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계절학교 나눔터
신나는 꺼머기 흙피리 만들기
- 해오름 어린이 살림학교 들공부
이연희 해오름 어린이 살림학교 교사
2002년을 마감하는 4회 들공부를 11월 17일과 12월 8일 양평에서 열었습니다. 자기만의 예술세계에 폭 빠져 양평에 살고 계시는 김창진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몇해 전에도 아이들과 함께 간 적이 있었는데 좀더 자유로운 공간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싶다고 하시더니, 한적한 시골로 이사를 오셨다고 하십니다.
아침에 내린 비는 양평으로 가는 길에 어느새 눈발이 되어 날리고, 가는 길마다 눈꽃이 화려하게 피어있어 아이들이나 선생님이나 모두 탄성을 질렀습니다. 서울에서 못 본 눈을 제대로 보고 온 것 같습니다. 오후에 올 때까지도 눈이 계속 내려 눈이 좀 쌓이고 아이들은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드는 보너스를 받았습니다. 2학기 내내 날씨 때문에 애를 먹이더니, 이번 들공부 때는 1차 2차 모두 눈이 내려서 아이들의 얼굴을 환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정자나무를 끼고 돌아 올라가면 허름한 집이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작업실입니다. 아이들이 좀 많아 공간이 비좁을 것 같아 걱정을 했는데 활동하기에는 큰 불편이 없었습니다. 60년대식 전화기와 디지털 카메라가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조건 도시문명을 따라가거나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필요에 의해서 놓여지는 가구들은, 허름하다고 탓하기 전에 제 몫을 단단히 하고 있었습니다.
1. 꺼머기 흙피리 만들기
문지르기 - 불피우기 - 흙피리 만들기
'나는 나'라는 말이 참으로 어울릴 듯한 선생님의 개성있는 외모와 말씨에, 아이들은 의아해 하면서도 금새 선생님과 친해져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흙은 몇 살?"
"백 살이요. 천 살이요. 1억 살이요…."
"그럼 지구의 나이는 몇살?"
"1억 살이요. 천억 살이요. 50억 살이요…."
"지구의 나이는 46억살이지요. 그게 바로 흙의 나이입니다. 흙 속에는 공룡, 바퀴벌레, 지렁이도 살았지만 여러분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과 죽음이 녹아 있습니다. 이 흙 중에 좋은 흙을 모아서 흙피리 선생님이 흙피리를 만듭니다."
피리는 분명 소리를 내는 악기인데 저런 조그만 흙덩이에서 과연 소리가 날까?
의심할 새도 없이 한 곡을 연주하자 아이들은 "와∼"하며 의자를 당겨 앉습니다.
흙피리에는 오카리나, 훈, 꾸룩이 등이 있습니다. 오카리나는 리코더처럼 취구와 혀가 고정되어 청아하고 꺠끗하고 정확한 음을 만들어 줍니다. 훈은 단소나 대금의 취구와 같습니다. 부는 사람의 입 모양에 의해 바람 소리, 꺽는 소리, 거친 소리, 청한 소리 등을 자유롭게 낼 수가 있습니다. 꾸룩이는 새를 부르고 개를 부르고 애인을 부르는 신호음입니다. 마치 휘파람과 같습니다. 맨 앞에 앉은 아이에게 굵은 호수를 불게 하며 구멍을 위로 올렸다 아래로 내렸다 마음대로 해보라고 하니 소리가 다 달랐습니다. 어디를 막아주느냐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들렸습니다. 팬플룻의 다양한 소리를 경험하는 것 같았습니다.
혀를 떼지 않고 소리를 내면? 물론 말의 구분이 없겠지요. 그 말의 핵심은 혀라는 걸 새삼 느꼈지요. 또 이어서 "아, 암, 음 프" 소리내는 연습을 해 보았습니다. 입술을 얇게 하며 '프' 소리를 내야 흙피리가 소리가 납니다. 이 연습은 오후에 계속 이어집니다.
