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2007학년도 정시 논술문제


                                                      박형만(해오름 살림일꾼)


논제 : 지식정보화 시대에 우리 사회 각 영역은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가?

【제시문 가】는 우리 사회 각 영역, 특히 기업, 가족, 정부의 변화를 진단하고 있다.
【제시문 나】는 어느 학자가 미국 사회 내 해당 영역의 변화 속도를 수치화하고 이를 분석한 것으로서, 가장 빨리 변화하는 영역의 속도를 시속 100마일로 설정하고 있다.

※ 주어진 논제에 대한 글을 쓸 때 다음의 조건을 만족시킬 것.

1.【제시문 가】의 내용을 【제시문 나】의 내용에 비추어 논하라. 그 과정에 미국 사회와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를 비교하라.
2. 예화 1, 2, 3을 사회의 변화 속도와 연관 지어 그 의미를 파악하라.
3. 세 개의 예화 가운데 하나를 택하고 그 입장에 서서 기업, 가족, 정부의 변화 속도를 예측하고 그 이유를 밝히라.

【제시문 가】
오늘날 세계는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변화 폭도 넓기 때문에, 변화의 흐름에 한번 뒤떨어지면 이를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다각적인 검토를 통하여 변화의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1997년을 전후로 하여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겪었던 외환 위기도 무한 경쟁의 흐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또한 급속한 산업화로 인하여 환경 파괴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하였듯이, 미래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등장할 수 있다. 따라서 치밀한 준비를 통하여 이와 같은 문제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1. 기업
우리나라가 1960~70년대에 정부 주도의 경제 개발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원의 배분은 경제 논리보다는 정치 논리에 의해 좌우되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정치 권력과 기업이 유착되는 경우도 있었고, 그것이 곧 기업 경영의 불투명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개방화 시대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의 경영과 회계 전반에 걸쳐 국제적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각 나라의 지역적 특수성이 곧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문화 예술 분야에서와는 달리 기업 경영에서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나 관행이 더 이상 통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2. 가족
오늘날 급속한 사회 변화로 인해 가족생활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족 규모가 축소되고 생활수준이 향상되었으며, 가족 구성원 간에도 민주적이고 평등한 인간관계가 보편화되었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들의 개성과 창의성이 중시되고,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는 긍정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혼과 재혼이 늘어나고 많은 여성들이 경제 활동에 참여하면서 자녀 양육과 교육에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핵가족화, 이혼 및 취업 여성의 증가 등으로 노인 부양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실업과 빈곤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 자녀 교육으로 인한 ‘기러기 아빠’의 등장과 같은 문제가 생겨나기도 한다.

3. 정부
우리 정부는 과거 경제 성장 과정에서 각종 규제를 만들어 국민 생활과 기업 활동에 크게 개입하여 왔으나, 이제는 민간의 창의와 자발적 참여를 통한 경제 성장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를 위하여 정부는 최근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비대한 행정 조직 및 관료 조직을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공직 사회의 부조리 등을 청산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IT 기술을 활용하여 행정 활동의 모든 과정을 혁신함으로써, 정부의 업무 처리를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개선하고, 국민에게 질 높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 정부(e-government)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제시문 나】
지식정보화 시대에서는 지식과 정보가 사회의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지식과 정보를 생산, 소유, 활용하는 역량에 따라 개인과 집단의 부와 명예가 크게 달라진다.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세계 각국은 선진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각기 다른 속도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데 선진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선진 사회가 필요하다. 모든 경제는 그것이 속한 사회의 산물이고 사회의 주요 제도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세계 어디서나 봉건 시대의 제도들은 산업 발전을 가로막았다. 마찬가지로 산업 시대의 관료주의는 지식 기반 시스템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 미국의 현실 역시 다르지 않다. 오늘날 미국의 주요 제도의 변화 속도를 자동차 속도에 비유하여 다음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

  1. 기업: 시속 100마일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기술 혁신, 즉각적이고 더 큰 만족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 게다가 시장에서의 경쟁으로 인해, 기업들의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그리고 공급  업체와 유통 업체에게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신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변화할 것을 강요한다. 금융 부문 역시 기술의 발전, 새로운 규율, 다각화되는 시장, 재무 상태의 변화에 반응하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한다. 그러나 기업의 구조 조정 또는 인수 합병으로 인해 배고픈 실업자, 우울한 투자자가 생겨나기도 한다.

