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개정 교육과정 톺아보기

- 2018년부터 예비 고1이 배우는 새 교과서, ‘핵심이 뭐죠?

 

·이과통합, 창의융합형 인재 열쇳말로 현 중3, 통합사회?과학 등 새로 배워, ‘수능은 현행 유지혼란스럽다 반응도

통합수업 암기형자기주도형 바뀔 것, 2학년부터 진로 따져 선택과목 수강, 대학처럼 내 시간표 직접 만들게 돼

 

딱 우리 때부터 고등학교에서 새로운 과목을 배운다는데, 그게 또 수능에는 안 나온대요. 어차피 공부는 해야겠지만 너무 혼란스러워요.”

연희중학교 3학년 이준기군의 말이다. 이군은 요즘 중학교 공부를 마무리하며 뿌듯하면서도, ‘우리가 치를 수능에 나오지 않는 새로운 과목을 배우게 된다는 말에 불안한 마음부터 앞선다.

2018학년도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이하 개정 교육과정)이 본격 시행된다. 이 교육과정의 핵심 열쇳말은 ·이과 통합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다. ·이과 통합 기조에 따라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고교 입학 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배운다. 통합사회는 기존 사회탐구에 해당하는 일반사회, 지리, 윤리, 역사 등 네 과목을 한 권에 담은 교과서다. 현재 과학탐구에 속하는 물리, 생물, 지구과학, 화학 등 네 과목의 핵심 개념은 통합과학 교과서에 모두 실렸다.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는 계열 구분 없이 기초 소양을 다지고, 통합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통합사회 및 통합과학 과목을 신설했다지식을 단순히 나열하는 학습이 아닌, 사회·자연 현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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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사회·통합과학, 무엇을 배우나

현재 중3은 고교 입학 뒤 1년 동안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 등 7개 공통 과목을 이수한다.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의 관심사는 단연 신설 과목인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다. 통합사회를 통해 삶의 이해와 환경, 인간과 공동체, 사회 변화와 공존 등 300쪽 분량의 세 가지 영역에서 인권, 시장, 정의, 문화, 지속가능한 삶 등 6가지 핵심 개념을 배우게 된다. 문일고등학교 김혜남 교사(서울시교육청 대학지원단 부장)예를 들어 통합사회 시간에 정의와 사회 불평등이라는 주제가 나오면 플라톤의 <국가>를 비롯해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등을 활용하며 친구들과 협업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사는 교과서 속 설명을 단순 암기하는 게 아니라 교실에서 생각을 공유하는 학습을 하게 된다. 수업 시간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기록하고 토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양재고등학교 김종우 교사 역시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이 아니다. 핵심 개념을 지도한 뒤 아이들이 적극 참여하게 하고 다양한 프로젝트 등 활동을 통해 주도적인 학습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과학은 물질과 규칙성, 시스템과 상호작용, 변화와 다양성, 환경과 에너지 등 네 개 영역에서 자연의 구성 물질, 역학적 시스템, 지구 시스템, 화학 변화, 생물 다양성과 유지 등 9가지 핵심 개념을 학습하게 된다. 통합과학은 기존 고1 과학 교과서 480쪽 분량에서 340쪽으로 대폭 줄었다. 중학교 교과 과정의 70~80% 내용을 반영해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지질 시대의 화석을 주제로 수업을 한다면 고생대, 중생대 등 시기를 암기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암석을 통해 유추해보거나 팀 활동을 통해 관찰 보고서를 작성해보는 식이다.

 

학생이 직접 짜야 하는 시간표

개정 교육과정은 이수 단위 제한 규정에 따라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교과 비중을 90단위에서 84단위로 줄였다. ·이과 통합에 뿌리를 둔 교육과정인 만큼 다양한 선택과목을 균형 있게 배치해 학생들의 진로 선택을 돕는다는 취지다.

현재 중3 학생들은 고교 1학년 때 이수한 공통과목을 바탕으로, 2~3학년이 되면 일반선택과 진로선택 등 과목을 정해 수업받아야 한다. 국어 일반선택 과목으로는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등이 있고 진로선택으로 실용국어, 고전 읽기 등이 있다. 통합사회 일반선택으로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등이, 진로선택으로 여행지리, 고전과 윤리, 사회문제 탐구가 있다. 중일고등학교 이재하 교사(전국진학지도협의회 수석대표)이렇게 2학년 이후부터 선택해서 듣는 과목들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대학처럼 학생 개인별 시간표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고교 2, 3학년 때 결정하는 선택과목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중3이 고교 진학 뒤 선택할 일반·진로선택 과목이 향후 대학 전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수시 학종으로 학생들을 대거 선발하는 현재 입시에서는 대학 입학사정관이 아이들의 교과수업과 전공적합도를 긴밀히 살핀다.

