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려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격렬한 반대가 일어서고 있다. 특히 언론계 반대와 이를 옹호하는 세력의 목소리가 거침없다.

언론중재법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어떻게 왜 적용하려는 지 그 까닭을 살펴보고, 우리 언론의 현주소를 진단하여 무엇이 문제이며 왜 문제인지,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자.

 

우선 언론중재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고 이 주장의 요지를 정리하자. 그리고 주장에 담긴 논리와 근거가 타당성이 있는 지, 적합성은 어떠한지를 분석해 보자. 그리고 언론중재법안 개정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의 요지를 정리하고 그 주장에 담긴 논리와 근거의 타당성, 적합성을 따져 보자.

이러한 분석을 통해 자신은 어떤 주장을 옹호하고 싶은지와 왜 그런지를 한 편의 글로 제시해 보자.


글 차례

 

1. 언론계 반응과 주장 분석하기 (2 ~ 3)

- 언론 7단체 언론법 본회의 상정 철회하고 각계 의견 반영하라

 

2. 주요 언론사 사설 분석하기 (4 ~ 6)

- 조선일보 [사설] 북한 빼곤 모두 걱정하는 언론징벌법, 그래도 강행할건가

- 한겨레 칼럼 / 언론중재법 개정보다 자율규제기구 먼저 만들자

- 한겨레 [사설] 진정한 언론개혁의 의미를 되돌아볼 때다

 

3. 전문가 견해 분석하기 (7 ~ 15)

- 한국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필요한 이유

- 징벌적 손해배상제(언론중재법)을 반대하는 언론인분들께..

 

4. 법안 살펴보기 (16 ~26)

-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약칭 : 언론중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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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주장에 대한 내 생각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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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7단체 언론법 본회의 상정 철회하고 각계 의견 반영하라

 

대한변협과 변호인단 구성 착수

통과 즉시 위헌심판 소송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입장 밝힐 것

 

신동흔 기자 조선일보 2021.08.30.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을 두고 대치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언론단체들이 개정안 철회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관훈클럽·대한언론인회 등 언론 7 단체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강행 처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했다.

언론7단체는 이번 개정안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규제 악법이라며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믿고 언론 악법을 강행처리할 경우 헌정사의 오점을 남기는 죄악을 저지르는 짓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7단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세계신문협회, 국제언론인협회, 국제기자연맹, 국경없는기자회 등 세계 주요 언론단체와 국내 언론단체, 야당·법조계·학계·시민단체 등이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어 한목소리로 반대하는데도, 여당은 입법폭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각계의 반대에도 이번 개정안을 강행처리한다면 언론7단체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무효화하기 위한 위헌심판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대한변호사협회와 공동으로 위헌 소송 변호인단 구성에 착수했다변호인단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 언론중재법의 위헌심판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단체들은 이 법의 본질은 언론에 적대적인 집단이나 개인이 자신들의 뜻에 맞지 않는 언론보도에 대해 소송을 벌일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라며 여당은 언론 악법이 언론 피해자 구제법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全文)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위한 기자회견문

 

더불어민주당은 오늘 오후 5시 국회 본회의에서 거대 의석을 앞세워 이 땅의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세계신문협회(WAN-IFRA), 국제언론인협회(IPI), 국제기자연맹(IFJ), 국경없는기자회(RSF) 등 전 세계 주요 언론단체와 국내 언론단체, 야당·법조계·학계·시민단체 등이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어 한목소리로 반대했으나 집권여당은 입법폭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신문·방송사, 인터넷신문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따라 허위·조작보도를 했을 때 손해액의 5배 이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하며, 정정보도를 했을 때 원보도와 같은 분량·같은 크기로 게재하여야 하고, 인터넷 기사에 대해서도 보도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보도대상자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해당기사를 열람차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당은 보도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구제한다는 명분으로, 입법을 강행하고 있으나, 실상은 언론에 적대적인 집단이나 개인이 자신들의 뜻에 맞지 않는 언론보도에 대해 소송을 벌일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차단하겠다는 속셈이다.

현재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는 이미 민사상 손해배상뿐 아니라,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며,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사실을 표현한 경우도 그 대상으로 삼는다. 여기에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반론·정정·추후보도 청구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기존 구제책에 옥상옥 규제를 더해 언론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과잉 규제, 과잉 입법으로, 위헌소지가 높다.

징벌적 손배제의 대상이 되는 허위·조작 보도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도록 한 점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꼽힌다. 고의·중과실 추정은 언론의 자기검열을 가져오고, 과거 국정농단등과 같은 권력을 감시하는 고발 보도를 강하게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여당이 법안 처리과정에서 법조항의 일부 문구를 빼고 분칠을 가했으나,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이라는 본질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는 민주주의 근간인 언론자유를 말살하는 것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군부독재정권과 같은 어두운 시대로 되돌리는 짓이다.

민주당이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을 강행처리한다면 언론7단체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무효화하기 위한 위헌심판소송에 나설 것이다. 우리는 대한변호사협회와 공동으로 위헌 소송 변호인단 구성에 착수했다. 변호인단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 언론중재법의 위헌심판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다.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관훈클럽·대한언론인회 등 언론7단체는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국회 및 정부에 요구한다.

1.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강행 처리를 즉각 중단하라.

2. 이번 개정안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규제 악법이다.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믿고 언론 악법을 강행처리할 경우 헌정사의 오점을 남기는 죄악을 저지르는 짓임을 깨달으라.