2. 가족 : 시속 60마일
오늘날 미국에서 직장인 아버지, 전업 주부인 어머니, 그리고 18세 미만의 두 자녀로 정의되는 핵가족은 25% 미만이다. 편모나 편부 가정, 동거하는 커플, 이전의 혼인 관계에서 생긴 아이들을 양육하는 가정, 최근에 합법화된 동성 결혼 등 여러 유형의 가족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회 제도 중에서 가장 늦게 변하는 가족 제도가 수십 년 사이에 급격하게 달라졌다. 한편 기업의 일부 기능이 기업 외부로 이전됨에 따라 가정도 기업의 기능을 받아들였고, 파트타임이나 풀타임으로 재택 근무하는 사람이 이미 수 천만 명을 넘어섰다. 디지털 혁명이 쇼핑, 투자, 주식 거래 등을 집안에서 해결하게 만들었다.

3. 정부 : 시속 25마일
지난 수십 년간 각종 비판을 받으면서도 변화를 지연시킨 관료제 정부 조직이 시민의 일상 업무를 간섭하고 있다. 정부 조직은 천천히 변화할 뿐만 아니라 빠르게 바뀌는 시장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기업의 변화를 늦춘다. 정부의 의사 결정이 지지부진하여 도로 건설 계획 하나를 승인받는 데 7년 이상이 걸린다. 그리고 정부는 부패를 방지하고 공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의회의 승인을 받아 예산을 집행한다. 그러다 보니, 예컨대 20년 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5년 단위로 집행되는 15개년 방위 계획 프로그램을 운용하려고 할 때, 예산은 1년 단위로 확보되고 이를 관리하는 인력은 3년 계약직에 불과한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예화 모음】

[예화 1]
식물들을 관찰해 보면 제 나름의 시간과 속도로 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채송화는 낮에 잠깐 피었다 시들지만 소나무는 사시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는다. 코스모스는 라일락만큼 향기는 없지만 서로 다른 계절에 꽃을 피워 우리를 즐겁게 한다. 또한 복숭아나무와 사과나무는 동시에 열매를 맺지 않는다. 이처럼 식물들은 서로 다른 시간에 다른 속도로 자라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꽃을 피우는 시기도 열매를 맺는 계절도 다르지만 이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자연을 이룬다.

[예화 2]
돌고래들은 떼를 지어 움직일 때 마치 한 마리가 행동하듯이 같은 속도로, 같은 몸짓으로 헤엄친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다음과 같이 추측해 볼 수 있다. 우선 여러 마리의 돌고래가 한 몸인 것처럼 움직임으로써 아주 거대한 동물인 것처럼 보이게 하여 포식자로부터 자신들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 또한 돌고래가 무리지어 헤엄치게 되면 각각의 돌고래가 받는 물의 저항이 줄어들게 되어 힘들이지 않고 멀리 이동할 수 있고, 돌고래들 사이의 의사 소통도 용이해진다.

[예화 3]
아프리카에 사는 산양의 일종인 ‘스프링복’들은 처음에는 풀을 뜯으며 평화롭게 무리를 지어 움직이지만 앞서가는 양들이 풀을 뜯어먹어 버리면 뒤따르는 양들이 먹을 것이 없어지기 때문에 풀을 차지하기 위하여 앞 다툼을 벌인다. 그래서 양들이 모두 조금씩 빨리 달리기 시작한다. 뒤따르는 양들이 속력을 내어 달려오므로 앞서가는 양들은 더 빨리 달리게 되고 결국은 양떼 전체가 앞을 다투어 전속력으로 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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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제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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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의도 살펴보기

