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배태영
손가락이 길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백설기 떡처럼
하얗다면
으쓱 할텐데.
예쁜 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바라는게 많은데
손은 말이 없다.
괜히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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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이 작은 편이다.
손이 작아 불편하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었다.
내 손은 눈을 뜨자마자 일을 시작한다.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고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그러고 보니 내가 하는 행동 모두가 손이 하는 일이다.
손을 그리며 자세히 관찰한다.
얼굴은 나이를 속여도 손은 나이를 속이지
못한다고 하던가.
내 손의 나이도 삼십대 후반으로 가고 있다.
약간으 거침이 느껴지기도 하고 마디의 불거짐이
살림에 익숙해진 주부의 손을 연상시킨다.
이 손이 요즘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하고 있다.
“클래식 기타”
학생시절 기타를 처음 배웠을 땐 여린 손 끝이
피멍이 들고 벗겨지기도 했지만 이번엔 며칠 아프더니
굳은 살이 앉아 줄을 잡기 수월하다.
줄을 누르기 위해 왼손 손톱은 짧게 깎아야 하고
줄을 튕기기 위해 오른손 손톱은 각도에 맞추어
갈고 닦아야 한다.
손톱이 갈려진 상태에 따라 차이가 나는 기타 소리를
듣는다. 선생님이 내 손이 ‘악기’이니 소중히 다루라고
하신 말씀을 들으며 내 손의 또 다른 역할을 찾았다.
앞에서 내 손이 작아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다고
했는데 요즘은 코드를 잡기에 조금 손가락이 짧은 편이
어서 한 5㎜만 손가락이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손에 대해 생각하며 손은 남을 위한 신체부위라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해주는 것보다 남에게 해주는
것이 더 편한 신체부위다.
내 머리를 묶는 것 보다 아이의 머리를 묶어줄 때 더
편하다. 리본을 묶을 때도, 때를 밀어 줄 때도, 남에게
해주는 것이 더 편하다.
손처럼 남을 위해 사는 삶… 그리고 해 주면서
느끼는 편안함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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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왼손

손을 그린다
나의 왼손을
오른손 옆에서
보이게
보이지 않게
존재하며,
책을 들어주고
사물들을 받쳐준다
왼손이 있으므로
오른손의 존재감은
더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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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형제가
나란히 서 있다.

한줄기에서 나왔지만
각기 다른 존재감으로 산다.

제일 작지만 굵은 몸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첫째

첫째랑 단짝을 이루며
마주하기를 좋아하는 둘째

키가 커서
길이 재기를 좋아하는 셋째

가장 아름다우며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넷째

작고 왜소하지만
구석구석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는 다섯째

한줄기에서 나왔지만
각기 다른 존재감으로 산다.