3. 민주당은 언론 악법이 언론 피해자 구제법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

4.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야당과 각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반영하라.

5. 문재인 대통령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라.

 

2021830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관훈클럽 대한언론인회

[사설] 북한 빼곤 모두 걱정하는 언론징벌법, 그래도 강행할건가

 

조선일보 2021.08.30.

 

 

 

어느 정권에서나 쟁점 법안은 있었다. 보수 우파 정권이 꼭 필요하다는 법을 진보 좌파가 반대하거나, 진보 좌파가 밀어붙이는 법을 보수 우파가 몸으로 막기도 했다. 외국과 맺는 자유무역협정(FTA)은 도시 지역 의원들은 지지하는데, 농어촌 지역 의원은 결사적으로 막아서곤 했다. 쟁점 법안은 이처럼 정파와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법이다.

민주당이 오늘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언론징벌법은 집권당 추진 세력과 강성 지지층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찬성하지 않는다. 국내 언론 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관훈클럽과 대한언론인회·한국기자협회·신문방송편집인협회·신문협회·여기자협회·인터넷신문협회 등 언론 단체 7개는 언론에 재갈을 물린 위헌적 입법 폭거라는 공동 성명을 냈다. 정권에 우호적인 언론들도 이 법안에 대해서만큼은 우려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고 있다. 시민단체, 법조계, 학계도 강력하게 반대한다. 대통령이 몸담았으며 정권과 한 몸처럼 움직여온 민변마저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집권당 하는 일 대부분에 입장을 함께해 온 정의당은 언론 단체들과 이 법안에 반대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집권당 일부 의원은 당대표를 찾아가 언론중재법의 30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미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강성 지지층 눈 밖에 날까 직접 나서지는 못하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의원들은 훨씬 많을 것이다. 대선 주자 몇몇도 대놓고 반대는 못 하지만 독소 조항이 많이 있고 문제될 소지가 있다며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 역시 집권당이 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방식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언론징벌법을 걱정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세계신문협회, 국제언론인협회, 국경없는기자회, 그리고 국내에 거주하는 외신기자클럽도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법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하려는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입장이다. 지구상에서 대한민국 집권당이 추진하는 언론징벌법에 대해 박수 치고 지지하는 집단은 딱 하나 북한뿐이다. 북한의 대외 선전 기관인 우리민족끼리남조선 국회에서 논의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거짓과 불의를 증오하며 진실과 정의를 지양하는 민심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징벌법은 힘 있는 권력자가 감추려는 어두운 구석을 언론이 들추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 훌륭한 방패막이가 될 것이다. 권력의 감시와 견제를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 가치를 정면으로 반하는 법안이다. 민주주의 하겠다는 나라의 민주주의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 법안에 박수 치고 지지할 수 있겠나.

언론중재법 개정보다 자율규제기구 먼저 만들자

 

 

[기고] 언론 불신 문제 해소하려면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법학 박사)

한겨레 2021-08-30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문제는 이미 충분히 다뤄졌으니 여기서 말을 보탤 필요는 없겠다. 다만 이제는 단순히 법 개정을 멈추라는 요구 이상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모든 소동의 핵심에는 언론의 품질과 신뢰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불만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언론 자유의 중요성이 모처럼 우리 사회에서 많은 조명을 받았다. 동시에 의외로 많은 사람이 언론의 품질에 불만을 갖고 있음도 확인됐다. 대의민주주의 작동의 중요한 전제인 언론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이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누구보다 이 문제를 절실하게 고민해야 할 사람들은 지금 언론사를 책임진 분들이다. 하지만 언론 자유 후퇴를 걱정하는 성명을 낸 것 외에 뭔가를 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언론 불신의 문제는 뿌리가 깊고 복잡하다. 단순한 정파성 문제를 넘어선다. 전통 언론과 인터넷 언론을 통틀어 경영난을 겪는 곳이 많다. 조회수 경쟁은 기본이고, 시장 논리와 무관한 운영이 이뤄지는 곳도 많다. 포털 제휴를 고리로 이뤄지는 문제적 거래도 적지 않다. ‘언론유사 언론을 구분하기 어려우니 모든 문제는 언론 전체로 귀결된다. 이 상황에 정말 잘 대처하지 않으면 한국의 공론장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서 비현실적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계속 언론 자율규제기구를 만들자는 주장을 한다. 언론 피해와 불만을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언론사가 직접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사마다 사정이 다르고, 담당자에 따라 대응이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일관성 있고 신속한 피해 구제와 언론 품질 제고를 위해서는 언론사 전체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막연한 얘기가 아니다. 이미 한국신문윤리위원회와 인터넷신문위원회가 있다. 여기에 방송만 참여하면 언론모두를 포함하는 자율규제기구를 만들 수 있다. 각종 사업자단체에 가입한 곳부터 참여하되, 법적 요건을 갖춘 언론은 모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제재가 누적되면 퇴출하면 된다.

자율규제기구는 언론중재위원회에 비해 확실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언론 스스로 참여한 기구이니 더 신속하고 엄격한 조치가 가능하다. 문제 사례를 신속하게 회원사들에 전파해 유사한 문제를 예방할 수도 있다.