우리가 만들고 온 것은 주로 오카리나입니다. 처음에 꺼머기를 만들고 점심을 먹고는 자신의 창작물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선생님이 미리 강아지 모양, 진드기(저는 사슴벌레라고 우겼는데 원래는 진드기였다나요), 아무튼 또 부엉이, 새, 개구리 등 여러 동물 모양을 미리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아이들이 그것을 하나씩 들고 문질렀습니다. 문지르기는 흙피리의 표면을 놋수저나 은, 동, 금, 쇠로 말 그대로 '문지르는' 것입니다. 소리라는 것은 조그마한 틈새도 잘 비집고 나가기 때문에 이 미세한 구멍들을 문질러서 메워주고 촉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것이지요. 문지르기를 하면 아주 멋진 옷을 입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선생님 언제까지 문지르나요?"
"자기 얼굴이 보일 때까지."
"팔 아파요. 잘 안돼요."
"도를 닦는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문지르도록. 자기 얼굴이 비친다는 것은 피리와 내가 하나가 된다는 것이지."
점점 어려운 말이 계속되고 거기에 압도되어 아이들은 열심히 문지릅니다. 하지만 좀 시간이 가자 몸이 뒤틀리고 '선생님, 이것 좀 해주세요.' '바꿔 주세요.' 아우성입니다. 그러면 다시 '피리와 내가 하나가 돼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 그렇게 문지르기를 한 시간 가량 하고, 불을 피우기 위해 나뭇가지를 주우러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일인데다가 눈발까지 날리니 아이들은 이내 싫증을 내고 눈싸움만 합니다. 점심을 먹고 선생님께서 나무해 놓은 걸 보시더니 '이것 갖고는 어림도 없다'고 해서 다시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젖은 나무가 잘 탈까?' 궁시렁거리며 나무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왜 모닥불을 피우지?
불을 때는 것은 물을 없애는 것입니다. 흙피리를 중간에 놓고 먼저 연기만으로 구워야 합니다. 흙은 갑작스럽게 불을 때면 표면이 굳어져 속 공기가 열을 받습니다. 열을 받으면 팽창하죠. 그러면 터지게 됩니다. 자기만 터지면 좋은데 옆의 것도 같이 터지게 합니다. 연기를 쐬어 너구리를 몰듯 물을 조심스럽게 나가라고 해야 합니다.
400도 정도 되면 물은 95% 빠져나갑니다. 그러면 흙에 불이 붙기 시작합니다. 불이 흙피리 안으로 들어가 춤을 춥니다. 빨갛게 달구어지고, 그러다 나중에는 누렇게 변합니다. 누렇게 변하는 것은 흙 속의 금속성들이 자기 속을 태운다는 것입니다.
잘 타고 있을 때 옆에서는 미리 솔잎을 주워 모읍니다. 빨갛게 달아오른 흙피리를 솔잎이 든 차가운 솥단지에 넣으면 갑작스런 경직이 일어납니다. 솔잎이 타면서 나온 연기가 흙피리 안으로 들어갔다가 갇히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꺼머기 흙피리입니다.
꺼머기를 하면 기와는 빗물을 방수하고 온도변화를 신축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즉 숨을 쉰다는 것이지요. 우리 조상들은 시루단지나 기와 등을 만들 때 꺼머기를 하였습니다.
2. 나만의 흙피리 만들기
판치기 - 꼬막밀기 - 원하는 모양 만들기
"아, 암, 음, 프."
다시 소리내기 연습을 좀 하다 발에서 나오는 소리, 배에서, 가슴에서, 목에서, 머리에서 내는 소리를 내어 봅니다. 동양에서는 땅, 사람, 하늘로 사람을 봅니다. 배는 땅-낮은 음, 가슴은 사람-중간 음, 머리는 하늘-높은 음으로 보는 것이지요.
