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가까워지는 자연세계
- 해오름 어린이 살림학교 들공부

이연희 해오름 어린이 살림학교 교사

아침이 오면

아침이 오면 날이 밝아와
나는 잠에서 깨어
창밖에 새소리 나를 부르네
밝은 날을 부르네
긴 밤이 지나고
나는 새사람이 되어
나를 덮어주던 이불을 개며
새숨을 쉽니다.  

토요일부터 내린 비가 계속될 거라는 일기예보에 미리 콩주머니 만들 준비물과 고누판 등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놀잇감들을 넉넉히 준비해 갔는데, 새벽녘에 비가 그친 후 하루 내내 맑은 날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비가 오면 어쩌나 고민을 했는데, 이제는 비가 와도 안이나 바깥에서 아이들과 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에 조금은 자신감이 생겨 비가 오는 것에 그다지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여 내 몸을 맡기면, 조금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많은 경험을 해 주게 되기 때문입니다.
비가 오면 안에서 놀 수도 있지만 바깥에서 달팽이를 찾을 수도 있고, 비가 촉촉이 내려앉은 나무를 만져볼 수도 있고, 흐린 하늘을 보며 하늘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통 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김정택 목사님 댁까지 금방 가는 것 보다 큰길가에서 내려 집까지 천천히 걸어가면서, 아이들은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목적한 것을 이루기 위해 꽉 짜여진 프로그램을 다 하려 하는 것보다, 자연의 리듬을 따라가면서 큰 흐름에 나를 맡길 때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걷거나 뛰거나 음식을 먹고 마시고 잠자는 모든 일상 생활 속에서 그 순수한 의미를 부여한다면 하루를 그저 그런 날들로 보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명상'이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세상의 흐름과 나의 마음 속에서 내가 살아가는 힘의 원천을 느끼게 되는 것. 그래서 이 세상에 좀더 자신있게 다가가고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 아이들에게도 이 과정은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처럼 깊이 생각하거나 깨달아서 얻기 전에 이미 타고난 '힘'이 있습니다. 바로 '놀이'입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놀면서 세상을 배웁니다. 일상생활에서도 공부와 삶이 모두 각기 떨어져 사는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노는 과정에서 온 몸으로 성큼 세계와 만나게 됩니다. 두 번째 들공부 갔을 때 내내 고민되던 일들이 이번 들공부에서 좀 더 풀리는 것 같습니다.
목사님 댁까지 뛰어가면서 새소리도 듣고, 여름이 가까워지면서 드러난 짙푸른 녹색을 만나며 또 다른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느낍니다. 그래서 그런지 다 모여서 배운 「아침이 오면」이라는 노래가 더 마음에 와 닿는 하루였습니다. 아이들도 세 번째로 같은 곳에 온 덕에 이제 제 집같이 편하게 드나들고 바깥에서 들뜬 채 흥분한 듯한 모습들이 이제 좀 안정이 되어 가는 것 같았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이라는 시간은 간격이 클 수도 있지만, 또 큰 흐름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2004년 5월 16일.
40여 년 전 세상이 뒤집혔던 날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평화의 노래로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아이들과 함께 들공부를 다녀왔습니다. 「아침이 오면「,「저녁이 오면」, 「내 마음에 심은 꽃」,「구슬비」 노래를 배우고 다같이 인사를 하고 모둠활동을 했습니다.

~~~모둠 마음열기

한 달에 한 번 만나기 때문에 아직 얼굴도 익숙하지 않고 이름도 잘 몰라서 아이들끼리 같이 놀면서 더 친해져야 할 것 같아 마음열기 시간에는 주로 다같이 노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수건돌리기, 쥐와 고양이 놀이
1모둠은 '수건돌리기'를 했는데 1학년이 많아서 그런지 몸으로 움직이는 게 아주 자연스럽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그냥 똑바로 걷거나 뛰는 게 아니라 원을 그려가며 뛴다는 게 어려웠나 봅니다.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단순한 '수건돌리기' 놀이가 이렇게 아이들의 몸을 많이 움직이게 한다는 사실에 좀 놀랐습니다.