기존의 자율규제기구들처럼 봐주기식 결정이나 내리면 무용지물이다. 두가지 장치가 필요하다. 기구를 공적 가치를 담보할 수 있는 인사들로 채워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게 하는 것과, 참여하는 언론사들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각종 기금 지원은 물론 미디어 바우처제를 만들면 거기도 이 기구 참여와 제재 준수를 반영할 수 있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 맡긴 제휴 심사를 이 기구에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언론이라면 이 기구에 참여하고 일정한 윤리 기준을 준수하는 것을 당연한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역대 정부는 언론이 자율규제기구를 만들고 불만 처리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는 대신 법적 제재를 강화하는 쪽으로만 움직였다. 타율규제 강화로 언론 품질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입증되었다. ‘약발이 통할 때까지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식으로 오기를 부릴 때가 아니다. 언론단체들도 위헌 결정 받으면 그만이라고 버틸 일이 아니다. 법안 처리나 위헌 논의와 별개로, 언론은 자기 할 일을 해야 한다.

[사설] 진정한 언론개혁의 의미를 되돌아볼 때다

 

한겨레 사설 2021-08-30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강행 처리를 예고한 30일이 됐다. 지난 25일 본회의가 연기된 뒤 나흘이 지난 29일까지도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민주당은 우려의 목소리를 외면한 밀어붙이기를 멈추고, 지금이라도 언론개혁의 취지를 온전히 살릴 수 있도록 집단지성을 모아야 한다. 민주당이 언론개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성과로 여긴다면, 이를 진정한 개혁의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전략이 적실한 때다.

 

30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한 상태고, 민주당은 전원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법안 처리가 안 되더라도 오는 1일 정기국회에서 첫번째 안건으로 올려 처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원위에서 법안 일부 조항을 수정하더라도 국민의힘은커녕 언론개혁운동 쪽의 동의와 공감도 얻을 수 없다. 이런 식의 강행 처리가 입법 취지마저 지워버리게 될 것이다. 민주당도 모르지 않을 거라 본다.

민주당 안에서는 언론개혁운동 쪽의 반대를 무지에서 오는 기우쯤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강하다고 한다. 송영길 대표가 국경없는기자회의 비판에 뭣도 모르니까 우리나라 언론단체가 쓴 걸 인용한다고 반응한 것이 상징적이다. 언론의 폐해를 앞세우며 입법을 강행해 언론을 장악하려던 과거 권력의 행태를 숱하게 봐온 언론운동 원로들은 뭣도 모르니까라는 송 대표의 말을 고스란히 되돌려주고 싶을 것이다.

언론에 대한 규제는 누구도 악용할 수 없어야 취지도, 효과도 살릴 수 있다. 아무리 신중하게 접근해도 지나치지 않다. 민주당 내 강경세력은 언론개혁운동 쪽과 정의당 등의 사회적 협의기구구성 요구에도 발목 잡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선의로 해석해도 지금이 아니면 언론개혁 입법이 물 건너간다는 조급함만 도드라진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시민사회의 언론개혁 입법 요구에 내내 무관심했던 게 누군지 새삼 묻게 된다.

오늘날 언론이 보여주는 폐단은 뿌리부터 난마처럼 얽힌 수많은 문제에서 비롯된다. 구조적 접근 없이 징벌적 손해배상같은 대증요법만으로 언론개혁은 불가능할뿐더러, 자칫 문제만 훨씬 복잡하게 키울 수 있다. 언론에 의한 피해를 막으면서 모두를 위한 언론자유도 신장하기 위해 지금은 큰 밑그림부터 그려야 할 때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는 이를 위한 기회를 민주당 스스로 걷어차는 일임을 다시 한 번 밝혀둔다.

 

 

한국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필요한 이유

이봉수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1.07.30.

 

언론자유’, ‘발행부수라는 두 신화

우리 언론의 신뢰도가 선진국들 중 꼴찌 수준으로 추락한 것은 두 신화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언론의 자유또는 표현의 자유라는 신화이고, 다른 하나는 신문 발행부수의 신화.

모든 자유는 자유권의 내재적 한계 때문에 제한될 수밖에 없고, 특히 언론에는 책임성이 강조돼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언론사주의 자유나 기자의 특권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로 발달해온 것이다. 그런데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쪽으로 언론의 자유가 악용되고 있다. 우리는 독재정권 시절 너무나 언론의 자유를 갈망했기에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신화에 빠져버렸다. ‘남의 인권을 침해할 자유’, ‘가짜뉴스로 명예를 훼손할 자유는 없는데도, 기득권 언론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언론개혁에 한사코 반대한다.

다른 하나는 신문이 발행부수의 신화에서 빠져나오는 일이다. 세계 일류 신문은 정체성과 타깃독자가 확실해, 대개 10~20만 부 발행하고 많아야 50만 부 수준이다. 그들은 대신 인터넷에서 수익을 올리는데, 우리 언론은 네이버와 다음 포털에 종속돼 독립을 못 하고 있다. 부수공사(ABC) 제도는 1989ABC협회 창립 이래 공정한 광고집행의 기준임을 자임해왔으나 부수 조작을 인증받는 수단이 되고 말았다. 지구에 산소를 공급하는 나무를 잘라 생산한 펄프를 대량수입해 잉크만 묻혀 10분의 1 가격으로 재수출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나?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포털 개혁은 신문의 독립을 도와주는 것이다. 언론개혁 관련 법안은 우리 언론이 스스로는 벗어나지 못하는 두 신화의 미몽에서 깨어나는 알람구실을 해야 한다.