또 발-도, 아랫배-레, 배꼽-미 허파-파, 심장-솔, 가슴-라, 목-시, 머리-도, 머리 꼭대기에서는 레의 소리가 난다고 하셨습니다. 악기는 사람의 말하는 모양을 보고 만들었다지요.
낮은 도부터 높은 도까지 소리를 내어 봅니다.
'흐으윽"(흙)
이상한 소리가 나니 우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리코더나 단소 대금의 취구 모양을 잘 관찰하면 좋은 악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혀(엣지)를 잘 만들어야 합니다. 얇은 관을 대나무로 만들어서 입으로 부는 바람의 길을 만듭니다. 그 끝에 혀를 만듭니다. 바람이 혀끝에서 둘로 갈라지도록 합니다. 취구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보면 혀가 -자로 보입니다.
또 소리를 내려면 통이 있어야 하지요. 북은 북통, 장구는 장구통, 기타는 기타통, 피리는 피리통. 모든 악기는 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흙피리는 흙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꽉 차있어도 텅 빈 흙.
흙은 공기와 물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판치기와 꼬막밀기를 통해 공기빼기를 하면 물과 공기는 마음을 편해 하지요. 손으로 쓰다듬고 만지고 때리고 해서 부드럽게 만듭니다. 그리곤 물레를 만들어 원통 모양을 만듭니다.
물레를 돌리실 때 선생님이 만드신 소리를 한자락 가르쳐 주셨습니다.
물레야∼물레야∼
물레야∼물레야∼
빙빙 돌아라. 비잉빙 돌아라
우리네 흐으윽(흙소리를 발끝에서 머리까지 올린다) 피리
잘 맹글어진다.
머리를 빙빙 돌리며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올려내는 소리는 온 몸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소리 치료하는 곳에서 이렇게 하지 않을까? 신기한 흙피리 소리를 계속 내며 판치기를 해서 부드러워진 흙으로 흙통을 만들었습니다.
사각형 모양의 흙을 원통모양으로 만든 다음, 원통의 양쪽을 조심스럽게 막습니다. 그러면 공기가 들어있는 통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모양을 만듭니다. 공기통이 부서지면 안되니까 살살 다뤄야 합니다. 처음엔 뭘 만들까 하다 망치기도 하더니 제법 근사한 것들을 만들었습니다. 새로 만든 것은 선생님께서 구워서 사무실로 보내주시기로 하였습니다.
다 만들고 나서 꺼머기가 된 흙피리를 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삑삑거리는 소리는 시끄럽기만 하고 아이들은 자기 것만 소리가 이상하다고 선생님을 쫓아갑니다. 하지만 선생님 손에 가면 청아한 소리가 나는 흙피리. 어찌된 일인지.
선생님은 계속 연습한 아, 암, 음, 프를 계속 하라고 하십니다. 한 두 명이 '아리랑'을 불러보고 "학교종'도 해보고 점점 소리가 나는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잘 부는 사람은 선물로 오카리나를 주신다고 하자 아이들이 열심히 불러봅니다. '조금만 계속하면 될 것 같은데' 하면서 계속 붑니다. 선생님은 가장 잘 분 아이에게 선물로 오카리나를 주셨습니다. '나도 받을 수 있었는데' 하며 아쉬움이 남았는지 아이들은 버스에서 계속 흙피리를 불다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산 좋고 물 좋고 어절시구 좋∼다."
김창진 선생님은 아이들을 불러모을 때 이렇게 소리를 합니다. 소리통을 만드는 사람답죠?
그럼 나는 아이들에게 뭐라 하며 불러모을까?