  지난 1월16일 치러진 2007학년도 서울대학교 정시 논술 문제는 최근 서울대가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주제와 질문 방식에서는 나름의 일관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정시에서는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도달할 수 있는가?”를 질문하였는데, 2006년에는 “경쟁의 공정성과 경쟁 결과의 정당성”을, 올 해는 “지식정보화 시대에 우리 사회 각 영역은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가?” 를 질문함으로써 사회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체계가 어떠해야 함을 묻고 있다.
2005학년도 정시에서는 제시문 파악이 쉽지 않아 난이도가 무척 높아 보였지만 지난 해와 올 해 논제에서는 제시문을 일상성에서 끌어 왔고, 특히 교과서나 베스트셀러 혹은 동화나 예화를 인용함으로써 제시문 독해에서는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제시문 독해가 쉬워진 반면 요구 사항이 까다로워졌고 주어진 제시문 양과 다양한 질문이 이루어져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문제 구성은 지난 해 논제와 거의 유사했다. 2006학년도 논술 문제가 제시문과 사례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던 것처럼 이번 문제 역시 제시문과 예화로 나뉘어 출제되었다. ‘지식 정보화 시대의 사회 변화’라고 하는 주제 역시도 학생들에게 낯선 것이라 볼 수 없다. 또 제시문이 일곱 편에서 두 편으로 줄었고, 제시문 자체 독해 난이도도 낮아졌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논제에서 요구한 조건들이 보다 많아진 동시에 복잡해졌다. 제시문 (가)와 (나)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비교분석해야 할 뿐 아니라 예화 1,2,3을 주요논점에 적용하여 의미를 파악해야 하며, 또한 예화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 관점에서 기업, 가족, 정부의 변화 속도를 예측하고 그 이유를 밝혀야 하는 등 모든 제시문이 서로의 상관성과 의미망으로 연결하여 풀어내어야 하는 어려움이 주어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주어진 시간이 세 시간 이내였고, 질문 수도 크게 세 가지를 중심으로 그 안에 다시 세밀한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하므로 학생들이 답안을 작성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문제였다.
이 논제에서는 ‘지식정보화 시대’에 ‘우리 사회 각 영역’은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가?’를 질문하고 있으므로 지식정보화 시대에 대한 성찰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떤 변화 속도를 가지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를 해명하고 분석해야 하는 논점이 주어진 셈이다. 결국 학생들에게 우리 사회가 거시적 측면에서 어떤 패러다임이나 담론을 사회적 의제로 삼아야 하는 지를 묻고자 하는 것이고, 우리 사회 변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 분초를 다투며 생산되고 소비되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내일은 이미 낡고 효용성이 퇴색하여 쓰레기로 버려지는 현실이다. 따라서 나날이 변화해 가는 지식과 정보가 우리 삶을 주도해 가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변화 속도가 바람직한지, 아니면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에 둔감하여 정치 경제 사회 영역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 않은지를 분석해 보라는 것이다. 결국 이 논제는 지식정보가 주도해 나가는 현대사회의 거대한 변화 흐름 속에 우리 사회가 어떤 대응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태도에 어떤 성찰이 필요한 것인가를 물음으로써 학생들이 사회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통합적 사고 능력이 어떠한가를 질문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시문 및 논점 분석

<제시문 가>

  <제시문 가>는 우리 사회의 각 영역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모습을 진단하는 내용으로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발췌한 것이다. 우선 (가)에서 전제된 내용은 이러하다. 매우 빠른 변화 속도가 세계를 주도해 가고 있으므로 변화 흐름을 정확히 읽고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나라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지난 1997년 전후로 격은 외환위기는 세계의 무한경쟁흐름을 읽어내지 못해 초래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것은 한 국가의 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변화의 속도이며 이러한 흐름을 읽어낼 수 있었을 때 국가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다른 한 편으로는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환경 파괴를 비롯하여 예상치 못한 사회적 문제들도 변화해 가는 속도의 부산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속도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치밀하게 예상하고 계획해냄으로써 미래에 다가 올 재앙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따라서 급속하게 변화해가는 세계 현실에서는 국내외 문제를 비롯하여 인류 전반의 문제가 속도에 의해 발생하므로 속도에 따른 변화를 읽어내고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1. 기업
세계화·개방화 시대에서의 기업 경영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제도나 관행이 절대적 통용조건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1960~70년대 우리나라는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의해 자본이 배분되어 정경유착과 기업 경영의 불투명성이 관행으로 이어졌고 이것은 개방화 시대에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글 요지는 우리나라 기업경영 불투명성과 정경유착 문제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되지 않으므로 국제적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있어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읽어 내어야 한다. 따라서 기업경영 투명성을 국제적 기준으로 끌어 올려야 하는 과제가 우리에게 부과된 점이라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2. 가족
현대의 급속한 사회변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가족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긍정적 측면에서는 가족 규모 축소에 따른 생활수준 향상과 가족 내 민주적 인간관계 형성 및 가족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개성이 중시되고,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가족의 소규모화, 이혼과 재혼, 취업 여성의 증가 등 전통적인 가족 해체가 급속하게 이루어지면서 자녀양육과 교육의 어려움이 나타났고 노인 부양 문제가 발생하는 등 해체에 따른고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가족체계의 해체는 새로운 개념의 가족 체계와 가족 문화를 탄생시켰으나 이에 따른 부작용이 문화지체 현상이나 아노미적 상황의 등장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읽어 낼 수 있다.