모두 리듬에 젖어 한 방향으로 뛰어가면서 아이들을 잡는데, 갑자기 한 아이가 갑자기 반대 방향으로 틀어서 술래를 잡습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라고 하면서 모두가 뒤로 벌렁 나자빠지며 웃습니다. 그 아이는 처음으로 '수건돌리기'를 해봤는데 술래가 좇아오니까 그냥 뒤로 돌아서 술래를 잡아 버렸다고 합니다.
일정한 리듬을 타는 '수건돌리기'에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기로 약속하기 전에 그 흐름을 깬다는 것은 갑자기 자기의 삶이 바뀌는 것과 같은 혼란을 줍니다. 1, 2학년의 어린 아이들에게는 아직 세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이 갑자기 뒤바뀐다는 것은 받아들이기에 좀 어려운 사실입니다.
이와는 다르게 '쥐와 고양이'라는 놀이에서는 그 반전 속에서 쾌감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세상의 다양한 면을 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입장에 서서 다른 사람을 보는 것들을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이 놀이는 이제 점차 세상에 눈을 뜨고 세상과 자신에 대한 연관을 조금 생각하게 되는 나이인 3, 4학년 이상은 되어야 놀이의 참 맛을 느낀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 발달단계가 있듯이 놀이에도 또 거기에 맞는 단계가 있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굳이 나이에 맞지 않는 어려운 학습으로 아이들을 짓누르지 않고도 아이의 성장발달에 맞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길러낼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아직 친구나 선생님들의 이름을 못 외운 아이들이 많아 이름 익히는 놀이를 했습니다.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해 본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신비함과 놀라움으로 다가갑니다. 그럴 때 친구와 교사와 같이 나누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넓혀가기도 합니다. 놀이를 통해서 좀더 가까워지면 이 과정은 좀더 자연스럽게 될 것 같습니다. 또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같이 놀면서 아이들의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의 기질과 재능까지도 엿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 박쥐와 나방
2모둠은 3, 4학년 아이들인데 두 모둠으로 나누어 한 모둠은 콩주머니를 던지고 받으면서 놀고, 한 모둠은 '박쥐와 나방'이라는 놀이를 해 보았습니다. 두 번째 들공부에서도 했는데 워낙 인기가 좋아 다시 해보았습니다.

박쥐가 사는 동굴에 어쩌다 나방이 들어왔네요.
박쥐는 초음파를 발사하며 무엇이 있는지 찾고 있습니다.
우리가 동굴이 되어 지름 3∼5미터의 원을 만들어 봅시다.
한사람은 박쥐가 되어 눈을 가리고 원 가운데 들어가고 3∼5명의 친구들은 나방이 되어 원 안으로 들어갑니다.
박쥐는 나방을 잡기 위하여 '박쥐'라고 외칩니다.
나방은 곧 '나방'이라고 답합니다.
'박쥐'라는 소리는 박쥐가 발사한 초음파이고 '나방'이라고 대답한 것은 초음파가 나방에 반사되어 돌아온 소리입니다.
박쥐는 나방 소리가 나는 곳으로 쫓아가 손으로 쳐서 나방을 잡습니다.

박쥐가 너무 나방을 못 잡거나 잘 잡으면 원의 크기를 조정해서 놉니다. 또 '박쥐! 박쥐! 박쥐!' 하고 소리를 자주 내어 잘 잡히게도 해 봅니다. 나방은 안 잡히게 몸을 낮추기도 하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 봅니다.
아이들은 서로 박쥐가 되겠다고 합니다. 나방도 재미있고 동굴이 되어 있는 자신도 재미있는데, 아직 놀이의 참 맛을 못 느낀 것 같습니다. 동굴 속에 있는 흐르는 물이 될 수도 있고 오랜 세월 버티고 선 종유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동굴에 안 가봐도 동굴에 대한 상상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꼭 잡고 잡히는 관계에만 빠지지 않게 놀이를 보다 다같이 재미있게 놀도록 이끄는 게 교사의 몫인 것 같습니다.  