숙제를 안고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은 이른 아침에 들공부를 가려고 하면 춥고 힘들 것 같아 가기 싫은데 막상 갔다오면 기분이 상쾌해진다고 합니다. 눈오는 논둑길을 걸으며 마신 맑은 공기가 가슴에 오래 남았으면 합니다. 예비 대학생 언니, 오빠들과 대학생 형들과 아이들 아버님들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아이글
오늘 08:00 시에 해오름 흙피리를 만들러 갈려고 일어났는데 나는 너무너무 피곤해서 일어날 때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차가 출발했을 때, 나는 너무 설레었다. 흙피리를 만들기 때문이었다. 나는 "흙피리는 어떤 소리가 날까?"라는 궁금증을 안고 떠났다.
거기 계신 선생님의 이름은 "후두둑" 선생님이셨다.
그 흙피리를 만들 때 흙의 느낌은 그야말로 정말 종았다.
흙으로 흙피리를 만들고 가마에 불을 때러 나무를 한아름 한 뒤, 오카리나를 구웠다.
그런데 가마에서 하얗던 오카리나가 나무와 주워온 솔잎에 넣으니 깜둥이로 변해서 신기했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가마에서 1000도 - 땅에서 900도 - 그릇에 들어감 800도 - 뚜껑 닫음 450도… 이런 순서로 온도가 변한다고 한다.
내 것은 소리가 정말 좋았다. 다음에도 꼭 흙피리를 또 만들어서 가족 모두에게 나누어주고 싶다. (임채린 - 2학년)
오늘은 신나는 일요일이다. 옷 입고 밖에 나가서 보니 첫눈이 왔다. 정말 기분이 최고였다. 오늘은 해오름에 가는 날이다. 거기에서 놋숫가락으로 비볐다.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1시간 30분까지 해야 한다. 흙피리를 다 못 비벼서 모양이 조금 이상했다. 흙피리를 구워서 나뭇잎이 가득 찬 통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그 다음에 식히기만 하면 된다. 한번 불어 봤더니 잘 불어졌다. 기분이 엄청나게 좋았다. (김석민 - 2학년)
오늘 흙피리를 만들었다. 우리를 가르쳐주실 선생님은 후두둑 선생님이셨다.
흙피리를 문지를 때는 힘들었다. 하지만 다 문지르고 나니 반짝반짝 빛이 났다.
우리가 흙피리를 문지르고 있는 사이에 밖은 하얀 세상으로 변했다. 다 문지르고 밖에 나가서 놀았다. 장갑도 갖고 오지 않고 두꺼운 스웨터에다 조끼 하나만 입고 오니 정말 추웠다. 무엇보다도 눈을 만지니 손이 얼어서 동상에 걸릴 뺀하였다. 그래서 한번 나갔다가 들어와서 계속 난로 앞에만 있었다. 장갑만 있으면 밖에 나가 친구들과 신나게 놀텐데….
땔감을 구하러 산에도 올라갔었다. 마른 나뭇잎이 굉장히 많았다. 그걸 한 곳에 모아놓았다.
조금 기다리니까 후두둑 선생님이 나오셔서 라이터로 우리가 구해온 나뭇잎에 불을 붙이셨다. 불을 때니까 좀 따뜻하였다.
우리가 이러고 있는 사이에 우리가 문지른 흙피리는 고생을 하고 있다. 아궁이 안에서 불을 맞이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서 직접 흙피리 모양을 만드는 일을 했다. 그 전에 했던 것은 선생님이 직접 만드셔서 우리들 하라고 주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새 모양으로 만들었다. 지금 만드는 것은 오늘 못 가져가고 다음 수료식때 보내주신단다. 그때 우리가 강화도에서 따온 도토리로 만든 도토리묵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다음 시간은 우리가 문지른 흙피리를 꺼머기로 만들 차례이다. 꺼머기는 아궁이에서 구운 흙피리를 솔잎과 함께 솥에 넣어서 10분이 지나서 꺼내보면 꺼멓게 변하는 것을 꺼머기라고 한다. 다 된 흙피리는 선생님께 가저가면 선생님이 끈을 달아주셨다. 한번 불어보니 정말 잘 되었다. 신기하기도 하였다. 오늘 정말 재미있는 날이였다.