3. 정부
우리 정부가 전자 정부를 추진하면서 과거 강압적 통제를 통해 국민생활과 기업 활동에 규제를 일삼았던 태도를 버리고, 규제를 완화하고 관료조직을 효율적으로 개편하여 공직사회의 부조리 청산과 행정활동의 혁신을 통해 국민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에 나타난 의미를 해석해 보면 우리 정부는 변화의 시대적 조류를 거스르지 않고 발빠르게 대처함으로써 사회변화를 주도해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시문 나>

<제시문 나>는 미국 사회 내의 영역별 변화 속도를 수치화하여 평가한 내용으로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와 하이디 토플러(Heidi Toffler)의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에서 발췌, 요약한 글이다.
<제시문 나>에 전제된 내용을 분석해 보면 그 요지는 이러하다. 미국은 지식정보화 시대에서 세계 각국들이 선진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의 주요 제도들과 지식기반 시스템을 선진화 하고 있는 현실에 동일하게 종속되며 그 영향 하에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미국은 산업시대의 관료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점은 지식기반 시스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는 미국이 기업과 가족 그리고 정부의 변화 속도가 서로 달라 지식정보화 시대에 주도적이며 주체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에 전제된 내용을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나라가 처한 시장의 위기상황은 속도에 의해 발생한 것이며 속도는 또 다른 면에서 사회적 문제를 생산하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음을 제시한 반면, 미국 경우는 선진사회로 가는 길목에 미국의 어떤 영역, 즉 정부의 기능과 역할이 퇴행적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시문에서 전제한 “지식정보화 시대”라는 개념의 이면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세계화”이다. 즉 무한경쟁의 가속화에 따른 세계질서의 변화가 주도해 나가는 현실에서 기업과 가족, 정부의 변화 태도와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가와 지금의 변화 속도에는 어떤 문제가 없는가를 동시에 묻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세계화는 강대국이 구축한 자유시장경제체제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삶의 방식과 문화를 약소국에게 일방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제국주의적 성격으로 무장한 강대국이 약소국의 자산과 재화와 노동력을 물리적 강제력을 앞세워 거침없이 침탈해 가는 것이 세계화의 요체라고 볼 때 이 논제가 요구하고 있는 세계화에 따른 변화의 속도는 이러한 흐름을 교묘하게 위장하여 감추고 있다는 것을 간파해야 한다.
따라서 제시문에 전제된 이러한 요지를 논의 전개에 반영해야 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사회와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를 비교분석해야 하고, 각 예화들을 해석할 때 이 관점을 근거로 해야 하며 기업과 가족, 정부의  변화속도를 예측하기를 요구하는 논점에 적용해야 한다.

1. 기업 : 시속 100마일
미국에서의 기업은 모든 산업 영역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술혁신과 더 큰 만족을 바라는 고객들의 요구, 시장에서의 과다한 경쟁에 의해 가속화 되고 있는데 실업자와 실패한 투자자 양산 등 변화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하다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사회의 변화를 기업이 적극적으로 주도해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기업의 변화 속도는 미국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시장에 의해 새롭게 정립되는 사회적 규율이 기술발전과 함께 사회변화를 추동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읽어낼 수 있다. 따라서 경쟁과 효율을 앞세운 시장적 가치가 미국사회 전체에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2. 가족 : 시속 60마일
미국에서는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른 가족제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동성애 가족 등 여러 유형의 가족이 생겨나면서 핵가족화, 해체된 가족 문제가 일반화 되고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를 비롯하여 디지털 혁명이 쇼핑과 투자, 주식 거래 등 거의 모든 일상 업무를 집안에서 해결하게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가족 제도의 변화는 미국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낳은 산물이며 가족은 이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는 점도 알 수 있다. 가족의 변화에는 여전히 양면성이 내재되어 있다. 시장 기능이 가족 내부구조에까지 작동하면서 전통적인 가족 제도가 해체되면서 편부나 편모 가정의 확대 등 극심한 부작용을 낳는다. 이런 부작용은 가정을 노동 현장으로 탈바꿈 시켰으며 노동과 여가, 일터와 삶터의 구분과 경계를 무너뜨려 전일적 노동과 전일적 시장화가 가족에 깊이 내재하게 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가정이 시장화 됨에 따라 가정에서 거의 왠만한 사무적 처리도 가능하게 되었고 재택근무의 일상화 보편화는 가족간의 거리를 좁히는 작용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과거 전통적 의미에서의 가족제도는 사라지고 새로운 개념의 가족이 탄생하고 있다는 점은 시장이 주도해 가는 미국의 급속한 변화가 삶의 영역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읽어낼 수 있다.

