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이연희  첨부파일

Subject  아침 해오름 오는 길에...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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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날보다 좀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참 특이한 일 두가지를 보았습니다.

그 하나.
전철을 타려고 계단을 여유롭게 걸어가는데 분명 조금 아까 내 앞에 있었던 것 같은데 웬 젊은 애가 휙 지나가더군요.
뭔가 신발에 바퀴가 달린 것 같아 바쁘게 쫓아가 봤지요.
옆에 서서 표 나지 않게 살짝 보는데 잘 보이지 않는거예요.
그래서 하는 수없이 뭘 줍는 척하고 머리를 숙여 보니 발 뒤쪽에 바퀴 하나가 달렸더군요.
아하 그렇구나.
언젠가 하도 먼 길을 가다 신발에 바퀴가 달리면 얼마나 좋을까했는데 어느새 롤로브레이드가 나오고 퀵보드가 나오고 그럼 내가 본 그 신발 이름은? 롤로 슈즈?
아무튼 워낙 시대에 뒤떨어져 사는지라 무지 신기했지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영등포 구청역에 내렸는데 뒤에서 계속 외국 사람들이 얘기를 하더군요. 물론 알아듣지는 못했지요.
거기서 특이한 일 둘.
한 사람은 백인 또 한 사람은 흑인이었는데 둘다 아줌마 같아보였는데 치마입고 배낭 메고 그런데 그 배낭이 우리가 보통 드는 작은 배낭이 아니라 산에 갈 때 드는 아주 큰 배낭이더군요.
다시또 호기심이 발동해 따라갔더니 손에 포스트코 할인점 카드를 들고 가더군요.
그제서야 장 보러 가는지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큰 배낭에 물건을 다 넣으면 어떻게 들고가지?
전철을 타고 온 것 같은데 물건 값이 싸서 온 걸까? 물건이 좋아서 일부러 온 걸까?
아침부터 오지랍넓게 남의 일 신경쓰다보니 어느새 사무실 앞에 와 있더군요.
그냥 무심히 지나치면 아무 생각이 없을 것 같은데 왠지 가슴 한 구석이 뻥 뚫린 것 같기도 하고 이 세상은 참 각기 다른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들 자기의 가치관대로 편한 길을 찾기도 하고 어려워도 자기 길을 가기도 하고...
어제 저녁 뉴스에서 본 그저 착하게만 살아온 할머니 할아버지의 눈물이 겹쳐집니다.
태풍이 또 오려나 바람이 많이 붑니다.
생각이 많은 아침 출근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