(최혜빈 - 2학년)
- 해오름 어린이 살림학교 들공부
이연희 해오름 어린이 살림학교 교사
2002년을 마감하는 4회 들공부를 11월 17일과 12월 8일 양평에서 열었습니다. 자기만의 예술세계에 폭 빠져 양평에 살고 계시는 김창진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몇해 전에도 아이들과 함께 간 적이 있었는데 좀더 자유로운 공간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싶다고 하시더니, 한적한 시골로 이사를 오셨다고 하십니다.
아침에 내린 비는 양평으로 가는 길에 어느새 눈발이 되어 날리고, 가는 길마다 눈꽃이 화려하게 피어있어 아이들이나 선생님이나 모두 탄성을 질렀습니다. 서울에서 못 본 눈을 제대로 보고 온 것 같습니다. 오후에 올 때까지도 눈이 계속 내려 눈이 좀 쌓이고 아이들은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드는 보너스를 받았습니다. 2학기 내내 날씨 때문에 애를 먹이더니, 이번 들공부 때는 1차 2차 모두 눈이 내려서 아이들의 얼굴을 환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정자나무를 끼고 돌아 올라가면 허름한 집이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작업실입니다. 아이들이 좀 많아 공간이 비좁을 것 같아 걱정을 했는데 활동하기에는 큰 불편이 없었습니다. 60년대식 전화기와 디지털 카메라가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조건 도시문명을 따라가거나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필요에 의해서 놓여지는 가구들은, 허름하다고 탓하기 전에 제 몫을 단단히 하고 있었습니다.
1. 꺼머기 흙피리 만들기
문지르기 - 불피우기 - 흙피리 만들기
'나는 나'라는 말이 참으로 어울릴 듯한 선생님의 개성있는 외모와 말씨에, 아이들은 의아해 하면서도 금새 선생님과 친해져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흙은 몇 살?"
"백 살이요. 천 살이요. 1억 살이요…."
"그럼 지구의 나이는 몇살?"
"1억 살이요. 천억 살이요. 50억 살이요…."
"지구의 나이는 46억살이지요. 그게 바로 흙의 나이입니다. 흙 속에는 공룡, 바퀴벌레, 지렁이도 살았지만 여러분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과 죽음이 녹아 있습니다. 이 흙 중에 좋은 흙을 모아서 흙피리 선생님이 흙피리를 만듭니다."
피리는 분명 소리를 내는 악기인데 저런 조그만 흙덩이에서 과연 소리가 날까?
의심할 새도 없이 한 곡을 연주하자 아이들은 "와∼"하며 의자를 당겨 앉습니다.
흙피리에는 오카리나, 훈, 꾸룩이 등이 있습니다. 오카리나는 리코더처럼 취구와 혀가 고정되어 청아하고 꺠끗하고 정확한 음을 만들어 줍니다. 훈은 단소나 대금의 취구와 같습니다. 부는 사람의 입 모양에 의해 바람 소리, 꺽는 소리, 거친 소리, 청한 소리 등을 자유롭게 낼 수가 있습니다. 꾸룩이는 새를 부르고 개를 부르고 애인을 부르는 신호음입니다. 마치 휘파람과 같습니다. 맨 앞에 앉은 아이에게 굵은 호수를 불게 하며 구멍을 위로 올렸다 아래로 내렸다 마음대로 해보라고 하니 소리가 다 달랐습니다. 어디를 막아주느냐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들렸습니다. 팬플룻의 다양한 소리를 경험하는 것 같았습니다.
혀를 떼지 않고 소리를 내면? 물론 말의 구분이 없겠지요. 그 말의 핵심은 혀라는 걸 새삼 느꼈지요. 또 이어서 "아, 암, 음 프" 소리내는 연습을 해 보았습니다. 입술을 얇게 하며 '프' 소리를 내야 흙피리가 소리가 납니다. 이 연습은 오후에 계속 이어집니다.