3. 정부 : 시속 25마일
급속하게 변화하는 미국사회에서 정부는 가장 변화에 둔감하거나 변화하지 않으려는 집단으로 인식된다. 시민의 일상 업무를 간섭할 뿐 아니라 시장에 빠른 적응을 해야 하는 기업의 변화를 방해하고, 또한 신속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을 느슨하게 처리하여 사회적 효율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부패를 방지하고 공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정부의 적극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정부가 사회변화를 가로 막는 장애로 인식됨으로써 정부 역할이 오히려 반기업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미국정부와 한국정부를 비교해 보았을 때 한국정부는 변화를 주도해 나가는 집단이지만 미국 정부는 그러하지 않다는 상대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예화 분석

<예화 1>
<예화 1>은 식물들의 성장 시간과 속도가 다양함에도 이것이 어우러져 자연의 조화를 이룬다는 내용이다. 이는 사회 변화의 속도가 모든 영역에서 획일적으로 빠르거나 느린 것보다는 영역의 특성에 따라 다양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속도가 주는 주도적이고 획일적인 효율성보다는 각 개체의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고 그러한 개성이 조화롭게 존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해석해 낼 수 있다.
다른 면에서 읽어 보자면 이 예화에는 개별화된 속도추구 사회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과 가족 그리고 정부가 각각의 처지에서 주체적이고 주도적인 속도를 추구함으로써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분할된 역할과 기능이 사회 전체 조화를 이끌어 낸다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예화는 일방향으로 질주하기를 강제하는 현대 속도사회 문제를 비판하는 근거로 사용할 수 있으며, 각 개체에 내재한 다양한 본질적 가치가 사회적 가치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기업이나 정부가 속도사회를 통해 주도해 나가는 효율성 혹은 능률성이라는 발전 담론에 대한 비판의 근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자연 생태의 순환질서는 그 것만으로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의도하지 않은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예화를 해석함에 있어 간과하지 않아야 할 점이 있다. 자율성에 기반한 다양성의 가치는 어떤 억압이나 획일적 체계, 통제 장치에 의해 생산될 수 없다는 점이다. 각각의 사회영역과 각 존재들이 자신의 시간과 속도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자율성을 보장해 주었을 때 이러한 가치가 창출될 수 있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자신만의 독특한 향기를 맘껏 뿜어낼 수 있게 하려면 그런 사회적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화 2>
<예화 2>는 돌고래들이 서로 같은 속도를 유지함으로써 얻게 되는 여러 가지 장점에 대한 내용이다. 이는 사회 전체가 동일한 변화 속도를 가질 때 사회 전체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이로운 점이 많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집단의 연대와 공동체성 형성이 경쟁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유리함으로 작용한다는 것과 변화 추구의 바람직한 방향일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적대적 생존관계망으로 이루어진 현대사회의 거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의 방안일 수 있다. 특히 경쟁관계에서 취약한 구조에 내몰려 있거나 약자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성 있는 집단과 개인들이 서로 협력하고 연대함으로써 경쟁체제에서 낙오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특히 거대한 권력집단으로 군림하고 있는 초국적 기업이나 재벌기업, 혹은 초강대국과 맞서서 경쟁해야 하는 약소국이나 중소기업, 혹은 시민사회나 사회적 소수자들은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는 질서를 구축함으로써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경쟁사회에서 추락하지 않을 수 있는 해법인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권력을 선점하고 있는 기업이나 집단, 이해관계가 같은 기업이나 집단끼리 카르텔을 형성하거나 담합하여 경쟁 질서를 강화할 경우 공정한 경쟁질서를 위협하고 시장과 권력을 독점할 수 있는 폐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초강대국들이 담합하여 석유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아프리카나 중동지역의 경우를 상정하여 보면 그 폐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예화를 해석함에 있어서 한 측면에만 분석할 것이 아니라 예화에 내제한 양면성을 동시에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예화 3>