 

전무한 언론개혁에 동력이 붙은 이유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와 국회는 그동안 언론개혁에 관한 한 입법은 물론이고 주어진 권한조차 행사하지 못했다. 인권변호사로 살아온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에는 관심이 많았으나, 언론에 관해서는 자유주의 언론관에 경도된 탓인지 최소한의 시장질서조차 바로잡지 못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자본금 불법 조달로 태어날 수 없었던 MBN마저 재승인을 해줬다. <TV조선>은 재승인 요건인 방송통신심의에 여러 차례 걸렸고 공정성 심사에서 과락점수를 받았지만, 소송을 제기해 시간을 끄는 방식으로 재승인 제도를 무력화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였던 이효성 씨와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였던 한상혁 씨가 방송통신위원장이 되고서도 고유권한조차 행사하지 못한 원인은 무엇일까? 나는 그들이 방송통신위원회 관료들에게 포획됐다고 본다. 방송통신위원회 관료 상당수는 보수신문에 종편을 4개나 나눠준 뒤 그걸 살리려고 온갖 특혜를 베푼 종편의 수호자. 그들이 정권 바뀌었다고 안면을 몰수할까? <TV조선> 법정제재 여부를 검토했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직원은 <TV조선> 차장으로 스카우트되기도 했다. 관료들의 복심과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을 지낸 자들의 대선 출마가 그런 사실을 입증한다.

 

정권 말기에 겨우 언론개혁에 동력이 붙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부진한 개혁에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인 듯하다. 180석 범여정당을 만들어줬는데도 언론개혁은 지지부진했다. 국회의원이 된 언론인 24명 중 언론개혁 의지를 강하게 보인 여당 의원은 내 모니터링 결과로는 4명뿐이었고, 보수야당 의원들은 숫제 언론개혁을 막는 방탄의원단이었다. 징벌적 배상을 손해액의 3배 이내로 한다는 정청래 의원안이 지난해 나왔을 때, 11명 발의자 중에 기자 및 PD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여당이 초선의원 미디어 교육에 TV조선 앵커를 강사로 초빙한 것은 언론에 관한 당 지도부의 인식을 가늠케 하는 상징이었다. 그러나 최근 언론계 출신이면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택한 김의겸 의원, 법조계 출신인 최강욱?김승원 의원과 박정 의원 등이 언론개혁 관련 법 수정안을 경쟁적으로 내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동력이 확보된 듯하다. 언론개혁 관련 여당내 특위위원장도 박광온?노웅래 의원이 나름대로 역할을 했으나, 실질적인 성과는 최근 위원장을 맡은 김용민 의원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게 됐다.

둘째, 갈수록 심하게 편파 왜곡보도를 하는 기성언론이 역설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언론개혁에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언론개혁에 막무가내로 반대해왔지만 최근 법안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각인하는 큰 사고를 잇달아 쳤다. <조선일보>는 조국 교수와 딸의 삽화를 성매매 위장 절도 사건에 재사용했다가 공분을 샀다. 조국 교수가 손배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할 움직임을 보인 것은 한국의 입법 미비 상황을 부각시켰다. 삽화를 사용한 기자와 데스크, 언론사가 한국에 있는데도, 전재했을 뿐인 <LA조선일보>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려는 것은 한국에서는 징벌적 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윤석열이 조국 일가를 100여 차례 압수수색하는 등 검찰권을 남용한 행위는 검찰개혁뿐 아니라 언론개혁의 당위성도 돋보이게 했다. 세계 언론사상 전쟁을 빼고 단일 사건에 이렇게 많은 기사를 쏟아낸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마녀사냥을 했지만, 법조기자단은 여전히 반성하는 기미가 없다. 관훈클럽의 <관훈저널>이 기획한 토론회에서 법조기자단의 유력 매체 법조팀장들은 조국?추미애 검증보도가 정당했다라고 강변했다. 그 토론회에서 사회를 본 <중앙일보> 팀장은 가짜 수산업자에게 외제 차량을 제공받고 자녀 학비를 대납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검찰과 언론이 조국 교수의 권력형 비리로 부각했던 사모펀드는 그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반성하는 데가 전혀 없다.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은 조국 사모펀드 비리를 보도한 <서울경제> 취재팀에 권력감시 부문 관훈언론상을 수여했다. 신문협회, 기자협회, 언론노조 등은 언론개혁을 자정능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비판이 고조될 때마다 나오는 소리다. 개혁대상은 스스로 참담한 모습을 드러낼 뿐 자정능력이 없음을 자신들이 입증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왜 절실한가?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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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위원회가 2009~2018, 10년간 손해배상 청구사건 2,220건을 분석한 <언론판결분석보고서>는 판결 인용액이 너무 적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소송을 제기해도 500만원 이하 배상이 절반 가까이나 돼 언론사가 별로 부담을 갖지 않는다(관련 도표 참조).