우리가 만들고 온 것은 주로 오카리나입니다. 처음에 꺼머기를 만들고 점심을 먹고는 자신의 창작물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선생님이 미리 강아지 모양, 진드기(저는 사슴벌레라고 우겼는데 원래는 진드기였다나요), 아무튼 또 부엉이, 새, 개구리 등 여러 동물 모양을 미리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아이들이 그것을 하나씩 들고 문질렀습니다. 문지르기는 흙피리의 표면을 놋수저나 은, 동, 금, 쇠로 말 그대로 '문지르는' 것입니다. 소리라는 것은 조그마한 틈새도 잘 비집고 나가기 때문에 이 미세한 구멍들을 문질러서 메워주고 촉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것이지요. 문지르기를 하면 아주 멋진 옷을 입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선생님 언제까지 문지르나요?"
"자기 얼굴이 보일 때까지."
"팔 아파요. 잘 안돼요."
"도를 닦는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문지르도록. 자기 얼굴이 비친다는 것은 피리와 내가 하나가 된다는 것이지."
점점 어려운 말이 계속되고 거기에 압도되어 아이들은 열심히 문지릅니다. 하지만 좀 시간이 가자 몸이 뒤틀리고 '선생님, 이것 좀 해주세요.' '바꿔 주세요.' 아우성입니다. 그러면 다시 '피리와 내가 하나가 돼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 그렇게 문지르기를 한 시간 가량 하고, 불을 피우기 위해 나뭇가지를 주우러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일인데다가 눈발까지 날리니 아이들은 이내 싫증을 내고 눈싸움만 합니다. 점심을 먹고 선생님께서 나무해 놓은 걸 보시더니 '이것 갖고는 어림도 없다'고 해서 다시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젖은 나무가 잘 탈까?' 궁시렁거리며 나무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왜 모닥불을 피우지?
불을 때는 것은 물을 없애는 것입니다. 흙피리를 중간에 놓고 먼저 연기만으로 구워야 합니다. 흙은 갑작스럽게 불을 때면 표면이 굳어져 속 공기가 열을 받습니다. 열을 받으면 팽창하죠. 그러면 터지게 됩니다. 자기만 터지면 좋은데 옆의 것도 같이 터지게 합니다. 연기를 쐬어 너구리를 몰듯 물을 조심스럽게 나가라고 해야 합니다.
400도 정도 되면 물은 95% 빠져나갑니다. 그러면 흙에 불이 붙기 시작합니다. 불이 흙피리 안으로 들어가 춤을 춥니다. 빨갛게 달구어지고, 그러다 나중에는 누렇게 변합니다. 누렇게 변하는 것은 흙 속의 금속성들이 자기 속을 태운다는 것입니다.
잘 타고 있을 때 옆에서는 미리 솔잎을 주워 모읍니다. 빨갛게 달아오른 흙피리를 솔잎이 든 차가운 솥단지에 넣으면 갑작스런 경직이 일어납니다. 솔잎이 타면서 나온 연기가 흙피리 안으로 들어갔다가 갇히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꺼머기 흙피리입니다.
꺼머기를 하면 기와는 빗물을 방수하고 온도변화를 신축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즉 숨을 쉰다는 것이지요. 우리 조상들은 시루단지나 기와 등을 만들 때 꺼머기를 하였습니다.
2. 나만의 흙피리 만들기
판치기 - 꼬막밀기 - 원하는 모양 만들기
"아, 암, 음, 프."
다시 소리내기 연습을 좀 하다 발에서 나오는 소리, 배에서, 가슴에서, 목에서, 머리에서 내는 소리를 내어 봅니다. 동양에서는 땅, 사람, 하늘로 사람을 봅니다. 배는 땅-낮은 음, 가슴은 사람-중간 음, 머리는 하늘-높은 음으로 보는 것이지요.