<예화 3>은 산양들이 서로 먹이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빠른 속도가 생겨나는 현상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이는 무한 경쟁을 통해 사회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로 활용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현대사회가 추구하는 무한경쟁의 한계와 모순이 무엇인지를 비판적으로 해석해 내어야 한다.
이 예화는 적대적 무한경쟁 결과가 필연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를 암시하는 것으로 결국 제로섬 게임을 무제한적으로 벌이는 무모함과 소모성의 문제가 전인류와 지구환경에 끼칠 위기를 예측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한 영역이 다른 영역이나 집단에 대한 배타적 태도로 독단적인 자기발전과 이윤추구를 위해 일방적인 독주를 감행하게 되었을 때 경쟁관계에 놓인 다른 집단도 동시에 이러한 경주에 참여하게 되는 것은 타집단의 독주에 따른 내집단의 이윤 감소가 자신이 속한 집단의 파멸을 의미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생태학자인 개릿 하딘(Garrett Hardin)은 ‘목초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을 통해 이러한 상황이 초래하는 문제를 지적한 바가 있다.
“ 어떤 마을에 누구나 가축을 방목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는 공동의 땅이 있었다. 이 마을 주민들은 각자 자신의 땅을 갖고 있지만, 이 공동의 땅에 자신의 가축을 가능한 한 많이 풀어 놓으려 한다. 특별한 비용 부담 없이 넓은 목초지에서 신선한 풀을 마음껏 먹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각 농가에서는 공유지의 신선한 풀이 자신과 다른 농가의 모든 가축들을 기르기에 충분한가를 걱정하기보다는 공유지에 방목하는 자신의 가축 수를 늘리는 일에만 골몰하였다. 주민들의 이러한 행동으로 인하여 공유지는 가축들로 붐비게 됐고, 그 결과 이 마을의 공유지는 가축들이 먹을 만한 풀이 하나도 없는 황량한 땅으로 변하고 말았다. (개릿 하딘, ‘공유의 비극’) ”
이러한 사회적 딜레마 상황은 옛날 영국에서 흔히 발견되는 마을 공동 목초지에 기원을 두지만, 목초지가 아니더라도 공기, 물, 고래, 삼림 등 여럿이 공유하고 있지만 그 양이 제한된 자원을 가리키는 데에도 적용된다.
‘공유의 비극’이란 사적 이익과 공공 이익이 상충하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사회구성원 개개인, 혹은 집단의 이기적 경제 행위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비효율적 결과를 가져오는 ‘사회적 딜레마’다. 이러한 문제는 ‘외부 효과’ 때문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A가 보유한 가축이 공유지의 풀을 뜯으면, 이는 다른 사람의 가축이 먹을 풀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일반적으로 개인은 가축을 몇 마리 기를 것인지 결정할 때 이러한 외부효과를 감안하지 않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이 키우게 되고 마침내 목초지가 훼손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17세기 영국에서는 이런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 ‘구획 짓기 운동(enclosure movement)’을 벌이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이 공유지를 분할해 각각 소유하고, 각 소유주는 자기 토지에 담장을 쳐 구획을 설정함으로써 과잉 방목을 막으려 했다. 이렇게 되면 목초지는 더는 공유자원이 아니라 사유재산이 된다. 공유자원의 문제는 재산권(property rights)이 명확하게 확립돼 있지 않아 시장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는 경제 주체들이 자원 배분과정에서 아무런 비용을 치르지 않고 협상을 할 수 있다면, 외부효과로 인해 초래되는 비효율성도 시장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코스의 정리’라 부른다.

우리는 이 예화에서 두 가지 점을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스프링복’을 질주하게 만드는 요인이 무엇인가 이다. 그리고 맹목적으로 달리기에만 열중하게 된 ‘스프링복’들은 자신들이 도달할 궁극의 목표점이 무엇인지를 알기나 하는 것인가이다. 목표의 상실이 오히려 맹목을 더 부추기고 이러한 맹목은 또 다른 악순환 구조를 만들어 낸다. 공유지의 비극에서처럼 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경쟁적으로 내 가축을 풀어 먹이다가 공유지를 황폐화 시키는 줄 모르게 되고, 개인이나 집단의 합리적 이윤추구 행위가 사회전체의 공멸을 불러오게 되어 종국엔 이러한 악순환 구조에 자신도 결국 종속되어 버리고 만다는 점이다.
따라서 ‘스프링복’들은 질주하는 걸음을 멈추고 우리가 무엇을 위해 왜 달려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다가오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참 두려운 것은 두려워 할 줄 모르는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파멸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파멸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우리에게 너무나 큰 두려움일 수 있다.