또한 청구액 최빈액, 곧 가장 빈번하게 청구한 평균 손해배상액은 7,800만원에 이르지만 판결 인용액은 565만원으로 14분의 1밖에 안 된다(관련 도표 참조). 소송 절차가 까다롭고 실익이 거의 없어 소 제기를 포기하는 피해자도 무수히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입법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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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언론 징벌, 여론 지지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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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조작정보 또는 가짜뉴스가 워낙 많이 유통돼 국민들도 그 폐해를 심각하게 느끼기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관한 찬성 여론은 매우 높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찬반 비율은 205월 리서치뷰 조사에서 81 11로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212월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찬반비율이 61.8 29.4로 찬성이 반대의 2배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찬성 비율이 조금 낮아진 것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계속 논의되면서 일부 언론과 언론단체 등이 반대해온 게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압도적 여론의 영향인지 일부 언론단체의 반대 강도는 좀 낮아졌고, ‘원론 찬성, 각론 반대 또는 수정등으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애초 언론노조와 기자협회 등이 발행인 모임인 신문협회에 동조해 이 제도를 악법으로 규탄하고 나선 점은 실망스러웠다. 반대론이 제일 강한 게 징벌적 손해배상제였는데, 언론계 반발이 심하다는 점에서 시행되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역설도 성립한다.

처음에는 법무부가 안을 내놨는데 반대 논리 중에는 언론을 상대로 제조물 책임을 묻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실은 언론이 일반 제조물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언론의 과장?왜곡보도 때문에 망한 기업이 몇이고 자살한 사람이 몇인가? 노무현 대통령도 그중 한 사람이다. 유해언론이 널려 있는 게 우리 언론 환경이다. 독극물보다 피해가 더 큰 게 유해식품과 유해언론이다. 독극물은 독극물이라고 써놨는데 유해식품은 건강식품으로 포장하고 있고 유해언론도 건전한 언론으로 포장하고 있다.

 

왜 경제적 배상을 강제해야 하나?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에 형사소송 말고도 경제적 배상을 강제해야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가짜뉴스가 확증편향을 거쳐 더 많은 독자와 시청자를 모으는 구조로 돼있어 이를 제지하려면 민사소송을 겸해서 경제적 이익을 박탈해야 한다. 징벌적 배상이 절실한 이유는 현행 제도로는 배상액이 너무 적다는 데 있다. 매월 억대 수익을 올리는 극단적인 유튜버나 기성언론에게 수백만원 배상금은 필요경비정도일 뿐이다. 징벌적 배상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돈 되는 가짜뉴스의 생산과 전파를 자제할 리 없다.

징벌적 배상제의 핵심은 양형 기준을 높이자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법원의 보수적 판결로 일부 손해만 배상될 뿐 징벌의 의미가 없었다. 따라서 징역 등의 상하한선을 규정해둔 형법처럼 상하한선을 설정해둬야 징벌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민주당 통합안에 따르면 고의?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른 피해자는 인정되는 손해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 배상을 언론사 등에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더 까다로운 문제는 3~5배를 곱하기 전의 손해액 산정이다. 민주당 통합안은 언론사 매출액의 1만분의 1에서 1천분의 1을 곱한 금액 중 보도에 이르게 된 경위, 언론사 등의 규모, 피해 정도 등을 종합하여 정한다라고 돼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조선일보>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2,848억 원이었으니 허위?조작보도 피해자의 손해액은 2,848~28,480만 원으로 산출된다. 여기에 3~5배를 곱하면 최저 8,544만 원에서 최고 142,400만 원까지 징벌적 배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법원의 보수적 판결 성향을 감안하면, 하한선에 근접해서 배상액을 판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징벌효과가 대단히 위협적인 수준에 이르지는 않을 전망이다.

5배 징벌이 높은 듯하지만 미국에서는 조국 부녀 삽화 게재와 관련해 1억 달러, 1,150억 원 안팎의 손배소가 거론될 정도이고, 실제로 대선조작설을 퍼뜨린 <폭스뉴스> ‘루 돕스 투나잇프로에는 27억 달러, 3조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전문가 진술을 통해 나는 상하한선을 올려 상한선의 경우 10배 정도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징벌적 배상액 산정은 쉽지 않은 문제지만, 법원이 판례로써 언론의 자유언론 피해구제라는 상충하는 가치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잡아줄 걸 기대하면서 제도를 보완해 나가면 된다. 함부로 소송을 걸면 상대방 비용도 덮어쓰게 되니까 최소한의 견제장치는 있는 셈이다.

징벌적 배상제 민주당 통합안이 밝혀지자 <조선>언론규제 점입가경’, <중앙>언론 재갈 물리기’, <동아>과잉규제 법리 어긋나같은 표현을 쓰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조선>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인 201726일 발간한 <주간조선> 표지기사 아님 말고? 가짜 기사, 피해자만 남긴다에서 지금과는 정반대 논조를 폈다. 미국 등에서는 악의적 오보로 판명나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 엄청난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라며 명예훼손 또는 악의적 오보에 대한 손해배상 비용은 평균 15~20억 원에 달한다라고 썼다. 그 기사는 또 배상액 때문에 언론사가 문 닫는 경우도 있다라며 한국에는 90만 명이 넘는 언론인이 있다고 전제한 뒤 가짜 기사를 양산해내는 펜은 펜이 아니라 칼이고 피해자의 인격을 죽이는 살인도구라고 비판했다.

 

고의·중과실(악의) 입증책임은 누가?

징벌적 배상제 반대론 중에 비판적 보도를 악의적 보도로 규정해 언론 탄압 수단으로 악용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부 부작용은 예상되지만 현실에서는 기자와 언론사가 성향에 따라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를 품고 내보내는 기사가 너무 많다. 법에 걸리지 않으려면 악의를 버리고 공정하게 보도하면 되는데 공정보도를 유도할 다른 수단이 없다. 관건은 누가 악의를 입증하는 책임을 지느냐 하는 문제인데 상세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언론의 자유가 잘 보장되는 미국은 그 대신 보도에 따른 피해를 구제하려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남용을 막기 위해 공인은 입증 책임을 스스로 지도록 했다.