♡ 바늘놀이
3모둠은 5, 6학년 아이들인데 대부분 몇 년동안 들공부에 온 친구들이라 친한 친구들도 많고 분위기도 차분한 편입니다. 그동안 들공부에 다니면서 배운 것들이 몸에 익숙한 듯이 나무관찰을 할 때나 모둠 놀이를 할 때 아주 진지합니다. 어릴 때부터 개구쟁이로만 보았던 아이들이 진지하게 나무를 관찰하는 모습에서 평온함이 느껴집니다. 이 평온함이 아이들의 마음에 바탕이 되고 후에 어렵고 힘든 일을 겪을 때 자신을 위로해주고 자신을 세울 수 있는 믿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5, 6학년 아이들과는 '바늘놀이'를 해 보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실과 바늘이 있어요.
내 몸은 물과 바람처럼 무엇이든지 지날 수 있어요.
바늘이 내 몸을 살며시 통과해서 옆 친구에게 갑니다.
이 바늘은 옆의 친구가 간 곳은 가지 않고 새로운 곳을 엮어서 간데요.
바늘이 원으로 앉은 친구들을 다 거쳐 왔네요.
무엇이 만들어졌을까요?
줄을 죽 당겨봅니다.
옆 친구의 팔에 내 손이 붙고 또 그 옆에 머리, 다리….
바늘이 지나간 자리에 실이 남아 모두 한 줄로 엮입니다.
우리는 줄 인형이 되었어요. (바늘을 받은 사람이 한꺼번에 재빨리 쫙 당기는 모양을 하면 아이들이 한순간에 옆 사람에게 밀착이 됩니다.)  

새로운 놀이를 해 보았습니다.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아 연극적 완성이 되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옆 사람을 주의깊게 보면서 바늘이 어디로 가는지 집중해서 보게 되고 차분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여러 형태의 변형이 가능한 놀이인 것 같습니다.

~~~내 나무 관찰하기

강당이든 바깥이든 모둠별로 놀고 좀 서먹한 기운을 없애고 자기의 나무를 찾아갔습니다.   나무를 관찰하러 가다가 얼굴에 거미줄이 걸려 걷으니 뭐가 따라 옵니다. 가만히 보니 자벌레였습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들을 불러모았습니다.
처음엔 징그럽다고 피하더니, 공책에 자벌레를 놓고 자세히 보게 하니 차츰 벌레가 기는 모습에 빠져듭니다. 자로 잰 듯이 정확하게 거리를 옮기는 자벌레를 보고 왜 자벌레라고 하는지 알겠다고 합니다. 흰나비, 노랑나비, 모시나비, 별박이 세줄나비처럼 이름만 들어도 그 모습이 연상되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들의 공책을 이어놓고 자벌레를 지켜보았습니다. 자기 공책을 지나가는 게 큰 영광인 듯 아이들은 숨을 죽이고 공책을 들여다봅니다. 관찰 후 옆의 참나무 잎에 옮겨 주었는데도 자벌레가 어디로 가는지 발을 옮기지 못하고 계속 지켜봅니다.
작은 애벌레의 움직임에 마음을 완전히 빼앗긴 것 같습니다. 잠시 후 자기 나무 관찰을 했습니다. 소나무에서는 수꽃에서 날린 가루가 줄기나 잎에 노랗게 덮여있고, 암꽃 수꽃이 무성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선생님, 소나무에도 꽃이 피었어요."
아이들은 신기한 듯이 소나무꽃을 들여다봅니다.
소나무는 한 그루에 노란 수꽃과 자주색 암꽃이 따로 피는데 수꽃의 꽃가루가 바람에 날려 투명 거미줄조차도 노란색으로 형태가 드러나 보였습니다. 이른 봄에 어떤 나무인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모습들이 이제 제 모습을 모두 드러냈습니다. 상수리나무, 붉나무, 인동, 아카시나무 등등 아이들의 공책에 새로운 모습들이 그려집니다.
나무를 관찰하면서 나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을 탐색하고 주위의 나무를 보게 되고, 나무에 살아가는 많은 곤충도 자연스럽게 보게 됩니다. 하늘소도 보고 거미도 보고 개미도 보면서 내 나무에만 집착하지 않고 다른 생명체를 만납니다. 1, 2학년의 아무래도 오랜 시간 집중하지를 못해 단편적인 관찰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주변 환경을 보면서 좀더 관심을 갖게 됩니다. 3학년 이상의 아이들은 꽤 긴 시간동안 자기 나무 앞에 앉아서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무와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자연놀이

아이들은 점심을 먹자마자 모두 바깥으로 뛰어갑니다. 뭔가를 계획해서 놀기보다는 그냥 편하게 놉니다.