또 발-도, 아랫배-레, 배꼽-미 허파-파, 심장-솔, 가슴-라, 목-시, 머리-도, 머리 꼭대기에서는 레의 소리가 난다고 하셨습니다. 악기는 사람의 말하는 모양을 보고 만들었다지요.
낮은 도부터 높은 도까지 소리를 내어 봅니다.
'흐으윽"(흙)
이상한 소리가 나니 우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리코더나 단소 대금의 취구 모양을 잘 관찰하면 좋은 악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혀(엣지)를 잘 만들어야 합니다. 얇은 관을 대나무로 만들어서 입으로 부는 바람의 길을 만듭니다. 그 끝에 혀를 만듭니다. 바람이 혀끝에서 둘로 갈라지도록 합니다. 취구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보면 혀가 -자로 보입니다.
또 소리를 내려면 통이 있어야 하지요. 북은 북통, 장구는 장구통, 기타는 기타통, 피리는 피리통. 모든 악기는 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흙피리는 흙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꽉 차있어도 텅 빈 흙.
흙은 공기와 물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판치기와 꼬막밀기를 통해 공기빼기를 하면 물과 공기는 마음을 편해 하지요. 손으로 쓰다듬고 만지고 때리고 해서 부드럽게 만듭니다. 그리곤 물레를 만들어 원통 모양을 만듭니다.
물레를 돌리실 때 선생님이 만드신 소리를 한자락 가르쳐 주셨습니다.
물레야∼물레야∼
물레야∼물레야∼
빙빙 돌아라. 비잉빙 돌아라
우리네 흐으윽(흙소리를 발끝에서 머리까지 올린다) 피리
잘 맹글어진다.
머리를 빙빙 돌리며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올려내는 소리는 온 몸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소리 치료하는 곳에서 이렇게 하지 않을까? 신기한 흙피리 소리를 계속 내며 판치기를 해서 부드러워진 흙으로 흙통을 만들었습니다.
사각형 모양의 흙을 원통모양으로 만든 다음, 원통의 양쪽을 조심스럽게 막습니다. 그러면 공기가 들어있는 통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모양을 만듭니다. 공기통이 부서지면 안되니까 살살 다뤄야 합니다. 처음엔 뭘 만들까 하다 망치기도 하더니 제법 근사한 것들을 만들었습니다. 새로 만든 것은 선생님께서 구워서 사무실로 보내주시기로 하였습니다.
다 만들고 나서 꺼머기가 된 흙피리를 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삑삑거리는 소리는 시끄럽기만 하고 아이들은 자기 것만 소리가 이상하다고 선생님을 쫓아갑니다. 하지만 선생님 손에 가면 청아한 소리가 나는 흙피리. 어찌된 일인지.
선생님은 계속 연습한 아, 암, 음, 프를 계속 하라고 하십니다. 한 두 명이 '아리랑'을 불러보고 "학교종'도 해보고 점점 소리가 나는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잘 부는 사람은 선물로 오카리나를 주신다고 하자 아이들이 열심히 불러봅니다. '조금만 계속하면 될 것 같은데' 하면서 계속 붑니다. 선생님은 가장 잘 분 아이에게 선물로 오카리나를 주셨습니다. '나도 받을 수 있었는데' 하며 아쉬움이 남았는지 아이들은 버스에서 계속 흙피리를 불다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산 좋고 물 좋고 어절시구 좋∼다."
김창진 선생님은 아이들을 불러모을 때 이렇게 소리를 합니다. 소리통을 만드는 사람답죠?
그럼 나는 아이들에게 뭐라 하며 불러모을까?
숙제를 안고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은 이른 아침에 들공부를 가려고 하면 춥고 힘들 것 같아 가기 싫은데 막상 갔다오면 기분이 상쾌해진다고 합니다. 눈오는 논둑길을 걸으며 마신 맑은 공기가 가슴에 오래 남았으면 합니다. 예비 대학생 언니, 오빠들과 대학생 형들과 아이들 아버님들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아이글
오늘 08:00 시에 해오름 흙피리를 만들러 갈려고 일어났는데 나는 너무너무 피곤해서 일어날 때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차가 출발했을 때, 나는 너무 설레었다. 흙피리를 만들기 때문이었다. 나는 "흙피리는 어떤 소리가 날까?"라는 궁금증을 안고 떠났다.