미국도 원래는 진실 입증 책임이 언론에 있었는데, 1964년에 연방대법원이 설리번 사건판결을 통해 공직자의 경우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언론의 현실적 악의를 피해자 쪽이 입증하도록 했다. ‘언론 자유의 나라답게 지금은 공직자뿐 아니라 공인으로 확대했다. 또한 단순한 손해배상이 아닌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공인이 아닌 일반인도 현실적 악의를 입증해야 한다. ‘현실적 악의, 보도한 기자나 데스크가 그 내용이 허위라는 것을 알고 있었거나 진실 여부에 관해 파악하려는 노력을 소홀하게 했다는 걸 뜻한다.

우리 현실에서 사회적 약자인 일반 개인에게는 언론의 악의가 있었다라는 입증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일반인의 경우 언론사 쪽이 악의가 없었다라는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기관이나 재벌기업이 위협효과를 노려 언론에 소송을 남발하는 부작용을 막는 장치도 필요하다. 언론보도를 막기 위한 전략적 봉쇄 소송은 미국의 경우 법원이 대개 각하 결정을 내린다.

강화해야 마땅한 정정보도

우리 언론의 병폐는 오보를 내고도 구석에 조그맣게 정정하는 등 정정에 대단히 인색하다는 점이다. 사법절차가 더뎌 정정해도 피해가 거의 회복되지 않는다. 이회창 대선후보 아들 병역비리를 허위로 폭로한 김대업 사건이나 홍가혜 씨 허언증 보도에서 보듯이 대법원 판결은 3,4년을 넘기는 사례도 많은 게 우리 사법절차다. 지연된 정정은 정정이 아니라는 차원에서 언론중재위원회와 법원의 절차, 그리고 정정보도를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

보도책임자가 정정보도까지 맡는 우리 언론은 눈에 안 띄게 정정보도를 하려고 온갖 수법을 동원하는데, 그래서는 피해구제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미러>2004년에 영국군도 이라크군 포로를 학대했다는 사진들을 보도했다가 오보로 판명되자 원래 기사보다 더 크게 1면 톱으로 정정했다. 당시 제목이 죄송합니다...우리가 꾀임에 빠졌습니다(SorryWe were hoaxed)’였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한 기자가 장기간 기사조작을 해온 사실이 드러나자 표지기사부터 22페이지에 걸쳐 정정기사를 실었다. 같이 취재한 적도 있는 동료기자는 책을 써서 기사조작의 내막을 파헤쳤다. 우리 언론계 풍토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왜곡보도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보다는 동업자심리가 더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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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라, 있는 그대로.’ <슈피겔>은 작고한 창업자 아우크스타인의 말로 표지기사 제목을 달았다.

 

열람차단 청구권과 기사삭제요구권

열람차단청구권은 언론중재위원회가 기사 열람과 검색을 차단해 피해구제를 한 사례가 전체의 30%에 이를 만큼 이미 일반화해 입법에는 문제가 없을 듯하다. 기사 열람 차단은 긴급구제절차이기 때문에 입법이 강화되면 피해구제 신청이 크게 늘어날 것 같다. 다만 공적 사안에 관련되거나 공인의 경우 기사 열람이 쉽게 차단되면 건전한 공론장 형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사 열람 차단은 개인의 사생활 등에 한정하도록 명시하고 공론장 활성화를 해칠 우려가 있는 사안은 반론과 정정보도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사삭제요구권은 유럽연합 등에서 잊힐 권리의 하나로 법제화한 것이다. 그러나 잊힐 권리는 여전히 알 권리와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 또 기사 삭제는 언론 보도의 기록성마저 영구히 사라진다는 점에서 좀 더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 미국이 비밀문서에 관해 해제 연한을 두는 것처럼, 오보나 혐오 보도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삭제하지 말고 열람만 차단하다가 일정기간이 지나면 해제하는 절충방안도 가능하다. 유럽연합은 개인정보 삭제를 요구할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가 있거나, 유럽연합 회원국 법률상 정보 처리 필요성이 인정되거나, 공익적 사유가 있는 경우 등에는 삭제요구권을 제한한다.

 

쓰레기 기사 투척장포털이 언론개혁 핵심

제일 시급하고 중요한 언론개혁 과제는 너무 정파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로 가득한 포털을 개혁하는 일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 따르면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는 73%로 조사대상 40개국 중 1위인데 언론사 홈피 직접 방문 비율은 4%로 꼴찌다. 뉴스신뢰도는 5년째 꼴찌인데 포털 탓이 크다. 심지어 창피해서 신문에 못 싣는 기사도 포털에는 메인에 버젓이 걸어놓는다. 포털은 쓰레기 기사 투척장이요, ‘공멸하는 언론의 무덤이 되고 있다. 한국 언론은 가두리 양식장의 물고기나 외양간의 가축 같은 신세다. 전재료 받는 데 익숙해져 야생성을 잃어버렸다. 포털과 언론의 잘못된 만남이 우리 언론의 병폐를 중증질환으로 만들어버렸다.