모두가 자연으로 돌아간 듯 1학년이나 6학년 모두 흙을 갖고 놉니다. 흙으로 주먹밥을 만드는 아이들, 웅덩이를 만들어 물을 퍼 나르며 소꿉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놀이 속으로 들어가보면 좀 실망스럽게도 공격성 말들이 많이 오가지만 그래도 잠시 후 평정을 되찾는 것 같습니다. 목사님과 함께 점심반찬으로 나올 상추를 뜯던 아이들도 강아지와 풀밭을 뛰어다닙니다. 민들레 홀씨를 부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모두의 얼굴이 평온해 보입니다.

~~~풀꽃 채집하기

모둠별로 '내 나무' 주변의 생태지도를 그리려고 계획했는데 1모둠 지역에만 나무와 들꽃이 많이 분포되어 있어 다른 모둠은 지도의 의미가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다음 들공부 때는 아이들과 들꽃 카드를 만들기로 프로그램을 조정했습니다.
마침 목사님께서 무덤가 주위의 풀을 다 베어야 한다고 하셔서 아이들과 채집을 했습니다. 1시간만 지나면 예쁜 꽃들이 사라진다고 하니까 아이들이 조심스럽게 꽃을 잘라 책에 끼워 넣었습니다. 아이들 이름을 적어 놓고 꽃 이름을 적고 다음에 멋진 카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숲에서 놀기

세 번째 찾는 소나무 숲. 동네 강아지는 우리를 알아본 듯 어디고 같이 따라갑니다.
한 아이가 산초나무의 향에 이끌려 잎을 잘라 왔습니다.
"선생님, 이 잎에서 이상한 향이 나요."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모입니다. 추어탕에 넣어 먹는 산초가루를 아이들이 알 리가 없지요. 지나가는데 약간 매운 듯하면서도 향긋한 냄새의 향에 끌렸다니. 오래 들공부 다니고 볼 일입니다.
산초나무를 찾은 아이는 천천히 친구랑 얘기를 하면서 가는데 향이 계속 나서, 어디서 나는지 찾아보았다고 합니다. 이제 아이들이 좀 열리나 봅니다. 여기저기서 소리도 듣고 냄새도 맡게 되고 아주 작은 알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숲 속에 들어가 보니 조용하게 맞아주는 소나무 숲이 노란 가루를 뒤집어 썼습니다. 나무를 살짝 치자 노란 눈이 날립니다. 늘 앉았던 자리로 가서 앉아보니 편안합니다.
잠시 후 아이들은 소나무숲 사이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했습니다. 그것도 30∼40명이 한데 어울려서 놀았습니다. 소나무 가지 끝에 팔이 슬쩍 긁혀도 전혀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 정도야 노는 데 아무 문제가 안 나 봅니다. 술래가 되었다 도망을 갔다 계속 뛰어다닙니다. 놀고 나서는 어, 여기 언제 긁혔지?
이제 목사님 댁으로 가는 길도 잘 압니다. 오면서 또 노란 거미줄을 보고 송충이 수백 개의 알을 보고 쏜살같이 달려갑니다. 아이들의 얼굴이 환히 펴지고 웃음이 가득합니다.
아이들은 동물과 식물, 흙, 공기, 물, 불과 같은 자연세계에 대하여 놀이를 통해서 더 많이 배웁니다. 자연에서 살아있는 세계를 만나게 되면서 아이들은 생명력을 느끼며 자신도 강해집니다. 또 어떤 상황에 대하여 충분히 마음으로 그려내고 꾸며보고 느끼면서 자연의 질서를 배우는 과정에서 얻은 풍부한 상상력은 아이들에게 세상을 살아나갈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놀이에 흠뻑 빠진 하루였습니다.