논점을 풀어가는 태도

이러한 예화들이 갖는 의미가 제시문의 내용들과 기계적으로 대응하는 것들은 아니다. 더욱이 한 가지로만 의미가 규정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과정에서 타당성만 확보된다면 얼마든지 창의적으로 해석하여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해석과 활용이 지나치게 단편적이거나 편협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서울대 정시 논술 문제는 학생들이 논제에 대한 종합적 사고와 접근을 하지 않은 채, 주어진 조건만 따라가다가는 논점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제시문이나 예화들은 물론, 주어진 조건들까지도 모두 논의의 전제가 되거나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조직되고 활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의 각 영역이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구체적인 의견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대는 전통적으로 논술을 통해 제시문의 심층적 이해를 통한 고도의 사고력, 논증력, 표현력을 측정하고자 했다. 이번 시험 역시 이러한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의도를 논술 문항에 담고 있다. 비록 교과서 수준의 제시문과 평범하리만치 단순한 예화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논의 조건들이 다양하고 까다로워 평소에 배경지식 위주의 대비를 해 왔거나 정형적인 논술문 쓰기에만 노력을 경주해 왔다면 이것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논점 풀어내기

우리 사회의 속도에 대한 생각 펼쳐가기

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화 물결의 드높은 파고 위에 실려 가고 있다. 스스로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변화 속도는 거침없다. 옛 것은 낡고 고루한 것이 되어 사라져 버리거나 폐기 되고, 늘 새로운 상품과 문화와 이미지와 구조들이 이를 대체해 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삶의 기반이 되는 가족공동체로부터 일터, 시장과 정부 등 사회전면으로 확대되어 우리를 견인해 가고 있다. 하나의 패러다임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을 때 이미 새로운 패러다임이 작동하여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전통적 가족 공동체 문화와 정체는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분자화고 개별화되어 갈갈이 해체된 가족의 파편들이 가족문화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자녀 탄생은 국가 출산율 정책에 따라 계량화 되어 억압의 대상이 되거나 장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주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노동력을 충원하는 존재로서 전락되어 저출산율 현상이 국가적 위기로까지 인식되는 것이다. 가치의 전도 현상이 우리 삶을 깊이 조작하거나 개입하게 되어 버린 현실이다.
시장 변화도 우리 삶과 의식을 뒤흔들어 놓는다. 생산과 소비를 한 체계 안에서 이루었던 전통적 농경사회가 해체되고 난 후 우리의 전일적이고 온전한 삶은 정교하게 분업화된 체계에 종속되어 조각조각 난지 이미 오래다. 삶터와 일터의 분리는 삶의 영역이 개별화에 의해 진행될 수밖에 없는 한계와 모순을 껴안게 되었으며, 이에 따른 개인의 삶은 만인의 만인에 의한 투쟁 형식을 고스란히 노정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따른 삶의 변화는 현대인들을 한없이 피곤한 삶으로 이끌어 가게 되고 개인들은 주어진 노동과제에 자신의 모든 일상을 저당잡히게 되었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노동의 주도권을 실현 할 수 없게 되면서 우리는 기업과 자본에 철저하게 종속되는 노동의 악순환 고리에 갇히게 되었다. 만인에 대한 무한경쟁이 일상생활에서부터 치열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삶이 강요된 현실은 자아실현의 기회보다는 치열한 경쟁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 가열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의미하게 되었다.

속도는 곧 효율성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천천히 걷다보면 봄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노란 산수유,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르는 목련, 겨우내 움츠렸던 살갗들이 봄 빛을 받으며 각질을 벗겨내고 새 살을 가지려는 노력들이 보인다. 그러나 걸음이 빨라지고 속도가 붙을수록 주변 환경은 스치듯 지나가게 되고 내 앞에 다가오는 사물과 현상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지나칠 수밖에 없게 된다. 좀 더 가속이 붙어서 내달리게 되었을 때는 내 주변을 관찰하는 힘은 사라지고 어떤 문제가 내 앞에 다가오는 지도 감지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눈 앞에 펼쳐진 문제조차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힘들어 지게 된다.
빠른 속도가 효율이라면 누구를 위한 효율인가? 를 질문해야 한다. 빠른 속도를 통해 변화는 사회 영역은 거침없이 내달리기를 요구하고 이러한 요구에 적응하지 못 하거나 거부하게 되었을 때 주어지는 채찍은 혹독하기 이를데 없다. 사회 모든 영역이 골고루 자기 의지에 의해 꽃피어 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통용될 때 비이성적이고 비인간적인 속도 사회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속도를 찬양하는 것은 스포츠 현장에 국한 되어야 한다.