포털의 뉴스 추천이 왜 문제인가 하면 뉴스 추천의 보수 편향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MBC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네이버는 보수언론이 48%를 차지하고, 진보언론은 3.6%밖에 안 된다. 안 그래도 보수 대 진보의 언론지형이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는데 포털이 뉴스시장을 지배하면서 가파른 절벽이 됐다. <한겨레><경향>도 많이 우경화했지만 그래도 선정적인 뉴스 생산은 자제하는데, 보수언론은 끊임없이 선정적인 기사를 남발한다.

허섭쓰레기 같은 기사를 베껴 쓰는 어뷰징팀을 두는가 하면, 조선일보사는 아예 <조선NS>라는 온라인 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선정적인 기사를 많이 올리기로 유명한 자들을 대거 스카우트했다. 그들 중에는 저널리즘의 기초도 제대로 교육받지 않고 클릭수에 일희일비하는 계약직이 많다. 기사 제목부터 충격’ ‘경악’ ‘’ ‘ㅋㅋ까지 동원해 호객행위를 한다. 지금 포털의 알고리즘은 많이 클릭되는 기사가 좋은 기사를 밀어내는, 악화가 양화를 쫓아내는 무기가 되고 있다.

얼마 전 포털 알고리즘 공청회에서 네이버는 알고리즘이 아닌 언론사가 추천하는 구독 중심으로 뉴스 소비가 이뤄지고 있고, 30% 정도만 보조수단으로 마이뉴스라는 알고리즘 추천뉴스를 이용한다라고 변명했다. 기계가 알고리즘으로 추천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말은, ‘자동차가 교통사고 냈으니 운전자는 책임 없다라는 말과 같다. 설사 인공지능차라 하더라도 사고 나면 누구 책임인가? 운전은 안 해도 타고 가던 차주인이나 보험회사, 그리고 제조회사에 책임이 돌아간다. 언론사가 추천하는 뉴스도 마찬가지다. 보수 성향 기사가 주로 포털에 뜨는 이유는 디지털 인프라가 좋은 보수언론이 선정적인 기사를 양산해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포털이 큰 문제가 안 되는 이유는 대개 검색기능만 있고, 인공지능에 관해서도 편향성 등을 엄격하게 감시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지침에는 투명성과 개방성을 확보해야 하고, 기업이 자신의 인공지능 기능이 공정하다거나 편향이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과장하면 안 되며, 문제가 되면 책임도 져야 한다고 돼있다. 그런데 국내 언론은 투명하지도 개방하지도 않으면서, 편향성이 없다고 계속 말하고 책임도 안 지는 상황이다.

 

여론 독과점 못 막으면 민주주의도 없다

여론집중도 조사가 중요한 이유는 여론 독과점 상태에서는 민주주의도 무늬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거에서 후보자를 선택할 때 어떤 경로로 정보를 얻느냐는 질문에 43%가 포털이고 3.9%만이 신문이라고 답했다. 포털이 정파적인 신문 콘텐츠를, 그것도 편향적으로 퍼 나르고 있는 것이다. 요즘 단독임을 내세워 눈길을 끄는 기사는 대개 정치인이나 아주 정파적인 논객들의 페이스북 등을 열심히 들여다보다가 베껴 쓰는 것들이다. 그들의 목소리가 과잉 대변되면서 이념 대립은 증오의 내전 단계로 들어선 듯하다.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할 산재사고 희생자인 이선호 씨 관련 기사는 드물고 한강변 의대생 사망사고에만 온통 기사가 쏟아진 것은 선정성 자체가 상품이기 때문이다.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은 <중앙><동아> 기자들의 노고로 세상에 알려졌는데, 그런 신문들이 이제는 포털에 선정적이고 정파적인 기사를 내보내느라 바쁘다.

<르몽드>의 콜롱바니 회장은 언론에 두 주적이 있는데 하나는 돈, 하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재정이 중요한 건 당연하고, 시간은 인터넷과 포털을 중심으로 속보성이 중요해지면서 진지한 언론이 밀리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국에서는 포털이 진지한 언론의 적이 되고 있다. 진지한 언론은 건전한 공론장을 조성하고 숙의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조건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네이버 이해진, 다음 김범수 의장은 검색기능만 남기는 것을 포함해 스스로 포털 문제에 결단을 내려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이대로 간다면 정부는 포털을 시장지배력을 가진 언론이라는 지위를 주되, 객관이나 중립 의무처럼 언론에 요구되는 기준도 충족하게 하고 법규를 위반했을 때는 처벌이나 손해배상을 물려야 한다. 포털의 선택지가 네이버와 다음 둘 밖에 없는 데다 그것마저 보수편향이라서 여론시장에서 선택의 여지는 아주 좁다.

여론집중도 조사를 이용해서 포털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방법도 있다. 종편을 설립해주는 신방 겸영 미디어법을 통과시킬 때 여론시장 독과점 문제가 강력하게 제기됐는데 포털은 지금 더 심각한 독과점 상태를 누리고 있다. 일반제조업도 독과점 규제를 하는데 공익성 강한 언론을 왜 안 하나? 불량식품을 유통하면 제조사뿐 아니라 유통업체도 처벌하는데, 일반 언론뿐 아니라 포털도 규제하거나 처벌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하인리히 뵐이 말한 범죄학의 과제

한국의 언론권력은 통제받지 않는 절대권력으로 영원히 남으려 한다. 노벨상을 받은 하인리히 뵐은 독일에서 가장 선정적이었던 신문 <빌트>를 겨냥해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라는 소설을 썼다. 소설에서 블룸은 언론에 의해 창녀로 몰려 사회적으로 매장되자 기자를 살해하고 자수한다. 뵐은 작가의 말을 이렇게 남겼다.

