는다. 빈 공간이 많은 자기 손수건을 보면서
"다음에는 줄기와 이파리들까지 넉넉하게 가져와서 해야지"
모두의 작품들을 돌마당에 널어 놓았다. 밥먹을 때만 썼던 숟가락의 힘은 위대했다.

<하울의 움직이는 수레>
  일단 해오름에 몸담고 있으면 예술가가 되나보다. 버스기사 아저씨까지.    
운동장에 수레가  있다.
아이들 하나 둘 씩 모여 모두 타니 기사 아저씨가 끌고 마니샘이 뒤에서 민다.
딴 딴 딴 딴 딴 딴 ~~~~.
그래 하울이다. 저모습은.
하울의 움직이는 수레다. 먼저 타겠다고 싸우지도 않고 자기네끼리 알아서 수레를 끄는아이, 뒤에서 미는 아이
아이들이 웃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웃음꽃을 피웠다.

이 세상에 아이들이 없다면- 안 도 현

어른들도 없을 것이다.
어른들이 없으므로 교육도 없을 것이다.
교육이 없으므오 교과서도 없을 것이다.
교과서가 없으므로 시험도 없을 것이다.
시험이 없으므로 대학교도 없을 것이다.
대학교가 없으므로 고등학교도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가 없으므로 중학교도 없을 것이다.
중학교가 없으므로 국민학교도 없을 것이다.
국민학교가 없으므로 운동장도 없을 것이다.
운동장도 없으므로 미끄럼틀도 없을 것이다.
미끄럼틀을 타고
매일 매일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부신 하느님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 식사 기도문>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음식을 남기지 않고 골고루 잘 먹겠습니다.'
'이 음식 먹고 참되게 살겠습니다'                  복창을 하고 상이 차려질 때 까지 돌림노래를 불렀다.
  어제가 말복이어서 삼계탕과 치킨을 나름대로 먹었다 자부했는데 진짜는 여기 있었다.
맛있는 걸 먹어본 사람은 알리라. 뒤끝의 충만함을.
어느새 민정샘과 연화샘은 식당에서 뒷 설거지를 경주샘과 함께했고 교장실에서  가져온 커피로 뒷담화를
시작했다.
  예술풍 관리인 아저씨는 이 학교의 교장이자,마니샘 동생,그리고 화가이며 솟대만들기를 알려주실 분이다.
식당 아주머니는  교장선생님 안사람으로 도예가. 도또짱만 있으면 되겠다.

<하늘을 나는 청둥오리- 솟대>
솟대는 솟아 있는 장대라 하는데 농사를 짓기 시작할 때 부터 있었다.
솟대의 동물은 오리, 그 중에서 청둥오리가 대부분이다. 솟대가 가리키는 방향은 한양인데 마을 사람들 기를
모아 시험보러 가는 선비에게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 안내판 역할도 한다.
솟대를 만들때는 칼잡는 요령이 중요하다.
연필깎기나 샤프를 즐겨쓰는 요즘 아이들에게 칼 다루기와 정교한 깎기는 쉽지 않다. 비싼 기계 장난감은
부품 하나만 없어도 관심이 떠나지만 내가 만든 나무조각은 없으면 없는대로 소중하게 여긴다.

*노작활동- 본보기와 모방
초등 아이들은 아무리 뛰어난 선생님이 계셔도 선생님 보다는 아이들 한테 배웁니다.
선생님 설명은 다 흘러가나 봅니다.
"내가 얘기해 줬잖아 근데 이거 왜 몰라"하면 아이들은 움츠려듭니다.
옆 짝꿍은 진도 나가는데 못 할 것 같은 막막함.  해보면 별거 아니라는 것을, 다 한다음 작은 성취감을 주려면
말 귀 빨리 알아듣는 친구 것을 따라 하면서 늦더라도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몸으로 습득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겠습니다.

* 멀미때문에 그 후로는 가물가물 작은 아이 일기로 오늘 소감을 대신합니다
.
   2006년 8월 11일 금요일
   <해오름>
오늘 아침에 강원도 횡성에 갔다.
나는 냇물에서 물놀이 했다.
나는 물놀이를 하고 점심을 먹었다.
수레차를 탔는데 참 재미 있었다.
다음에도 강원도 횡성에 또 가고 싶다.
거기에서 솟대도 만들었다.
솟대 만드는 건 재밌고, 손놀림을 잘하게 해준다.

*다음 차시 안내
- 문패 아크릴 물감 칠해서 가져오기
- 문양공책, 나무관찰 공책 가져오기
- 모두모여 점심 같이 먹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