거기 계신 선생님의 이름은 "후두둑" 선생님이셨다.
그 흙피리를 만들 때 흙의 느낌은 그야말로 정말 종았다.
흙으로 흙피리를 만들고 가마에 불을 때러 나무를 한아름 한 뒤, 오카리나를 구웠다.
그런데 가마에서 하얗던 오카리나가 나무와 주워온 솔잎에 넣으니 깜둥이로 변해서 신기했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가마에서 1000도 - 땅에서 900도 - 그릇에 들어감 800도 - 뚜껑 닫음 450도… 이런 순서로 온도가 변한다고 한다.
내 것은 소리가 정말 좋았다. 다음에도 꼭 흙피리를 또 만들어서 가족 모두에게 나누어주고 싶다. (임채린 - 2학년)
오늘은 신나는 일요일이다. 옷 입고 밖에 나가서 보니 첫눈이 왔다. 정말 기분이 최고였다. 오늘은 해오름에 가는 날이다. 거기에서 놋숫가락으로 비볐다.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1시간 30분까지 해야 한다. 흙피리를 다 못 비벼서 모양이 조금 이상했다. 흙피리를 구워서 나뭇잎이 가득 찬 통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그 다음에 식히기만 하면 된다. 한번 불어 봤더니 잘 불어졌다. 기분이 엄청나게 좋았다. (김석민 - 2학년)
오늘 흙피리를 만들었다. 우리를 가르쳐주실 선생님은 후두둑 선생님이셨다.
흙피리를 문지를 때는 힘들었다. 하지만 다 문지르고 나니 반짝반짝 빛이 났다.
우리가 흙피리를 문지르고 있는 사이에 밖은 하얀 세상으로 변했다. 다 문지르고 밖에 나가서 놀았다. 장갑도 갖고 오지 않고 두꺼운 스웨터에다 조끼 하나만 입고 오니 정말 추웠다. 무엇보다도 눈을 만지니 손이 얼어서 동상에 걸릴 뺀하였다. 그래서 한번 나갔다가 들어와서 계속 난로 앞에만 있었다. 장갑만 있으면 밖에 나가 친구들과 신나게 놀텐데….
땔감을 구하러 산에도 올라갔었다. 마른 나뭇잎이 굉장히 많았다. 그걸 한 곳에 모아놓았다.
조금 기다리니까 후두둑 선생님이 나오셔서 라이터로 우리가 구해온 나뭇잎에 불을 붙이셨다. 불을 때니까 좀 따뜻하였다.
우리가 이러고 있는 사이에 우리가 문지른 흙피리는 고생을 하고 있다. 아궁이 안에서 불을 맞이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서 직접 흙피리 모양을 만드는 일을 했다. 그 전에 했던 것은 선생님이 직접 만드셔서 우리들 하라고 주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새 모양으로 만들었다. 지금 만드는 것은 오늘 못 가져가고 다음 수료식때 보내주신단다. 그때 우리가 강화도에서 따온 도토리로 만든 도토리묵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다음 시간은 우리가 문지른 흙피리를 꺼머기로 만들 차례이다. 꺼머기는 아궁이에서 구운 흙피리를 솔잎과 함께 솥에 넣어서 10분이 지나서 꺼내보면 꺼멓게 변하는 것을 꺼머기라고 한다. 다 된 흙피리는 선생님께 가저가면 선생님이 끈을 달아주셨다. 한번 불어보니 정말 잘 되었다. 신기하기도 하였다. 오늘 정말 재미있는 날이였다.
(최혜빈 -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