 

아무리 막강한 절대권력도 그들만큼 항상 마구 휘두르지는 않는다. () 헤드라인의 폭력에 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 그것을 한 번쯤 연구해보는 것은 범죄학의 과제일 것이다.”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조선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한겨레> 창간에 참여했다. 런던대에서 미디어와 경제위기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을 거쳐 <한겨레>, <경향신문> 시민편집인과 KBS 경영평가위원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 중립에 기어를 넣고는 달릴 수 없다(2017) 등이 있다.

 

출처 : 르몽드디플로마티크(http://www.ilemonde.com)

징벌적 손해배상제(언론중재법)을 반대하는 언론인분들께..

 

KBS저널리즘토크쇼 leader 21.08.22

 

안녕하세요? 리더방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다들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쳐 있으시죠? 그래도, 어제 21일부로 코로나19 1차 백신접종률이 50% 돌파했다고 합니다. 추석 이후에는 "위드 코로나"가 된다고 하니 조금만 더 견뎌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은 언론중재법(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최근 문체위에서 언론중재법 법안이 상임위 문턱을 통과했습니다. 법사위를 넘고, 본회의 투표만 한다면 언론중재법이 통과된다고하네요. 정말 9부능선을 넘을지 기대됩니다.

언론중재법, 특히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 기자협회, 언론노조, pd협회 등에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언론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 "언론에 대해 재갈을 물리는 것이다", "언론자유가 유신시절로 퇴보하는 것이다"라는 등의 표현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기자분들과 기자협회, 언론노조, pd협회에서 드러낸 주장에 동의하지 못합니다. 이 법안은 언론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 법안의 취지는 언론 소비자들의 소비자 주권을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최소한의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가해자가 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혔을 경우, 피해자가 입은 실손해 이외에 징벌적 의미를 추가하여 배상해주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현재 상법을 드러다보면, 이미 언론이외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후에 옥시와 같이, 화학제품에 대해 안전규정을 위반한 회사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했습니다. BMW 차량 화재사건이후에, 차량의 불량 부품과 챠량 부품 안전규정을 위반한 회사에 대해 피해액수의 최대 3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했습니다.

이 모두가 악의적인 불법행위를 저지른 회사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고, 최소한의 안전한 소비를 할 수 있는 소비자 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지금 기자분들, 기자협회, 언론노조, pd협회에서 비판 성명서에 대한 주장은,

불량식품을 제조한 사업주와 불량식품을 유통시킨 유통업자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에 대해 "식품 산업 전체를 망친다", "식품 제조와 유통에 대한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시킨다", "식품 유통업자들에게 족쇄를 채운다"라고 반발하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식품 제조와 유통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불량식품을 제조하고 유통시킨 것에 대해 책임을 명확히 지겠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기자분들이 팩트에 기반하여, 맥락(콘텍스트)가 있는 보도를 해왔다면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지 않았을까요?

과거에 2003년 쓰레기 만두라는 특종기사를 써서 쓰레기 만두파동을 일으킨 것은 여러분 아닌가요?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보도를 한 것도 여러분 아닙니까? 2014년 세월호 사건참사가 발생했을 초기에 전원구조 오보를 낸 것도 기자분들 여러분 아닌가요?

더구나, 언론중재법에서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소송"에 대해 안전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전략적 봉쇄소송이란, 힘있는 권력자들 예를 들면 정치인, 고위 공무원, 선출직 공무원, 언론사 사주, 재벌총수, 기업 대표, 대형교회 목사, 대형사찰 주지스님 등이 자신들의 부패 스캔들이 수면위로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인들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합니다. 언론중재법에 따르면, 위에 열거한 권력자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명시해두었습니다. 한마디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일반 보통 시민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시민들의 권리제도입니다.

언론도 일종의 권력입니다. 권력은 단순히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의 정치권력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경제권력, 금융권력, 검찰권력, 사법권력, 관료권력, 종교권력, 사립학교권력과 더불어 언론권력도 한국사회의 권력의 한 축입니다. , 언론권력도 기득권입니다.

그 동안, 한국언론은 기자라는 특권의 자리를 이용해서 자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칼을 마구 휘둘렀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애꿋은 피해를 입어도, "아니면 그만이다"라는 식으로 특권을 누렸습니다. 이제 기자분들과 언론사들도 자신의 말과 글에 대해 책임을 지어야 합니다. 무릇, 자유에는 책임을 전제로 합니다. 책임없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큰 흉기입니다. 언론중재법은 언론권력에 대한 견제장치로써,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의 소비자 주권을 공고히 하여 성숙한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감사합니다.

 

p.s.1 20-30대 젊은 기자분들이 우리 시민들의 마음과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2030언론인들이 이제는 선배세대와 같이 스스로 기득권이 되지 않고, 건강한 시민사회의 편에 섰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청년 세대 언론인들도 시민들과 함께 언론개혁에 동참해주십시오.

 

p.s.2 좋은 기사를 첨부합니다.

한국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필요한 이유 - 르몽드디플로마티크 (ilemonde.com)

 

참고자료

항상 '꼬리'가 문제다! - 돌발영상 시즌1 2007.01.08 방영 / YTN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