  주어진 조건(논점) 만족 시키기

제시문 독해를 바탕으로 요구사항을 다시 정리해 보자.

1. <제시문 가>의 내용을 <제시문 나>에 비추어 논하되, 이 과정에서 미국과 우리사회 변화 속도를 비교분석하라.

* 기업 - 한국의 기업 경영은 정경유착과 경영의 불투명성 등 국제적 기준에 부합되지 않으므로 세계적인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미국 기업은 가공할 만한 속도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중심으로 서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제시문을 통해 읽어내고 반영할 필요가 있다.

* 가족 - 한국과 미국은 급속한 사회변화에 따른 가족의 해체현상을 동일하게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런 변화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에 미국은 변화속도에 적극적으로 적응해 가고 있다는 점을 논의 중심에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의 변화 속도를 비교하는 과정에서는 가족이 경험하고 있는 양면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족은 사회 변화를 주도적으로 견인해 가는 영역이 아니라 그 변화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점을 통해 개인이 가족제도를 통해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 정부 - 한국 정부는 변화에 가장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고 있고 상대적으로 미국은 변화에 느리고 둔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을 중심으로 서술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에 능동적이고 수동적이라는 점에만 천착하는 것에서 벗어나 미국 정부가 지닌 태도가 함의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짚어내어야 한다. 미국 정부는 시장 변화에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공익적 측면에서 변화를 검토하고 추진하고 있다는 제시문 내용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 <예화>에서 제시된 자연 현상에서 나타나는 속도의 여러 양상들을 사회 변화 속도 문제로 재해석하고 그 의미를 규정하여 언급해야 한다. 예화의 의미 분석은 위 예화 독해 과정을 참고하면 된다.

3. 세 개의 예화 가운데 하나를 택하고, 그 입장에서 각 영역의 변화 속도를 근거를 들어 기업과 가족 그리고 정부의 변화 속도를 예측해야 한다. 여기에서 어떤 예화를 논의 중심에 세우는 가에 따라 글 전체 논리와 성격이 설정되므로 ‘변화 속도’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정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선택한 예화에 따라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에 달리 설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화1 자연생태계 속도를 선택할 경우 변화속도에 대한 개별성과 다양성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런 관점에서 기업과 가족, 그리고 정부는 각각 다른 변화속도를 통해 사회적 조화와 균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을 논의할 수 있다. 여기에서 세계화에 따른 극심한 경쟁 논리와 시장의 효율성이 오히려 사회 불균형을 낳을 수 있고 사회적인 부조화가 비이성적이며 비인간적인 사회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 째 예화를 선택할 경우 경쟁관계에 놓인 개인과 집단이 고립분산적으로 대처하는 것보다 공동의 가치를 지향하거나 목표를 추구하는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이 연대하고 협력함으로써 상대적인 경쟁의 안정성과 우위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이 관점은 세계화가 사회를 주도해 가는 현실에서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논리에서는 한 집단의 연대가 결속 그리고 협업체계가 타집단에 대한 배타와 독주로 평가될 수 있는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 내집단에서의 효율성이 추구될수록 경쟁관계에서 이익이 확대될 수도 있지만 타집단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음도 경계해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서 배타적이고 일방적인 독주는 그 생명력이 쉽게 소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예화를 선택할 경우 제시문의 의미를 그대로 적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숨겨진 함의도 함께 읽어낼 필요가 있다. 이 예화에서는 경쟁의 가속은 변화의미와 가치를 고려하지 못한 채 질주하는 것이 지상최대의 가치로 전도될 위험성을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경쟁관게가 사회변화를 주도해 나갈 경우 사회 전체가 공멸의 위기를 공유해야 한다는 점도 논의에 심도있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예화에서 드러난 경쟁관계는 적대적이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경영의 방향이 무모함을 넘어 맹목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강대국에 의해 주도되는 세계화의 문제가 이런 예화에서 함의하고 있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도 논의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