아이글
들에서 펼치는 신나는 모험
김정연(4학년)

"일어나라? 늦는다. 정연아, 빨리!"
매일마다 이 소리가 내 귀에서 왱왱거린다. 꼭 녹음기 같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때보다 유난히 목소리가 크다. 왜냐하면 해오름에서 들놀이를 가기 때문이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가방을 메고 차에 지친 몸을 싣는다. 눈이 반쯤 감겨 있었다.
50분쯤 지나 버스타는 곳에 도착했다. 빨간 버스로 갈아탔다. 내가 좀 늦게 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했다.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세 번이나 잤다깼다. 정신이 없었다. 도착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창문 사이로 거름냄새, 풀냄새가 났다. 강화도에 도착했다는 증거다. 난 가방을 챙겨 버스에서 내렸다. 걸어가서 목사님댁을 찾았다. 강아지들이 멍멍거리고 반겨주는 모양이다.
1모둠, 2모둠, 3모둠이 나뉘어 있는데 난 2모둠이다. 우리 2모둠은 공 던지기를 했다. 자기 모둠 친구 이름을 모두 외우고 남의 이름을 부르며 공을 주는 놀이이다. 애들이 내 이름을 계속 잊어버려 속상했다. 박수놀이도 했다 박수를 옆으로 전달하고 전달하는 놀이이다.
이번엔 산으로 갔다. 갑자기 이연희 선생님 주변에 아이들이 모여 들었다. 나도 궁금해서 가보았다. 선생님의 공책 위 하얀 스프링 위로 자벌레가 꿈틀꿈틀 지나가고 있었다. 연두색 아기 자벌레가 흰 스프링 위로 지나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선생님은 곧 자벌레를 다시 나뭇잎 위로 올려 주었다. 신기하게도 자벌레가 나뭇잎의 끝 부분만 지나다니는 것이다. 중간에 다시 놓았는데도 끝으로 기어갔다.
자벌레쇼를 본 다음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가다가 어디서 달콤한 냄새가 나의 코를 간지럽혔다. 어떤 나뭇잎에서 달콤쌉싸름한 냄새가 난 것이다. 난 여러 잎을 따서 계속 맡아 보았다. 완전 취해 버린 것이다. 또 노란 거미줄도 보았다. 원래 거미줄은 투명한데 이상했다. 선생님께 물어보니 꽃가루 때문이라고 한다.
내려오는 길에 송충이 100마리 정도가 커다란 나뭇잎에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너무 징그러웠다. 온 몸에 스멀스멀 기어오를 것 같아 소름 끼치기도 했다. 오늘 본 자벌레 쇼와 송충이떼, 노란 거미줄은 잊을 수가 없다.

김윤중
해오름에서 들공부를 3번째로 갔다. 강화도에 있는 진강산 목사님댁 옆에 있는 무덤가에서 꽃을 관찰하고 가위로 잘랐다. 왜냐하면 목사님께서 풀을 다 깎는다고 하셔서 자기가 맘에 드는 꽃을 관찰하고 잘랐다. 꽃이 불쌍했다.
언제까지나 친구, 언니, 오빠, 동생들과 해오름에 와서 한 이시간이 내 마음에 남아있을 수 있게 꺾은 꽃들을 다음에 와서 붙여서 예쁜 엽서로 만들기로 했다. 다음에 올 때가 기대된다. 무덤 옆에 지금 우리가 뜯어가지 못한 예쁜 꽃들이 얼마나 무성하게 자라있을지.
그런데 아이들이 실수로 누가 심어놓은 붓꽃을 꺾어 왔다.
꽃꺾이를 끝내고 숲속에 들어가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했다. 사람이 많아서 다치기도 했다. 버스에서 둠바신(중학교 1학년 오빠)이랑 놀았다. 옆에 아이가 물을 흘려서 축축하다고계속 맨 뒤에서 우리를 귀찮게 굴었다. 규리, 수진이언니, 헤중이 언니, 내가 오빠를 못살게 굴었다. 안 괴롭히고 잠시 있다보니 그 오빠도 재미있었다. 이름표로 실뜨기도 하고 퐁당퐁당도 하고 팔씨름도 했다.
그러다보니 다 도착했다. 즐거운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