이재하 교사는 경제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진로선택 과목으로 경제수학을 수강하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이공계열을 원하는 학생이라면 수학과의 진로선택 과목으로 기하, 수학과제 탐구 등을 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공개한 선택과목 목록을 고교 입학 전에 출력해 관심 있게 봐야 합니다. 1 시절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공부하다 보면 생각보다 금방 지나가거든요. 입학하고자 하는 고등학교에서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개설할 것인지 아닌지도 알아보는 게 좋습니다.”

한편 통합사회, 통합과학 수업 방식을 비롯해 선택과목 개설 등에 대해 교육 현장에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말도 나온다. 경기도 소재 ○○고등학교의 한 과학교사는 규모가 있는 학교라면 모르겠지만, 지방이나 작은 학교의 경우 교사의 인력풀이 한정적이다. 아이들의 진로·적성을 살려주는 교과목을 넉넉하게 개설하고 싶지만 여건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서울 소재 ○○고등학교의 사회교사도 학생이 진로선택 과목으로 여행지리를 듣고 싶어 할 수 있다. 30명 정도 그 과목을 선택해 한 반이 꾸려진다 해도,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상대평가 내신 체제 아래서는 등급 받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런 탓에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맞춰 선택과목을 듣기보단 등급 잘 나오는 교과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사회교사는 교사 입장에서는 특정 과목을 전공한 교사가 비전공 과목이 섞여 있는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 수업 전체를 진행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라며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는 좋지만 공교육 현장이 혼란스러운 건 사실이라고도 했다.

 

불안 마케팅휩쓸리지 말기를

개정 교육과정 시행을 앞두고 사교육 시장에서 고교 입학 전 이것만은 꼭!’류의 불안 마케팅을 조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교 진로·진학 담당교사들은 통합사회?통합과학 등 새로운 교과서 내용이 갑자기 어려워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이재하 교사는 교과서 분량도 많이 줄었고, 배우는 내용이 확 달라진 게 아닌 만큼 크게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기본적으로 토론?토의 수업, 협업 프로젝트 등 교육의 방향성은 옳다고 했다. “다만 평가 방식에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현재 중3 학생들은 개정 교육과정에서 토론 등 과정 중심 수업을 경험한 뒤 지필고사는 암기식으로 보게 됩니다. 게다가 현행 수능으로 대입 결과를 받아봐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죠.”

고교 입학 전 신설 과목에 잘 적응하기 위한 3 과정 다지기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진로탐색 활동이 선행돼야 한다. 김혜남 교사는 이제 평생 직업이라는 개념이 흐릿해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여러 가지 발견하고 탐구해나가면서 사는 게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지금 중3이라면 방과후 활동이나 자유 시간 등을 통해 진로 탐색을 꼭 해보세요. 학부모님 입장에서는 자녀들 수능 볼 과목이 정해지지 않아 불안하겠지만 교육과정이 바뀌어도 가장 중요한 건 진로?적성 찾기입니다.”

 

김지윤 <함께하는 교육> 기자 kimjy13@hanedui.com

 

개정 교육과정 내용, 뜻풀이 읽어보면 쉬워요

 

알쏭달쏭한 용어 알아보기

공통과목, 성취기준, 이수단위. 누구나 아는 단어 조합이지만, 막상 개정 교육과정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그 뜻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신문이나 티브이(TV) 뉴스 등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관련 용어를 알아보자.

 

·이과 통합: ·이과 계열 구분에 따른 지식 편식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개념이다.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맞춰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 문·이과 공통과목이 새로 만들어졌다.(사진) 현재 중3의 경우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배운 뒤 수능은 현행대로 치르게 돼 논란이 있지만, 2는 고교 진학 뒤 문·이과 관계없이 수능에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필수 과목으로 시험봐야 된다.

 

공통과목: 현재 중학교 3학년이 고교 입학한 뒤 배워야 할 필수 과목이다. 학생들의 기초 소양 및 학력을 보장하기 위한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 등 일곱 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내년부터 초등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교 1학년 국어과에 도입된다. 교사와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함께 볼 책을 의논해 결정한다. 수업시간에 책 한 권을 다 읽고 토의·토론, 독서일지 쓰기 등을 진행하며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는 게 목표다.

 

성취기준 재조정: 학습자 수준에 적절하지 않은 내용을 선별해 상급 학년·학교급으로 상향 조정하거나 하급 학년·학교급으로 하향조정했다. 예를 들어 이차함수의 최대·최소는 중3에서 고1 과정으로,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중3에서 중2 과정으로 조정됐다.

 

이수단위: 이수단위는 한 주당 수업한 시간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국사 수업을 주당 4시간 들었다면 이수단위는 4가 된다. 이수단위가 많다는 것은 비중 있는 과목이라는 뜻인데, 개정 교육과정은 균형학습을 하기 위해 국어, 영어, 수학 등 기초(주요) 교과 비중을 90단위에서 84단위로 줄였다. ··수 등 이수단위를 교과 총 이수단위의 50%를 넘을 수 없도록 했다.

 

김지윤 <함께하는 교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